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노조키메》, 결국 끝까지 읽지 못했다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당연히 공포소설도 읽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모임"릴스 끄고 책 킴"에서 “여름이니 공포 소설 읽어봐야죠”하는 @Bobby님에게 이끌려 일본 공포 소설인 “노조키메”를 읽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읽다가 중단했다.


이 책은 표지마저 어릴 적 공포 영화 “링”이 생각나는 여자아이가 눈을 흘기고 있는 사진이라 시작부터 쉽지가 않았다. 처음부터 알 수 없는 공포의 분위기에 나처럼 공포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큰 사람에게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밝은 대낮, 카페에서만 이 책을 읽어야 했다.


이 책의 제목 노조키메(のぞきめ/覗きめ)’는 원래 일본어 표현은 아니다. ‘노조키메’라는 말에서는 ‘엿보다, 들여다보다’를 뜻하는 일본어 ‘노조쿠(覗く)’와 ‘눈’을 뜻하는 ‘메(目)’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노조키메 표지
노조키메 표지

실제로 소설의 전반적인 내용은 누군가가 나를 엿보고 있다는 원초적 공포를, 서로 다른 시대의 두 괴담이 연결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설은 크게 두 개의 괴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엿보는 저택의 괴이」로 젊은이들이 산속 휴양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상한 사건을 경험한다. 그곳에는 순례자 모녀와 관련된 괴담이 있고, 일행은 지도에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기묘한 장소와 마주친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책은 이후 과거의 또 다른 괴담으로 넘어가고,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이야기가 ‘노조키메’를 중심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거기까지 가지 못했다. 두 사건의 핵심은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설명되지 않고 확실하지도 않고 그런데 계속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공포를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 누군가 나를 보고 있나?’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이켜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다가 결국 이 소설의 완독은 포기하고 말았다.


완독은 포기했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인간의 공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설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공포는 결국 내가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공포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을 만나면 그 빈자리를 상상으로 채운다. 창문, 문틈, 어둠, 숲이 공포소설의 단골 배경이 되는 것도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내가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관찰자가 아니라 관찰당하는 대상이 되는 순간 주도권은 나에게서 사라진다. 무엇이 나를 보고 있는지, 어디에서 보고 있는지, 심지어 정말 보고 있기는 한 것인지조차 알 수 없다. 어쩌면 공포란 무서운 존재 그 자체보다 내가 알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무언가 앞에 놓였을 때 생겨나는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결국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공포소설에 이보다 더 좋은 서평이 있을까. 작가는 끝내 내 앞에 노조키메를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나는 책을 읽다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고 결국 책까지 덮어버렸다. 결말은 모른다. 노조키메의 정체도 모른다. 모르는게 더 무섭지 않나? ** 이 글은 제 브런치 글을 가지고 왔습니다. 더 많은 서평은 이곳에 Skim의 브런치

Comments


  • Facebook

We create a place to
read, write, talk, and think!

 

Cyber Seowon Foundation

admin@cyberseowon.com

A 501(c)(3) with Tax ID: 87-1990819

©2020 by Cyber Seowon Foundation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