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Will Be Okay, Honey
- 쿠퍼댁
- 13 minutes ago
- 2 min read
실리콘밸리에서 살다보니 가끔씩 조언을 구하는 청운의 청년들을 만나곤 한다. 특히 씩씩하고 멋지고 아름다운 젊은 친구들은 국적과 나이를 따지지 않고 용감하게 링크드인 메세지를 통해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이 포스트는 그들을 위한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미국에 온지 이제 20년도 넘었다.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평생 꿈이었던 미국에서의 공부였다. 돌이켜보면 이런 기회가 나에게 올 수 있을 거라고 믿은 건 아니었다. 그저 한 순간 한 순간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런 한 걸음 한 걸음이, 허황된 꿈이라 비웃음을 듣기도 했던 미국 대학원에서의 길을 열어주었던 것 같다. 물론 너무나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게 시작했던 대학원에서의 삶은 그러나 혹독했다. 비싼 물가 속에서 말할 수 없는 행운이었던 장학금 말고도 생활비의 압박이 있었고, 고민과 기도 끝에 행운처럼 찾아온 교내 근로와 Research Assistant의 기회는, 학업조차 버거운 나에겐 어깨를 짓누르는 또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나에게 피난처이자 도피처였던 곳은 바로 엔지니어링 건물 안, Sorrells Library였다. 중앙도서관인 Hunt Library까지는 갈 수가 없었다. 교내 근로도, 지도교수님 연구실도 모두 그 근처였고, 심리적으로는 불과 5분 거리조차 멀게만 느껴졌다.
자리를 잡고 앉으면, 한 수업당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reading material이 쌓여 있었다. 학부 전공이 Computer Science가 아니었기에 기초가 부족했다. 어려운 개념의 텍스트를 영어로 읽어내려 갈 때마다 마음속 불안이 컸다. 모르겠다.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그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슬프지도 않았다. 아니, 내가 어떤 감정인지조차 몰랐다. 내일까지 읽어야 할 자료와 교수님이 내주신 데이터 분석 사이에서,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같은 텍스트북 페이지를 계속 읽고 있었다. 이해는 둘째였다. 다 읽고는 가야지. 그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였다.
눈물이 계속 흘렀다. 왜 닦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냥 눈을 깜빡이며 눈물을 떨어뜨렸다. 활자가 흐려졌다가 다시 보였다가를 반복했다. 이해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것을 다 읽으면 또 다른 텍스트가 기다리고 있다는 압박감만 느꼈다.
그때였다.
"𝙃𝙤𝙣𝙚𝙮, 𝙖𝙧𝙚 𝙮𝙤𝙪 𝙤𝙠𝙖𝙮? 𝙇𝙞𝙛𝙚 𝙞𝙨 𝙗𝙚𝙖𝙪𝙩𝙞𝙛𝙪𝙡. 𝙔𝙤𝙪 𝙬𝙞𝙡𝙡 𝙗𝙚 𝙤𝙠𝙖𝙮."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따뜻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내 어깨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청소를 하시는 중년의 여성분이셨다. 낮고 따뜻한 그 목소리에 이끌려 눈을 들었다. 그분과 눈이 마주쳤다. 도서관이었기에 낮은 목소리였지만, 그 눈빛과 목소리는 너무나 따뜻했다. 그분은 그 말씀을 하시고 내 어깨를 토닥여주셨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여기 도서관이야.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래도 소용없었다. 눈물이 만화에서처럼 두 줄, 세 줄로 흘러내렸다. 그분은 나를 보시더니 뒤에서 꼭 안아주셨다.
"𝙔𝙤𝙪 𝙬𝙞𝙡𝙡 𝙗𝙚 𝙤𝙠𝙖𝙮, 𝙝𝙤𝙣𝙚𝙮. 𝙀𝙫𝙚𝙧𝙮𝙩𝙝𝙞𝙣𝙜 𝙞𝙨 𝙜𝙤𝙞𝙣𝙜 𝙩𝙤 𝙗𝙚 𝙤𝙠𝙖𝙮."
주변에 다른 학생들이 있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다. 그분을 바라보며, 그 따뜻한 눈빛과 손길을 가슴 깊이 담았다. "𝘛𝘩𝘢𝘯𝘬 𝘺𝘰𝘶 𝘴𝘰 𝘮𝘶𝘤𝘩. 𝘛𝘩𝘢𝘯𝘬 𝘺𝘰𝘶 𝘴𝘰 𝘮𝘶𝘤𝘩..."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겨우 감정을 수습했다.
그리고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눈물로 얼룩진 텍스트북을 소매로 대충 닦아 가방에 넣고 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냥 자버렸다. 그날 저녁은 그렇게 계속 잤던 것 같다.
이후로도 가끔 그분을 엔지니어링 도서관에서 마주쳤다. 그분은 언제나 따뜻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나는 매번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때로는 그분이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셨다. 그렇게 격려를 받았다.
이제 그분의 얼굴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눈빛과 목소리, 나를 감싸안아주셨던 그 따뜻한 감촉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도 그분처럼,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잘될 거야. 특히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잘하고 있어. 지금 포기하지 않았잖아. 지금 이 순간도 노력하고 있잖아. 안 되는 것 같아도,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잘될 거야. 그 말을 꼭 하고 싶다.
그리고 𝗔𝗜로 인해 매일 새로운 지식의 홍수 속에서 지쳐가는 나를 포함한 모든 분들께도 말하고 싶다. 잘하고 있다고. 그냥 한 걸음씩만 가자고. 그러다 보면 다 잘될 거라고.
포기하지만 말자. 그것으로 충분하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