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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Will Be Okay, Honey

실리콘밸리에서 살다보니 가끔씩 조언을 구하는 청운의 청년들을 만나곤 한다. 특히 씩씩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젊은 친구들은 국적과 나이를 따지지 않고 용감하게 링크드인 메세지를 통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 포스트는 그들을 위한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미국에 온지 이제 20년도 넘었다.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평생 꿈이었던 미국에서의 공부였다. 돌이켜보면 이런 기회가 나에게 올 수 있을 거라고 믿은 건 아니었다. 그저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런 한 걸음 한 걸음이, 허황된 꿈이라 비웃음을 듣기도 했던 미국 대학원에서의 길을 열어주었던 것 같다. 물론 너무나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대학원에서의 삶은 그러나 혹독했다. 비싼 물가 속에서 말할 수 없는 행운이었던 장학금 말고도 생활비의 압박이 있었고, 고민과 기도 끝에 행운처럼 찾아온 교내 근로와 Research Assistant의 기회는, 학업조차 버거운 나에겐 어깨를 짓누르는 또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나에게 피난처이자 도피처였던 곳은 바로 엔지니어링 건물 안, Sorrells Library였다. 중앙도서관인 Hunt Library까지는 갈 수가 없었다. 교내 근로도, 지도교수님 연구실도 모두 그 근처였고, 심리적으로는 불과 5분 거리조차 멀게만 느껴졌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한 수업당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reading material이 쌓여 있었다. 학부 전공이 Computer Science가 아니었기에 기초가 부족했다. 어려운 개념의 텍스트를 영어로 읽어내려 갈 때마다 마음속 불안이 컸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그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슬프지도 않았다. 아니, 내가 어떤 감정인지조차 몰랐다. 내일까지 읽어야 할 자료와 교수님이 내주신 데이터 분석 사이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같은 텍스트북 페이지를 계속 읽고 있었다. 이해는 둘째였다. 다 읽고는 가야지. 그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였다.


눈물이 계속 흘렀다. 왜 닦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눈을 깜빡이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활자가 흐려졌다가 다시 보였다가를 반복했다. 이해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을 다 읽으면 또 다른 텍스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압박감만 느꼈다.


그때였다.


"𝙃𝙤𝙣𝙚𝙮, 𝙖𝙧𝙚 𝙮𝙤𝙪 𝙤𝙠𝙖𝙮? 𝙇𝙞𝙛𝙚 𝙞𝙨 𝙗𝙚𝙖𝙪𝙩𝙞𝙛𝙪𝙡. 𝙔𝙤𝙪 𝙬𝙞𝙡𝙡 𝙗𝙚 𝙤𝙠𝙖𝙮."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따뜻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내 어깨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청소를 하시는 중년의 여성분이셨다. 낮고 따뜻한 그 목소리에 이끌려 눈을 들었다. 그분과 눈이 마주쳤다. 도서관이었기에 낮은 목소리였지만, 그 눈빛과 목소리는 너무나 따뜻했다. 그분은 그 말씀을 하시고 내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여기 도서관이야.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래도 소용없었다. 눈물이 만화에서처럼 두 줄, 세 줄로 흘러내렸다. 그분은 나를 보시더니 뒤에서 꼭 안아주셨다.


"𝙔𝙤𝙪 𝙬𝙞𝙡𝙡 𝙗𝙚 𝙤𝙠𝙖𝙮, 𝙝𝙤𝙣𝙚𝙮. 𝙀𝙫𝙚𝙧𝙮𝙩𝙝𝙞𝙣𝙜 𝙞𝙨 𝙜𝙤𝙞𝙣𝙜 𝙩𝙤 𝙗𝙚 𝙤𝙠𝙖𝙮."


주변에 다른 학생들이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다. 그분을 바라보며, 그 따뜻한 눈빛과 손길을 가슴 깊이 담았다. "𝘛𝘩𝘢𝘯𝘬 𝘺𝘰𝘶 𝘴𝘰 𝘮𝘶𝘤𝘩. 𝘛𝘩𝘢𝘯𝘬 𝘺𝘰𝘶 𝘴𝘰 𝘮𝘶𝘤𝘩..."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겨우 감정을 수습했다.


그리고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눈물로 얼룩진 텍스트북을 소매로 대충 닦아 가방에 넣고 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냥 자버렸다. 그날 저녁은 그렇게 계속 잤던 것 같다.


이후로도 가끔 그분을 엔지니어링 도서관에서 마주쳤다. 그분은 언제나 따뜻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나는 매번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때로는 그분이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그렇게 격려를 받았다.


이제 그분의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눈빛과 목소리, 나를 감싸안아주셨던 그 따뜻한 감촉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도 그분처럼,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잘될 거야. 특히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잘하고 있어. 지금 포기하지 않았잖아. 지금 이 순간도 노력하고 있잖아. 안 되는 것 같아도,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잘될 거야. 그 말을 꼭 하고 싶다.


그리고 𝗔𝗜로 인해 매일 새로운 지식의 홍수 속에서 지쳐가는 나를 포함한 모든 분들께도 말하고 싶다. 잘하고 있다고. 그냥 한 걸음씩만 가자고. 그러다 보면 다 잘될 거라고.


포기하지만 말자.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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