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과거시제>를 읽고 난 뒤 내 마음의 시제
우선 이 책을 과연 '완독'했다고 해야 할지부터 의문이 든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던 생각은 단 하나, “왜 읽으면 읽을수록 짜증이 나지?”라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제목만 보고 타임 패러독스라든지 타임머신 소재를 기대했었다.
책을 펴고 나서야 이 책이 단편집인 걸 알았고, 하나씩 차례대로 읽어보았을 때 파열음 제거, 판소리 SF, 낯선 언어적 시제, 상반신이 기계인 인간, 2D 신 같은 독특한 소재와 설정들이 눈에 띄었다.
특정 관념적 아이디어 하나를 던져 놓고 짧게 치고 빠지는 구성은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블랙 미러>가 보는 이들을 단번에 사로잡는 까닭은, 신선한 설정 뒤에 인물들의 치열한 갈등과 반전, 그리고 탄탄한 기승전결이라는 서사적 엔진이 쉼 없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과거시제>는 외형적인 설정만 툭 던져두었을 뿐, 정작 이야기를 끌고 가는 알맹이 자체가 흥미롭지 않고 몰입감이 떨어져 소설로서의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독서 내내 느낀 감정은 ‘뜬구름 잡는 소리의 연속’이라는 답답함이었다.
심지어 작가가 자신이 만든 기믹과 언어유희에 지나치게 심취한 나머지, 독자와 소통하기보다 혼자 망상에 빠져 있는 것 같아서 무례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설정을 억지로 해석하고 해독해야 하는 과정은 상당한 피로감을 유발했다. 읽는 내내 속으로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라는 질문만 되풀이하게 만드는 불친절한 텍스트였다.
솔직히 한국의 유명한 SF 소설가라고 해서 큰 기대를 했으나 실제로 마주한 건 재미있어 보이는 과목명에 낚여 들어갔다가, 학기 내내 강사 혼자 신나서 떠드는 원맨쇼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작가가 본인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지 감도 안 올 정도로 혼자 취해서 떠드는 지루한 Youtube 방송처럼 느껴졌다.
결국 <미래과거시제> 책을 읽고 난 내 마음의 시제는 "뭐래 이거" 에 멈춰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독서 경험이 전혀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어찌 모든 책이 다 내 취향이고 모든 사람이 재밌게 읽을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인생 작품이자 ‘최애’인 책이, 나에게는 완독조차 힘든 ‘불호’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사실 내가 이렇게 네거티브한 서평을 남길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서로 다른 호불호를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나눌 수 있는 우리 북클럽 <나란>의 문화가 너무나도 좋고 건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편안함은 타인의 뾰족한 취향까지도 넉넉하게 품어주는 성숙한 멤버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낀다.
내 취향에 맞는 책만 골라 읽던 편식쟁이 나에게 “이런 책도 있으니 한번 먹어봐”라며 모임을 이끌어 주신 분들 덕분에, 내가 어떤 재미를 추구하는지 깨닫고 나의 호불호 영역을 한층 더 잘 알아가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비록 이번 책은 먹고 배탈이 났지만, 그래도 뭐...평소 작가 이름을 잘 못 외우는 내가 이 작가의 이름 3글자만큼은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버렸다.

”좋은 작가(혹은 작품)는 빠와 까를 모두 미치게 한다“는 세간의 이야기가 맞다면 Bobby님의 정성스런 불호 후기가 배명훈이 좋은 작가라는 증명의 완성이 되겠네요. 🤣🤣🤣
세글자는 배명훈.ㅋㅋㅋㅋㅋㅋ 너무 정성이 담긴 불호 감상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