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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1984 by George Orwell

  • Writer: Void
    Void
  • 3 days ago
  • 6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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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아주 재밌게 읽어서, 그의 또 다른 대표작 1984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우리 deep mind 채널 멤버들과 다음 책 선정 토의 중, 이 책을 추천했다. 모두들 관심 있어했고 우리의 다음 모임 책으로 선정되어 이 책을 원서로 읽게 됐다.


동물농장과 1984 모두 독재 전체주의 체제를 그린 디스토피안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소설의 분위기도 비슷하리라 생각했는데, 완전 헛다리 짚은 꼴이었다.

동물농장은 동물의 의인화가 기괴하긴 하지만 은근 귀여운 구석이 있었다. 돼지 독재자라니... 고 녀석 (맛있겠는데) 귀엽겠는데?... 이런류의 감정. 그러나 1984는 내게 그런 말랑말랑한 감정 따위는 전혀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읽어본 책들 중 아마 가장 어둡고 무거운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더 무서웠다.


소설의 주인공 윈스턴은 Big Brother가 이끄는 오세아니아의 외부당원이다. 오세아니아의 계급은 Big Brother를 위시한 내부당원, 외부당원 그리고 프롤(레타리아트)로 구성된다. 그들은 "당(The Party)"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사회는 영국사회주의(IngSoc) 사상에 따라 조직된다. 오세아니아는 세상을 지배하던 덩치 큰 세나라 (오세아니아 Oceania, 유라시아 Eurasia, 이스트아시아 Eastasia)중 하나 였고, 이 세나라는 언제나 전쟁 중이었다. 그러나 이 세나라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전쟁은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지 그 진실은 알 수 없다. (소설이 끝나도 알 수 없다)

윈스턴은 진리부(Ministry of Truth)에서 거짓을 진실로 바꾸는 일을 한다. 그는 언젠가부터 Big Brother는 타도되어야 할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당이 지시하는 것은 과거를 조작하고 현재를 왜곡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모든 일에 인민의 행복과 안녕은 뒷전임을 깨닫게 된다. 사회는 계속 퇴행하지만, 진리부에 의해 사회는 계속 번영하는 것으로 바뀐다.


윈스턴은 과거가 더 아름다웠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실을 '공유'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당원들은 모두 개별화 되어 24시간 당의 감시를 받았다. 그들은 꿈조차 함부로 꿀 수 없었다. 당은 당원들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았지만, 생각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반역적인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사상범죄(thoughtcrime)가 되고 발각되면 애정부(Ministry of Love)에서 영혼을 갈아끼우는 '작업'을 했다.


사랑이 금지된 사회에서 윈스턴은 자신을 몰래 사랑하던 줄리아를 만나게 되고 그도 결국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서로를 격렬히 사랑했고, 당에 저항하고자 하는 마음도 같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윈스턴과 줄리아가 생각하는 저항은 완전히 달랐다. 이상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는 윈스턴과 달리 줄리아는 현실주의자였다. 줄리아에게 다음 세대에게 전해줄 횃불 같은 건 없었다. 당에 대한 저항 역시 개인적인 쾌락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에 대한 저항에 따르는 고통 따위는 감당하고 싶지 않았다.


윈스턴은 저항하고 싶었으나 - 그것이 본인 생에서는 실패로 끝나는 것이라 하더라도 - 어떻게 해야할 줄 몰랐다. 윈스턴은 동지를 찾고 싶었고, Big Brother의 최대 숙적 Goldstein이 이끈다는 형제단(The Brotherhood)을 만나고 싶었다. 그는 주변을 주위 조심스레 살펴봤고 내부당원인 오브라이언이 자신의 '동지'임을 직감했다 - 여기서 우리는 자긴의 직감을 그대로 믿지 말라는 교훈을 얻는다.


오브라이언 결국 윈스턴에게 접근하고 자신이 형제단 일원임을 밝히고 그 책(the book)을 선물한다. 그 책에는 윈스턴이 알고 생각하고 있던 바가 그대로 다 적혀 있었다. 그는 이제 '왜'라는 물음에 답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윈스턴(그리고 줄리아)은 그 책의 '왜' 라는 부분을 읽기 전에 체포된다 - 사실 그 책에 왜에 대한 답이 있었을 지도 미지수다.


고문실에서 윈스턴은 반대편에 서 있는 오브라이언을 맞이한다.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을 단계별로 고문하며, 윈스턴의 '정신교육'에 힘쓴다. 오브라이언이 바라는 것은 윈스턴의 단순한 자백과 말로하는 굴복이 아니었다. 그가 원한 것은 윈스턴의 완벽한 이중사고, 당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었다. 그게 이루어진다면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이 그토록 바라는 총알의 축복을 줄 생각 이었다.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것은 내게 한 인간에 대한 완전한 정신적 지배를 의미했다. 당이 생각하는 이중사고는 2+2가 5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2가 실제로 5라고 믿는 것이다. 당의 슬로건 '전쟁은 평화'(WAR IS PEACE), '자유는 예속'(FREEDOM IS SLAVERY), 무지는 힘('IGNORANCE IS STRENGTH')는 모두 이중사고가 가능해야 받아 들일 수 있는 것 들이었다. 즉, 이중사고는 내가 거짓을 진실로 믿고 진실로 말할 수 있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이중사고를 하고 있다는 그 자체'도 사실이 아니라고 믿을 수 있는 능력이다.


인간의 머릿속을 떠나서 존재하는 실재(reality)는 없다. 오브라이언이 하늘을 나는 것을 봤다고 모든 사람이 믿는다면 오브라이언은 현실(reality)에서 하늘은 나는 사람이 된다. 그러므로 당은 오브라이언이 하늘을 날도록 만들 필요가 없다. 그저 모든 사람이 그렇게 믿도록 만들면 그만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이 인민에 대해서 이중사고를 하게 한다는 것은, 현재 내세우는 진실뿐만 아니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당이 정할) 미래의 진실까지 한번에 세우는 것이다. 처음 이 단어를 읽었을 때, 큰 감흥이 없었다. doublethink? 그냥 미친 사람 말 같은데? 그런 생각으로 읽어 나가다가 그 말의 진짜 의미를 이해하면서 이 단어의 무서움이 차갑고 무겁게 다가왔다.


과거는 우리의 머릿속과 기록에만 존재한다. 현재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자는 기록과 인간의 기억을 지배하고 이것은 곧 과거를 지배하는 것이다. 미래는 과거가 결정한다 - Eastasia가 우리를 공격한 과거가 있다면, 우리는 미래에 Eastasia를 타도하기 위해 나아간다. 그런데 만약 Eurasia가 우리를 공격한 것이라면 우리가 앞으로 싸워야 할 적은 Eurasia가 된다. 이중사고는 당의 인민에 대한 '완벽한 지배'의 핵심 개념이었다.


당은 인간의 모든 쾌락을 통제하고 억압한다. 당을 위한 충성심을 제외한 모든 감정은 쓸데없거나 없어져야 하는 것들이다. 쾌락을 위한 섹스는 당에 대한 저항이다. 이런 관점이 아주 흥미롭게 다가왔다. 1984보다 20년정도 먼저 쓰여진 또 하나의 디스토피안 고전 "Brave New World"에서도 완벽히 통제된 사회를 그리지만, 그 사회에서 쾌락은 오히려 장려된다. 남성과 여성은 언제나 자유롭게 만나고 쾌락을 위해 섹스를 하고 - 단 사랑에 빠질 순 없다 - 시민들은 soma라는 마약을 주기적으로 배급받는다. 그 사회에서 시민은 비판적 사고가 불가능할 정도로 항상 쾌락이 취해 있어야 한다.


두 소설 모두 시민에 대한 완벽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디스토피안적 사회 그렸지만, 그 디테일이 너무나 다르다. 나는 이 둘을 비교해보다, 이것이 마치 일본이 조선을 지배해 나갔던 과정과 유사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 일제는 처음에는 강력한 무단 통치를 했다. 그러다, 3.1항쟁을 시점으로 문화통치로 방향을 전환한다. 그 이후에는 우리의 언어와 민족성을 없애는 민족 말살통치를 했다. 1984는 1984년도의 사회를 그렸고 Brave New World는 약 500년 후의 세상을 그렸다. 1984의 사회가 반천년 지속되면 결국 독재 전체주의 국가의 통치 방식은 Brave New World로 자연스레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윈스턴은 당의 억압에 뼛속까지 혐오를 느끼고 정제된 모든 것에 대해 저항한다. 그래서 윈스턴은 줄리아가 순결하지 못한 여성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I hate purity." 나는 이를 윈스턴의 통제에 대한 반항심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 통제된 것은 깨끗하고 불순물이 없다. 개인의 자유가 확장된 사회에서는 잡티가 생기기 마련이다. 윈스턴은 잡티가 가득한 세상을 갈망했다.


윈스턴은 줄리아에게 이렇게 말한다. "I don't mean confessing. Confession is not betrayal. What you say or do doesn't matter; only feelings matter. If they could make me stop loving you - that would be the real betrayal" 이 대사를 내가 생각하는 문맥에 따라 의역한다면 "자백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자백을 한다고 해서 당에게 완전 굴복당하는 것은 아니야. 행동이나 말이 중요한게 아니야; 중요한 건 감정이지. 그들이 나로 하여금 당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굴복이지." 정도가 되겠다. 여기서 betrayal을 나는 당에 대한 굴복으로 해석하고 싶다. 윈스턴은 자신이 당의 고문과 억압 앞에서도 자신의 내면은 지킬 수 있으리라 생각('착각')한다. 그리고 그 믿음은 나중에 오브라이언의 설계한 윈스턴에게 customized 된 '최고'의 고문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다. 윈스턴은 상상할 수 없는 공포 앞에 줄리아를 마음 속 깊이 배반한다. 그저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녀가 당장 나타나 자신 대신 그 고문을 받길 원한다. 그때 윈스턴의 당에 대한 반항은 완벽히 패배한다.


영혼이 갈아 끼워진 윈스터은 당이 내리는 축복의 총알을 기다린다. 자신이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총알의 축복을 받을때 '나에게 단 10초만이라도 주어진다면 나는 당을 미워하며 죽을 수 있을테지'라는 생각이 불쑥 불쑥 올라온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당에 대한 자신의 완벽한 승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윈스턴은 우연히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뀐 줄리아를 만나고 돌아와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정착 그 축복이 내려졌을 때, 그는 당에게 의심을 품었던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몰려온다. 그는 빅브라더에 대한 큰 사랑을 느끼며 죽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무언가에 무겁게 짓눌린 느낌을 지우기가 힘들다. 왜 조지 오웰은 이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라는 의문도 든다. 아무래도 조지 오웰은 이 세상을 그대로 두었을때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세상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각성하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리고 조지 오웰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아내를 잃고 본인도 폐렴등으로 고통받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때 이 소설을 썼다고 하니, 동물농장같은 말랑한 분위기는 이끌어 내기 힘들었으리라.


한국 사회는 얼마전 큰 위기를 겪었다. 이 시점에 읽은 1984는 내게 너무나 현실감 있게 다가 왔다. 그 내란이 성공했다면 우리는 서로를 감시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만을 부르짓으며, 국가가 요구하는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용기있게 나선 시민과 정치인들, 소극적으로 대응한 경찰과 군인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는 한명의 시민으로서 전제 독제체제의 발현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한 단어가 계속 떠오른다. 연대. 윈스턴은 저항하고 싶었으나, 철저히 개인화되고 단절된 사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몰랐다. 그가 계속 노력했던 것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동지를 찾는 것이었다. 윈스턴이 개인적인 저항이 완벽히 무력함을 깨닫고 절망에 빠져있을때 갑자기 오브라이언을 떠올리고 (물론 착각이지만) 갑자기 희망을 찾던 장면은 내게 인간에게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것 인가 일깨워 주었다. 우리는 혼자라고 생각할 때 절망하고 함께라고 생각할 때 희망의 불씨를 틔운다.


풀리지 않은 의문점도 많다. 왜 윈스턴은 자살을 하지 않았나?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당이 내리는 총알의 은총을 기다리고만 있었나? 왜 당은 (혹은 오브라이언은) 그렇게 공들인 '그 책'을 썼어야 만 했나? 내가 다시 이 책을 언젠가 다시 짚어들지는 의문이다 - 너무 무서운 책이니까. 하지만 이 여운은 오랜 시간 강렬하게 남아 있을 것 같다. 독재체제의 완벽한 잔인함이 궁금하신가? 당장 이 책을 펴시라. 나중에 따지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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