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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는 왜 절필을 선언했을까?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앨리스 먼로는 그녀의 단편 소설집 ‘디어 라이프’를 마지막으로 절필을 선언했다. 노벨상을 수상해서였을까? 아니면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서일까 궁금해 하며 영어낭독 모임에서 그녀의 마지막 책 ‘디어라이프’ 를 함께 읽었다.


나는 그녀의 초기작 ‘행복한 그림자의 춤’에서 그녀의 톡톡 튀는 발상과 전개를 재미나게 읽었던지라 이번 책에서도 그런 느낌을 기대했다. 여전히 예상치 못한 전개와 캐나다 작은 도시에서의 삶 이야기, 그녀만의 시선이 담겨져 있었다. 더불어 그녀의 노련미, 삶에 대한 태도,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 삶의 미묘한 순간들이 그녀의 필체로 잘 그려냈다는 생각이다.



이 책은 14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다. 권태기에 들어선 결혼생활에서 우연히 북클럽에서 만난 남자를 만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딸(모성애)보다는 연애(여자)이기를 택하는 여자(To reach Japan, 일본에 가 닿기를), 갑자기 결혼을 못하겠다고 떠난 남자와 재회하는 여자 (Amundsen, 아뮤센) 언니의 죽음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동생의 이야기(Gravel, 자갈), 90인 남편의 첫사랑이 나타나자 질투를 하는 70세 여인 (Dolly, 돌리) 등


여성의 삶을 잘 그려낸 작가라는 칭함을 듣는 만큼 참 다양한 여성의 삶이 그려져 있다. 같은 여성이지만 이해하기 힘든 주인공들이 많기에 남성 독자들에게는 조금 힘든 책 일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앨리스 먼로와 이 책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암울하고 힘든 현실일지라도 그녀의 이야기 안에는 따뜻함이 숨어 있어서 이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는 속속들이 다 이야기 해주지 않지만 각각의 어려운 삶 가운데에도 계속해서 나아가려는 사람들이 있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들을 찾는 과정 속의 이들이 있다.


그녀는 확실히 친절한 작가는 아니다. 어떤 사건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선택을 했는지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각 이야기 속에는 울림이 있다.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녀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문장 하나 하나가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What an excellent word-“Remains”. Like something left to dry out in sooty layers in a cupboard. -Leaving Maverley 중에서 


Nothing changes really about love.  – Amundsen 중에서


Accept everything and then tragedy disappears. Or tragedy lightens, anyway, and you’re just there, going along easy in the world – Gravel 중에서


글의 제목으로 돌아와 그녀가 왜 절필했는지 이해 하는데에는 그녀가 Finale라고 표현한 그녀의 자전적인 소설 네 편을 읽고 나서 이다. 아버지의 사업은 망하고 파킨슨 병에 걸린 어머니 사이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


특히 마지막 작품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디어 라이프’의 마지막 문장,


We say of something that they can’t forgiven, or that we will never forgive ourselves. But we do-we do it all the time.


어쩌면 그녀는 글쓰기를 통해 내면의 치유를 한 것이 아니었을까. 이제 노년의 나이에 그녀는 삶을 돌아보며 용서하지 못했던 타인을, 용서하지 못했던 자신을 온전히 끌어안음으로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아도 충분히 그녀의 삶을 타인의 삶을 끌어 안은 게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더 이상 그녀의 신작은 볼 수 없을지라도 그녀의 삶을 응원하며 보내 주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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