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 태백산맥 독서 노트 (1권~10권)
- 슬

- Sep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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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한의 모닥불
좌익 정하섭은 옛적부터 마음에 뒀던 무당의 딸 소화를 밤늦게 찾아간다. 그녀의 어미는 병져 누운지 몇 개월 째. 그녀는 부잣집 아들이 좌익인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일이니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밤을 함께 보내는 둘.
소작농 판석 영감의 아들 하대치는 매타작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강인함을 가졌다. 그는 함께 쟁의를 벌였던 이들과 징용으로 끌려간다. 판석 영감의 아버지는 원래 대지주 집에서 지내던 가족이었는데 글을 깨우치고 동학에 물들었던 것. 판석은 동학군으로 있던 아버지를 어릴 적 잃고 할아버지와 함께 나와 소작농으로 살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 아들 대치를 학교에 보내고 나니 아들도 아버지와 비슷한 인생길을 걷기로 마음 먹은듯하다. 아버지와 대화를 하던 도중 동지의 부름으로 염상진을 만나러간 하대치. 자금조달을 위한 계획을 짠다. 하대치가 찾아간 윤가네도 동네에서 막돼먹기로 소문난 부잣집이다. 작전 수행 중 생각나는 착하고 인내심 깊은 아내의 얼굴. 이후 하대치와 동지들은 염상진을 만난다.
염상진은 김범우더러 숙청 당하기 전에 피하라고 이른다. 가족을 두고 혼자 피하자고 떠나는 마음이 가볍지 않지만, 김범우의 아버지는 염상진이 천한 신분으로부터 난 사람인데도 불구 그의 총명함과 사리분명함을 아끼고 믿는다. 좌익사상을 가진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민간인 조직이 거기에 합세한 것. 다음 날 벌어진 인민재판에서 하대치가 나서서 김범우의 아버지, 김사용의 큰 아들 범준은 독립투사요, 그는 독립자금을 댔으므로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지주일 뿐이라며 여론을 형성했고, 그는 풀려나게 된 것. 그 후 미군에서 김범우를 통역관 자리를 제안함. 그는 이전에 미국에서 첩보훈련원으로 있었다. 염상진이 다시 찾아왔고 김범우가 미군과 함께 일할 기회를 거절한 사실에 기뻐하지만 둘이 가깝게 지내던 예전과는 달리 시간이 흐르면서 김범우는 염상진이 꿈꾸는 사회주의와 멀어진 듯하다.
소화와 정하섭의 신당에서의 하룻밤. 소화는 다음날 아침밥을 차린다.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기도 하고 둘의 마음은 복잡해져만 가는데.. 정하섭은 소화더러 본인의 어머니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정하섭은 소화가 떠난 동안 김범우 생각을 한다. 중학교에서 사회과 선생으로 있던 김범우를 존경하지만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사회주의를 택한 정하섭. 김범우는 교사로써 학생들에게 정치 의식을 버리고 학업에 전념하길 권유했는데 이렇게 인해 사회주의 조직으로부터 반동분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만다. 하루는 학생들이 폭력을 휘둘렀는데도 경찰에게 이들은 빨갱이가 아니라 그저 학생일 뿐이라며 경찰서에서 빼내기까지 한다. 부잣집 아들 정하섭은 아버지의 치부욕에 환멸을 느끼며 사회주의를 꿈꾸게 된다. 그러다 좋아하던 소녀의 아버지로부터 염상진과의 연결점도 생긴 것.
또 다른 인물 교사 안창민의 등장. 염상진과 김범우의 사범학교 후배로 염상진이 아끼는 인물 중 하나. 같은 이념을 신봉하면서도 안창민은 체구부터가 가늘고 마음마저 여렸으나 염상진이 ‘감상적 사회주의자’라거나 ‘관념적 사회주의자’라고 비꼬면 그는 흥분을 하고는 했다.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집안이 망하고 어머니가 농사를 지으며 아들을 키움. 염상진의 아버지도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 태어나 고생을 하며 가족을 먹여 살리고 사범학교를 간 상진을 자랑스러워했는데 작은 아들 상구로 속 썩었다. 그 이유로는 사실 장자제일주의였음에도 아버지는 이를 깨닫지 못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상진은 일본군국주의 정신을 주입하는 선생 노릇을 차마 할 수 없어 선생 대신 농사를 짓기로 결심하고 김범우의 아버지 사용을 찾아가 농사지을 땅을 빌린다. 그 때까지도 상진은 범우와 우애를 다졌고 독립운동가인 범우의 형 범준을 동경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이상은 다른 길을 가는데, “김범우는 지주의 아들로서 소작농들의 헐벗고 굶주리는 비참한 생활에 대하여 자책과 죄의식을 느끼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이상적 평등사회를 이룩하려면 필연적으로 봉건계급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인식의 기둥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염상진에게는 그런 자책과 죄의식의 과정은 아예 생략되었고, 이상세계의 빠른 실현을 위해 지주계급이나 경제적 지배세력을 타도할 수 있는 무산자들의 힘의 조직화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김범우가 인간생존의 양심을 밝히는 불씨를 얻었다고 한다면, 염상진은 인간생존의 방법을 뒤바꾸는 무기를 얻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김사용을 보호하고자 했던 상진은 그를 인민 재판에 세워 처형 당하지 않을 떳떳한 명목을 모두에게 밝히려 하지만 김사용은 그 일로 충격을 받는다.
그 이후 앓아 누운 김사용. 그는 이전에도 독립운동을 하는 큰아들 범준을 위해 독립자금을 모아달란 편지를 받기도 했던 경험이 있다. “아버지는 큰아들과 함께 나라 잃어버린 백성으로서의 삶을 살아내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건 경이롭게까지 느껴지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형은 조선인으로서 정지된 삶을 살고 있었던 아버지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 적극적 삶의 방법이 아버지의 의식세계 전체를 형성하고 있을 조선적 가치관이나 윤리관까지를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아버지의 변모는 염상진을 흉허물없이 대하고, 해방을 맞은 새 세상에서는 만인이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정도일 것이었다.” 집에 돌아온 김범우는 잔잔한 성품의 은행원이었던 처남 신석주가 좌익활동에 뒷돈을 댔다는 이유로 잡혀 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제발 서로가 정치적 욕심을 앞세우지도 말고, 강대국이 내세우는 이념에 얹혀 춤추는 꼭두각시 노릇도 하지 말고, 나라 잃어버리고 산 36년의 굴욕과 슬픔을 먼저 생각하며 민족이 똘똘 뭉쳐 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미국과 소련은 일본을 상대로 싸운 연합국의 입장이고, 그들의 승리로 해방을 얻은 땅의 사람들이 밀가루반죽처럼 하나로 굳게 뭉쳐 새 나라 건설을 주장했을 때, 설령 그들이 한반도땅을 놓고 동상이몽을 하고 있다 한들 끝내는 그 꿈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었다. 그것은 환상도 망상도 아니었고 두 강대국이 제멋대로 줄 그어 양분시켜 놓고 있는 한반도의 주인인 동포 모두가 직시해야할 현실이었다.” 순천을 향해 가던 길 염상진의 동생 염상구를 마주친 김범우는 그로부터 통행증이 필요하다는 얘길 듣고 그의 도움을 받게 된다. 대동청년단원으로 염상구는 사회주의를 꿈꾸는 형과는 반대의 길을 걸으며 좌익 지하조직을 파내는 일에 가담하고 있다. 염상구와 가다가 남국민학교 선생 손승호를 만나 염상진이 전향하라고 총까지 들이밀던 이야길 듣는다. 그는 좌익에 발을 넣고 있다가 현재는 “사상적 ‘전향’을 한 것이 아니라 사상적 공백상태에 있었다. 그가 괴로워한 것은, 세상의 그 어떤 주의든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 사상의 실현을 위해서 인간을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점이었다. 인간을 위한 주의가 아니라 어떤 주의를 위한 인간이 되어야 하는 변질을 그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설득과 이해의 균형이 없이 폭력을 수단으로 하는 그 어떤 주의나 사상보다는 차라리 원시상태가 인간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염상구는 물건을 훔치다 들켜 살인을 저질렀는데 그 인물이 일본인이라 독립투사로 소문이 난다. 읍내에 돌아와 ‘땅벌’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의 주먹패와 영역 싸움을 하다 이기고, 그는 마침내 치안대에서 실권을 갖게 되면서 그의 과거도 살인죄로부터 독립운동으로 고치기까지 한다. 그의 권력지향성은 그토록 미워하는 형과 대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고, 정하섭을 잡기 위해 부하를 잠복시키기까지 한다. 소화를 마주친 염상구는 그녀의 미모에 정신을 못 차림. 정하섭의 어머니 낙안댁에게 소화가 찾아와 편지를 건네준다. 아버지는 현재 경찰에게 붙들려 간 상태. 소화는 염상구를 마주친 후로 잰걸음으로 다시 돌아가 정하섭에게 돈 전대를 건네고, 떠나는 정하섭 뒤로 소화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줄을 모른다.
김범우는 처남을 만나러 갔다가 여수의 주둔군이 기차를 이용해서 순천으로 밀려들어왔음을 알게 된다. 경찰서에서 형사부장이 된 한창길을 만나는데 김범우는 그를 잘 기억하지도 못 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던 인물. 그에게 도움받고 싶지 않았던 김범우는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밝히지도 않은 채 경찰서를 떠난다. 처남이 사회주의 사상과는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하며 재판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붉은 벽돌의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그 탄흔들은 전체적으로 먼지가 낀 벽면 위에서 갓 피어난 꽃들처럼 선명한 색깔을 띠고 있었다. 거기에는 사회주의 건설을 부르짖는 사람들의 것도 있을 것이고, 그것을 억제하려는 사람들의 것도 있을 거였다. 그런데 그들이 모두 똑같은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진였듯이 탄흔들도 이쪽저쪽의 구분이 없이 벽면 위에다 추상적 무늬를 만들고 있을 뿐이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그런 상태의 공존이어야 했다. 민족단위의 한 국가를 이룩한 다음에 자기가 이상하는 바를 따라 어느 주의든 선택하고 주장하면서도 조화가 깨지지 않게 삶의 추상적 무늬를 그리며 함께 있어야 했다. 그런데 같은 민족 위에 두 개의 나라를 만들고 제각기 하나씩의 주의를 선택함으로써 반대되는 주의를 적으로 삼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는 그 주의의 실천을 위해 서로의 심장을 겨누어 총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넋을 놓고 걷다가 영어선생 선우진을 마추친 김범우. 월남을 한 선우진은 공산당을 증오하고 농지개혁에 큰 반감을 가진 인물이지만, 민족단위의 국가를 만든 후 농지개혁이 필수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는 김범우에게 호감을 지속적으로 표시해 온 인물이다. 어제 네 명의 교사가 총살 당했단 소식을 듣고 처남도 본인이 모를 정도로 철저하게 숨겼던 것은 아닐까 생각함. 김범우는 “선우 선생이 사회주의 사상을 지긋지긋하게 싫어하는 것이나, 그들이 자본주의 사상을 적대시하는 것이나 결국 획일주의이기는 마찬가지니까요. 내가 놀라는 건 그들이 총살을 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생각해 봐요, 주의를 앞세와 서로가 서로를 원수 삼아야 하는 이 땅의 비극이 무엇을 위하는 것인지 말이요.”라고 말하지만 선우진과의 의견이 좁혀지긴 힘들어 보인다. 처남의 문제는 일제 때부터 세무서에 근무한 장인의 인맥으로 해결되길 바라며 그의 집에 들러 위로만 하고 나오는데, 좌익 지하신문을 발간하는 데에 공금까지 유명한 처남은 죽음을 면하고 재판을 받게 된 것도 처가의 힘이 아닐까 김범우는 생각한다. 그 후 다시 손승호를 찾아간 김범우는 수습위원회를 만들어 사람들을 구하자고 제안하지만 거절 당한다. “그는 인간의 인간다운 삶의 길을 위하여 사회주의를 택했었다. 그런데 결국 그가 만난 것은 인간부재의 현실일 뿐이었다. ’너를 죽이기는 아깝다.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염상진이 총을 거두며 한 말이었다. 그 순간에도 손승호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지니고 있는 비인간성에 환멸과 혐오를 느꼈을 뿐 살아나게 되었다는 기쁨을 느끼지는 않았다.” 김범우는 다시 염상구를 찾으러 가서 수습위원회 대표가 누군지 묻고, 국회의원 최익승이라는 대답에 김범우는 기가 찬다.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농지개혁은 커녕 서울로 올라가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다가 이제서야 내려온 것. 그 후 김범우는 전명환 원장의 병원에 잠시 들른다. 그는 치료비를 싸게 받는데도 불구하고 돈이 없는 환자들은 물건을 대신 내놓기도 했다. 늦은 밤 자고 있던 김범우는 소화다리 쪽에서 총성을 들으며 운동장으로 끌려나오던 사람들과 최익승을 떠올린다.
좌익인 남편을 둔 죄로 구속되었다 풀려난 하대치의 아내 들몰댁. 친정을 들르던 길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몰골부터 처지가 아주 딴판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일단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함. 두 아들은 어머니와 남동생네와 같이 지내고 있었는데, 큰아들 길남은 아버지의 정을 모르고 자랐으면서도 아버지 편을 드는가 하면 아버지가 하는 일이 정말 나쁜 일이냐며 어머니에게 묻는다. 그 질문도 누가 들을세라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묻는 초등2학년 길남은 엄마 등에 업혀 잠에 든 작은 아들 종남보다 조금 더 어른스럽다. 들몰댁은 아들들은 구룡댁과 두고 시아버지가 걱정되어 온 동네를 다니며 찾다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오는데 시아버지가 바로 집에 있었다. 둘은 서로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단 생각으로 울먹인다. 좌익에 반감이 있는 이들이 그들 집을 밤새 찾아오고 몽둥이로 둘을 때리는데 들몰댁이 정신을 잃고 다음날 일어났을 때 시아버지는 이미 시체가 되어있었다. 윤태주와양효석은 불량기가 가득하다. 국회의원 최익승의 사촌동생인 최익현의 아들 최서학은 주먹과는 거리가 멀지만 양효석도 그를 함부로 대하진 못한다. 현오봉도 한 주먹하는 인물이고 송성일은 인물이 괜찮아 인기도 많다. 금융조합장 송기묵, 세무서장 최익현. 솥공장 사장 윤영춘, 남도여관 주인 현준배, 광주상회 주인 양평갑 모두 염상진네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 복수로 염승진의 집부터 시작해 하대치의 집까지, 사흘동안 일곱 집을 쓸었다. 승리감을 만끽하는 이들과 달리 송성일은 하대치의 아버지가 죽은 것 같다는 생각에 죄책감을 떨칠 수가 없다.
지필구는 한글로 이름을 겨우 읽고 쓸 수 있는 무학의 소작이지만 사회주의에 몸을 담그고 있고 동네에서 하대치와 이야기하다가 동무라고 부르는 실수를 한다. 그런 그가 국민학교 선생님을 지낸 안창민과 같은 사람과 동무로써 지내는 사실이 황홀해 장터에서도 하동무라고 부르는 실수를 해버린 것. 둘은 장터의 조용한 주막을 찾아가 주모와 대화를 나눈다. 하대치는 염상진으로부터 주력부대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주모의 긴장을 풀고 입을 열게 하려는 것. 이 지역 좌익은 모두 총살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리를 떠남.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주력부대가 구례까지 밀렸단 소식을 알게 됨. 총살 당한 동무들을 위해 바리때를 잔뜩 사는 하대치. 그 순간 빨갱이로 몰리며 쫓기는 한 사람을 발견한 둘은 장터를 떠난다. 읍내 조직을 재구성하고자 하는 염상진과 조직이 노출되었으니 좀 더 기다리길 원하는 안창민. 그러나 결국 염승진의 뜻대로 흘러가게 됨. 문기수의 딸 정님과 정하섭과의 관계에 대해 얘기하는 둘. 염상진은 정하섭을 미끼로 정님을 입산시키고 문기수를 열성분자로 만들 생각. 안창민은 그와 이지숙과의 관계를 염상진이 알고 있자 당황한다. 강동식을 부른 염상진은 그에게 문기수를 찾아가 읍내 지하조직을 새로 꾸미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라고 명함. 그는 배성오와 함께 떠난다. 배송오는 문정님에게 마음이 있는데 그녀는 정하섭에게 마음이 있어 정하섭을 적대시하고 있다. 동네로 내려간 둘은 안창민의 어머니가 쓰러져 정신을 못차리는 것을 발견하고 배송오는 아내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 문기수에게 말을 전하고 염상진에게 돌아가 보고를 하지만 가족 걱정하는 강동식과는 별개로 염상진은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 하며 태연하게 대답함.
최익승은 경찰서장 남인태를 만나서 청년단장직에 누구를 앉힐 것인가에 대해 묻는다. 상황을 무마하려 염상구 이름이라도 댔다가 말이 현실이 되게 생겼는데 그 무식하고 앞뒤 없는 불한당을 앉히고 기고만장일 꼴을 상상하니 남서장의 기분이 언짢다. 최익승은 김범우에 대해 물으며 그를 잡아서 조사를 해보라고 시키고, 술도가 정사장을 총살시키길 명한다. 김범우는 길을 걷다 두 여인의 대화를 통해 안창민의 어머니와 칠동리의 ‘영감’도 피해자인 것을 알게 되고, 염상구를 보러 가 밤에 테러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알고 있다며, 살인은 용납하지 못한다고 경고한 뒤 안창민 네를 방문하여 어머니의 안부를 확인. 그 곳에서 안창민과 함께 남국민학교에 근무하는 이지숙을 만난다. 전 원장과 걷던 김범우는 신고로 인해 경찰에게 끌려가며 칠동리의 영감이 누구인지 확인을 못 한 것에 대해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서장은 김범우가 염상구를 떠난 뒤 찾아와 그를 체포해야 한다고 서둘렀던 것. 하지만 그가 빨갱이라는 소리를 염상구는 믿을 수가 없다. 김범우의 체포 소식을 들은 뒤 윤태주라는 인물을 불러내는 염상구.
외서댁은 공산당을 한다고 떠난 남편이 없는 동안 어느 남자와 (강제로) 잠자리를 하게 되고, 아이를 끌어안고 울며 그가 다신 오지 않기를 바란다. 우물에서 만난 샘골댁과 왕주댁과의 대화. 샘골댁은 외서댁을 노골적으로 공박한다. 그녀를 나무라는 왕주댁에게 샘골댁은 본인의 남편에게 공산당물을 먹인 것이 누군지 아냐며 되묻는데, 왕주댁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결국엔 그가 선택한 길이라며 반박함. 둘은 떠나며 샘골댁은 사과를 하고, 반듯하기로 소문난 왕주댁은 외서댁의 설움을 다독거림. 어젯밤은 특히 외서댁만 빼고 몰매질을 당했는데, 본인은 그 대신 그 남정네 -청년단 감찰부장-에게 일을 당한 것이라며 지난 밤 일을 떠올림. 들몰댁은 월녀를 찾아가 흰 무명 치마저고리로 갈아입고 시아버지 장례를 위한 굿을 하려함. 그런 어머니에게 큰아들 길남은 그런 것은 다 미신이라 말한다. 월녀네를 간 들몰댁은 월녀가 아닌 다른 여자를 보게 되고 굿을 하러 왔다 말했다가 월녀의 죽음을 알게 된다. 정하섭이 떠난 뒤 소화는 엄마에게 말하려는데 정하섭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마자 어머니의 표정이 변하고 그렇게 정신을 잃기 시작한다. 월녀는 정 참봉을 기억하는데.. 비 오는 날 찾아와 신세를 졌다가 하룻밤을 보내게 된 그 남자는 낙안골의 정참봉이었다. 그 후 한 달에 한두번씩 다녀가던 그의 아이를 임신을 했고 벌교를 떠난다. 1년 반만에 돌아왔을 때 정참봉은 소화의 존재를 알게 됐고 소화가 10살 때 세상을 떠남. 정하섭의 아버지인 정현동과 소화의 아버지가 같았던 것. (정하섭과 소화는 고모/조카?) 그 말을 못 하고 어머닌 세상을 떠남.
사회주의를 꿈꾸며 이상적인 사회를 원하는 철학이 뚜렷한 염상진과 반대되는 배움이 짧은 동생 상구. 그는 경찰과 청년단의 상호 협조에 대한 대화에 포함된다. 최익승의 명령으로 유치장에 있는 김범우를 찾아온 청년단원 만복. 안창민의 어머니가 죽을 것 같은 예감을 떨칠 수가 없는 범우. 그를 취조하는 장길춘. 그러나 김범우는 꼼짝 않는다. 이틀전 김범우가 체포되자 김사용이 와서 이유를 물었을 때도 경찰서장 남인태는 그가 빨갱이 편을 드는 용공적 발언을 함부로 했다고 말하지만 그에 관한 증거라곤 코빼기도 찾을 수 없다. 아버지 김사용도 예사인물이 아닌지라 최익승의 의도를 간파한 것인지 그에게 찾아갈 생각도 않고 경찰서장이 범우에게 무슨 짓을 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는듯 하다. 부자의 기세에 어쩔 줄 모르는 남인태. 양조장 정현동 사장은 아들 덕으로 살아남은 이유로 경찰서에 잡혀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읍장과 남인태에게 보복을 꿈꾼다. 최익승은 목숨을 구해준 대가로 술도가의 반을 요구한다. 마을 유지가 모여 후원회를 조직. 등 떠밀려 후원회장이 되는 정사장 마음이 아들 하섭 생각에 편치 않다.
장터댁을 다녀간 하대치. 동무들을 만나 대화를 한 후 강동식을 찾아다님. 그를 찾지 못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염상진은 인원 파악을 하고, 총 세 자루와 강동식, 배성오, 오수길이 없어진 것을 알아챔. 그들이 읍내 침투를 감행했을 거라 예상, 조로 나누어 그들을 찾으러 가는데, 염상진은 안창민의 모를 확인하러 하대치와 같이 가길 명함. 자신을 묵살하고 안창민의 모만 챙기라는 것이 서운하다. 그 후 염상진에게 들려오는 안 동무의 소식.
사회주의 세력이 읍내까지 들어온 문제로 인한 남인태와 토벌대장 임만수의 갈등. 결국 철야근무까지 하게되는 청년단과 토벌대. 남원장에서 술판을 버리는 한 때 염상구가 경월이에게 춘향가를 청하는데 그 순간 총성이 울림. 경찰서로 달려온 남인태. 다리에 총을 맞은 안창민을 뒤로한 채 하대치는 다른 동무들과 가서 유인 작전을 펼침. 안창민은 걸어가며 어디로 향할지 고민하던 중 하대치가 그를 찾았다. “나는 다만 인간이고 싶을 뿐이오.” 사회주의를 버린 손승호를 떠올린다. 그리고 병원에 가까이 갔을 때 정신을 잃고 만다.
강동식은 어젯밤 아내 외서댁을 찾아갔었다. 그 다음날 떼로 잡혀온 사회주의 무리의 가족들: 외서댁을 포함한 염상진의 아내 죽산댁, 하대치의 아내 들몰댁, 그리고 안창민의 어머니. 남사장은 염상구에게 토벌대장이 공적인 이야기를 하면 본인에게 보고해줄 것을 부탁함. 이중스파이로 사용하려 한 것. 염상진은 강동식을 해당분자라 말하며 후려침. 이틀동안 묶여 반성을 해야했지만 죽지 않은 것에 다행이라 생각함. 몸이 약한 안창민을 보낸 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염상진은 그를 보러 병원으로 향함. 김사용은 아들 범우가 순천으로 넘겨진 사실을 알고 가족을 불러모아 문중회의를 진행하는데, 아내 이씨부인은 내용이 궁금해도 알 수 없는 입장이다. 어미가 잡혀가고 동생 종남을 혼자 돌보는 길남은 아버지가 밉다.
소화를 찾아간 정하섭은 소화 어머니의 죽음을 알게 됨. 임만수는 죽산댁을 심문하는데 그녀의 성격이 만만찮음. 그는 염상구더러 조카들 굶기지 말라는 말을 함. 한창길과 김범우의 대화. 범우는 신석주란 인간을 아는지 묻는다. 총살 당할뻔했으나 처가 덕에 목숨 건졌단 말에 김범우는 본인 처남이라 밝힘. 서류를 처리하러 간 한창길과 헤어진 후 만난 손 선생. 그는 사답을 소작인에게 나눠주자는 주장을 했다가 빨갱이로 몰려 잡혔으나 그의 마음은 차분하기만 하다.
정하섭의 어머니 낙안댁은 집에 찾아온 소화를 보고 정하섭이 왔구나 깨닫지만 남편 정사장이 모르도록 본인이 부른 척을 함. 이지숙은 혈액형이 같은 안창민을 위해 수혈을 하고 그 다음에도 그의 옆을 지키다 수혈하러 온 염상진을 마주친다. 둘은 같이 행동한 적은 없으나 염상진이 아는 서상철 동무의 지시를 받던 조직의 일원이란 것을 알게 됨. 안창민의 이종사촌이라며 안창민의 어머니를 풀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염상구와 토벌대장을 찾아가지만 실패한 이지숙. 길남과 종남은 외할머니 길산댁과 함께 있고 그들의 삼촌 서인출(길산댁의 아들)은 이 모든 상황의 원흉인 매형이 밉다. 오서방네를 방문한 인출은 동평 아재, 김종연, 유동수, 장칠복을 만난다. 오동평을 제외한 나머지는 윤 부자네 땅 소작인이었고, 그가 죽었을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음날 그 다섯 모두 빨갱이 찬양을 이유로 잡혔는데 그 중 고자질한 사람은 누구였던가. 멸공단의 윤태주란 인물은 책방집 주인 문기수의 딸 정님에 반해 자주 드나든다. 그 후 그는 다방에 가서 화자를 만남.
구례를 떠나 순천으로 넘어온 운정. 군복 입은 젊은이가 죽어가는 것을 발견. 토벌대장은 배윤오한테 동생 배송오를 자수시키던지 배윤오더러 공무원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이 두 형제도 사이좋게 자란 편은 아니었고 동생이 형보다 덩치가 커 형은 공부로 동생의 기를 죽이고자 노력했음. 한편 남매인 경희와 성일. 아버지를 닮은 남동생은 공부하는 본인에게 과일을 들고온 누나에게 짜증이나 낸다. 경희는 서울 유학을 하다 금융조합장이던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에게 죽임을 당하자 내려왔다. 시인이 되고싶던 경희와 하판석 영감의 죽음을 윤태주에게 들은 후로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성일. 본인의 아버지를 죽인 하판석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바로 성일이었던 것. 공산주의자를 혐오하는 남매지만 경희는 사실 정하섭을 마음에 두고 있다. 김범우와 대화하는 이지숙을 본 염상구는 김범우를 통해 그와 안창민이 사촌이 아님을 알게 되고, 김범우는 본인이 풀려나면서 남인태 서장이 언짢아진 것을 염상구로부터 들음.
감히(?) 김범우를 체포했다가 광양으로 좌천당한 경찰서장 남인태. 최익승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당함. 김사용을 직접 찾아가 용서를 빌어봐도 소용없다. 호산댁의 이야기. 큰아들은 공산주의를 하고 작은 아들은 살인죄를 짓고 종족을 감췄다가 다시 나타나 형제 간에 서로 총부리를 대고 맞서게 되는데. 어미없이 자라는 작은 아들의 아이들- 덕순, 광조를 돌보는 호산댁. 정현동과 서운상의 만남. 정 사장은 논마지기를 팔아 광주에서 사업을 시작할 셈. 서운상과의 거래 성사. 신임 경찰서장 권병제의 부임 이틀 후 토벌대가 민간인을 죽이는 사태가 일어남. 경찰서장, 토벌대장, 청년단장이 나타났을 때 토벌대를 살인집단이라 부르는 손승호가 등장. 임민수가 손승호를 권총으로 내려쳤을 때 그를 알아본 김범우가 뛰어나가 그를 부축. 김범우는 그간 횡포와 살인 사건을 적어 사직당국에 진정할 것을 엄포하자 토벌대장이 나서서 사과를 하게 됨. 그 날 밤 살인을 저지른 토벌대원이 권총으로 자살했다는 소문이 남.
이지숙에게 미행이 붙음. 병원에 있는 염상진에게 전화해 알리는 지숙. 들몰댁은 남편이 그립다. 그러다 문득 구룡댁이 남편에 대해 묻자 그녀가 무서운 감시자였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됨. 아들들 밥을 챙겨준 후 시아버지를 위해 소화를 찾아가기로 한 들몰댁. 찾아간 소화에게 시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우는 들몰댁. 그녀를 보는 소화도 왠지 자신을 보는 것 같다. 김범우는 순천행 버스에서 친일에 앞섰던 조한규를 마주침. 피하고 싶은 인물이었으나 옆까지 따라와 앉은 그와는 기차 여행 내내 대화를 해야했다. 그는 김범우를 벌교에 새로 짓는 학교에 스카웃을 해오는 조한규. 원하는대로 과장 자리로 오라는데 김범우는 본인이 순천에 가는 이유를 선생 노릇을 관두고 빨갱이질이나 할 작정이라 말한다. 학교를 찾아간 김범우는 선우진, 이명준 선생 사이의 철학 차이로 토론중인 이들을 목격. 염상구는 그 사이 병원의 간호사를 잡아와 이지숙이 왜 병원을 다녔는지 말하라고 협박을 함. 결국 안창민 간호중이었던 걸 알게 된 염상구.
안창민은 이미 종적을 감춘뒤 오래, 하지만 이지숙은 잡혀 고문을 당하고 전 원장도 좌익으로 의심되는 이지숙과 안창민을 치료해준 죄로 취조를 받는다. 이지숙은 빨갱이가 아니라고 계속 잡아떼지만 믿지 않는 염상구.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안창민을 끌고 온 것은 염상진이었다. 그를 데리고 간 숯막에서 만난 정하섭. 스님 운정은 절의 재산인 사답을 놓고 의견충돌이 일어난 사실에 대해 들음 - 사답을 소작인들에게 나눠주자 혹은 절 대중들도 먹고 살 방도가 필요하다. 부주지스님(법일)을 위주로 넘겨주자는 쪽에서는 소유권 이전 서류를 넘기고, 반대쪽에선 인정절취와 공문서위조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 그 후 독립운동을 했던 만해성사의 총애를 받기까지 했던 법일 스님은 좌익으로 몰려 잡혀 들어간 것. 죽산댁의 아들 광조더라 빨갱이 자식이라고 부르는 사람의 정체는 민 순경의 아내 보성댁. 그의 아들 세훈을 광조가 때려 찾아온 것인데 두 여인의 말싸움의 원인인 광조는 출가중이었음. 죽산댁은 사과를 하고 그들을 돌려보낸 후 아들이 빨갱이 자식 소리를 듣는 것이 안타까워 서러움에 목이 멘다. 성일과 함께 다시 공부하러 순천으로 향하는 경희. 가정과 공부를 하지만 시인을 꿈꾸는 누나에게 현실적으로 한 길만 (가정과) 택하라고 충고하는 동생 성일.
무장한 계엄군이 읍내로 진입. 벌교/보성지구 사령관 중위 신재모의 기세에 겁먹은 염상구는 이미 토벌대장 임만수에게서 마음이 떠났다. 신재모는 임만수와 권 서장, 읍장 이병주에게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묻는데 모두 잔뜩 기죽어있다. 그의 등장으로 염상구와 임만수는 어디로 떠나야하나 고민을 함. 그 후 외서댁을 찾아가 밤을 보내는데 외서댁은 이상하게 그에게 정이 든 것 같기도. 그 때 집에 찾아온 중천댁으로부터 군인이 들어선 사실을 알게 됨. 김사용의 입김으로 앞당겨진 전 원장의 재판 날, 실형 1년을 선고 받았고 김범우는 그를 구해낼 방법을 구하고자 함. 들몰댁과 아들들은 소화와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감. 시아버지 굿을 마친 날 소화가 서로 의지 삼아 같이 살자고 제안한 것. 염상구의 귀로 바로 들어간 소문.
하대치는 장터댁과 밤을 보낸후 염상진으로부터 솜옷 30벌 만들라는 지시를 장터댁에게 한 번 만들어보라고 시킴. 정사장이 술도사와 땅을 팔아넘기면서 소작농들이 앙심을 품고 그를 해치려 함. 처남 한갑수(상무)가 그 중 하나를 때리는 동안 정사장과 낙인댁은 안방에 웅크려 있었는데 싸움이 난 상황에 군인들이 와서 소작인들을 잡아간다. 허서방은 모르쇠로 일관, 그를 제외한 네 명이 잡아감. 조사중에 심재모는 지주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농지문제에 대해 파악하고자 결심.
남편 면회를 온 김복동의 아내 장흥댁, 노덕보의 아내 조성댁, 마삼수의 아내 목골댁, 강동기의 아내 남양댁. 강동기가 강동식의 사촌이라는 이유로 좌익으로 몰릴까봐 걱정하고 있는 남양댁과 함께 걱정하는 다른 아내들. 경찰과 정사장이 한 패라는 것도 그들은 알고 있다. 화순탄광의 소문이 퍼지고 미군정의 미곡수매에 반감이 커지며 인민위원회는 경찰 타도, 토지개혁 단행을 외친다. 민간인을 살해하면서까지 잠재우려는 경찰들. 그렇게 젊은이들은 어느날 밤 경찰을 공격하기 시작, 서로 죽일듯이 싸우며 한달간 사망자만 수천이 되었다. 목골댁은 염상진이 술도가를 진작 죽였어야 한다고 말함. 순덕과 정님의 대화. 윤태주는 정님을 향한 본인의 짝사랑을 둘이 무슨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고 다니고, 그를 알게된 정님은 정하섭을 떠올림. 부용산으로 염상진의 부름을 받은 문기수. 농촌 문제를 듣기 위해 서민영을 찾아간 심재모. 그는 고흥에서 알려진 가문 출신으로 광주사범의 영어교사였다. 야학운동에도 몸을 담았고 농민야학의 교장이기도 했다. 해방 후 그는 교단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는데 이유는 자신의 농부 전부를 공동농장화 한 후 야학을 개설 했기 때문. 서민영으로부터 배우는 농민봉기 역사.
안창민의 어머니 신씨는 이지숙이 본인은 빨갱이가 아니라 안창민을 사랑해서 보살핀 것이라 말하고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미 마음 속으로 며느리로 받아들인 듯. 방 서방과 다른 작인들은 신씨의 집에 방문해 불도 떼주고 음식도 가져다 주며 챙겨주고 있다. 방서방의 형은 김범우네 집 작인이었고, 두 형제는 복이 많아 안심 좋은 주인을 만났음을 감사했다. 반면 그의 조카 만복이는 청년단에 있다. 문기수는 약속 장소에 있었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염상진의 최후의 명령을 전달 후 사라진다. 청년단과 계엄군에 세포를 심고 정보활동을 전개할 것. 읍장, 정현동, 윤삼걸, 최익달의 남원장에서의 만찬. 읍내의 경비 소홀을 심재모의 탓으로 돌리는 정사장. 양반을 공격해놓고 벌받지 않고 아직도 조사만 받는 작인들이 못마땅하다며 심재모를 몰아감. 윤부자네 작인 다섯 중 넷은 유동수네 아랫방에 앉아있다. 그들은 오서방이 청년단의 끄나풀이었던 걸 알아챔. 서인출은 소화와 같이 살게 된 조카들과 누나를 생각하며 김종연과 장칠복과 어딘가로 향한다.
김복동과 마상수, 노덕보와 강동기의 유치장 안에서의 대화. 담배는 없지만 밥도 잘 나오는 유치장에서의 생활이 좋다고 하다가도 빨갱이로 찍히면 그래도 괜찮겠냐는 말에 불안이 커짐. 경찰서장 권병제는 심재모로부터 김범우의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냔 질문을 받는데 -담당 판사가 김범우의 아버지에게 요구를 한 결과로- 현재 그는 전 원장의 무죄석방을 위해 진정서에 도장을 받고 있다고 대답. 김범우와 같이 학병 출신인 심재모는 서민영 선생과 김범우에 대한 호의를 가지고 있음. 심재모는 이 일을 비밀리에 진행할 수 있는지 묻는데, 둘은 서민영 선생이 나서준다면 비밀을 지키기는 물론 정 사장 및 다른 지주에게 미칠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 생각. 한편 읍내 침투를 하게 되며 배성오는 은신처인 창고에 숨어 있고 어머니 과수원댁은 음식을 들고 그를 방문. 안창민의 어머니를 방문한 과수원댁은 아들 치료비라며 쌀 열가마니어치의 돈을 받게 됨. 김범우의 시선에서 서민영은 진정한 종교인, 정직한 지식인, 진실한 사회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의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범우. 그처럼 호출명령을 받고 온 손승호도 도착함. 이 둘은 신설 학교에 배치되는 일에 관해 이야기를 위해 둘을 불렀는데, 현재 조한규는 좌파세력으로 이용을 하기 위해서, 그리고 서민영은 그런 조한규를 견제하기 위해서 이 둘을 신설 학교로 데려가려는 상황. 서민영에게서 또 한 수 배우는 김범우와 손승호.
죽산댁의 아이들 덕순이와 광조는 방죽길을 걷는다. 오늘 일은 비밀로 하자며 약속하고 보고 싶은 아버지를 크게 외쳐 보는 남매. 임신이 의심되는 외서댁. 안창민의 건강을 살피는 염상진. 그의 옆을 지키는 오판돌과 이해룡. 오판돌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버지의 사망으로 학교를 마치지 못했다. 반면에 친일파 집안 지주의 아들로 태어난 이해룡은 김범우보다 선배. 어머니와 이지숙 생각을 하는 안창민. 정하섭이 다녀간 걸 알게된 청년단에 의해 고문취조를 당하는 소화와 들몰댁. 이에 심재모는 염상구에게 월권, 명령불복종의 이유로 고함을 친다. 그도 그럴것이 서민영을 통해 소작인들을 풀어주기 위한 진정서를 받은 것이 겨우 사흘 전이었던 것. 그 후 지주들에게서 협박을 받고 있었던 심재모. 기차역에서 김범우를 기다리는 권병제. 전명환 원장을 발견한다. 그 옆에 함께 서 있는 이지숙과 간호사. 유치장에 갇힌 정 사장은 아들을 도운 아내에게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함. 고문을 받다가 하혈을 시작하는 소화.
열차에 탑승한 김범우. 앞, 옆자리에 앉은 양효석과 전 청년단장 현준배의 아들 현오봉이라는 학생을 만남. 염상진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그들은 봄에 학교 졸업 후 육사를 갈지 고민이라 털어놓는다. 김범우의 조언: “육사를 가는 건 평생 직업군인이 되는 길이네. 부친들의 원수를 갚는 것도 중요한 일이긴 한데, 군인으로 일생을 살아야 한다는 문제에 대해서도 원수를 갚는 일과 구분해서 진중하게 생각해 봐야되지 않을까?” 개학 첫날 수업 때마다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을 늘어놓던 선우진 선생은 간밤에 공격을 당해 병원에 누워있다. 김범우는 그를 방문했다가 (한심하게 들리는) 그의 불평을 들어주다 못해 매정한 소릴 하고 나온다. 낙안댁은 아들 하섭에게 돈을 구해다 준 것을 남편의 탓으로 돌린 뒤 혼자 풀려남. 염상구로부터 소화가 하섭의 아이를 가진 것을 알게된 낙안댁은 고문을 하면서 애를 떼어달란 요구를 한다. 쌀 20가마니에 한 목숨을 앗을 계획을 하는 염상구. 낙안댁은 소화를 굳이 찾아가 여자로 몸간수 지대로 안 한 소화 탓이라 하며, 일을 잊어버리란 말을 하고 간다. 눈물 흘리는 소화. 이지숙은 사표를 쓰게 된다. 서민영의 도움으로 야학에서 일하게 되는 이지숙.
염상구와 낙안댁은 깨끗이 정리를 한다. 그가 문책을 당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품으며 걷다가 책방에서 얘기중인 한 군인과 정님을 본다. 그 군인에게 정님은 본인의 색시가 될 것이라 말하자 정님은 화를 낸다. 들은 체도 않고 떠나는 염상구는 토벌대장 임만수를 만남. 염상구 소식을 들은 책방 주인 문기수는 사실 예쁜 딸 얼굴을 이용해 책방에 꾸준히 찾아와 자신을 보호하게 만들려는 속셈이었는데, 염상구 이야길 듣고 나선 그 군인에게 뭔 일 날까 가까이 오지 말라고 경고하라고 이른다. 외서댁의 임신 소식을 들은 염상구는 낳으라 말하고, 외서댁은 다신 찾아오지 말라 이름. 앓아누운 며느리를 찾아온 호산댁. 손주 광조와 덕순이가 할머니를 맞는다. 죽산댁에게 애가 생긴 것은 아닌가 이야기를 꺼내는 호산댁. 심재모와 손승호의 만남. 심재모는 이지숙이 왜 고향에 가지 않고 야학 선생이 되었는지, 그 일로 인해 서민영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마음에 손승호를 보게 됐다고 말함.
배성오와 고두일의 사망. 읍내병력 중에도 사망자가 생겼다. 하대치와 강동식은 원래 배성오의 어머니를 통해 이지숙과 접선하기로 한 일이 완료되었는지 확인해야 했는데, 아들의 죽음으로 가서 물어볼 수 없는 상황에 강동식은 혼자 이지숙을 찾아가려 함. 외서댁의 임신 소식이 퍼진다. 본인을 돌봐주는 들몰댁더러 이제 찾아오지 말란 말을 하는 소화. 마삼수, 노덕보, 김복동, 강동기는 정 사장네 집을 파손한 배상금 장만을 위해 모였다가 낙안댁을 찾아가 잘못을 빌고 어떻게 면해볼 수 없을지 고민중. 남원장에 모인 읍장 이병주, 최익달, 윤삼걸, 세무서장 최익도와 금융조합장 유주상. 합류하지 않은 심재모에게 모난 마음을 품는 최익달과 윤삼걸. 이지숙은 책방에 들어가 문기수를 만나는데 그는 그녀를 못 알아보는 듯하다. 그 후 듣게 되는 외서댁이 저수지에 투신했단 소식. 외서댁을 건진 것은 왕주댁, 그녀는 외서댁을 가엾게 여기며 친정어머니에게 소식을 알린다.
2부 민중의 불꽃
외서댁은 저수지에 뛰어 들었다가 목숨을 구하고 친정에서 보내고 있다. 아기를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어머니 밤골댁은 여기저기 묻고 다니지만… 심재모는 염상진의 율어면 장악 여부를 탐색한다. 모두 모여 대화를 하는데, 대동청년단을 해체시키고 대한청년단을 발족시킬 계획을 세운다. 염상구 대신 더 점잖은 이를 원한다며 청년단장 자리에 유주상을 앉히는 최익달과 이병주. 염상구의 직위를 낮추려는 의도였다.
염상진은 선배이자 동지인 김태규를 만나러 오면서 율어를 일찌감치 눈여겨 봐왔던 것. 정찰대를 발견한 염상진. 경무장을 한 일곱을 모두 없애자는 명령에 따르는 그의 동지들. 그러나 동네에서 사람들이 더 튀어나오고, 공기 중엔 순식간에 총소리로 가득찬다. 마삼수, 노덕보, 김복동, 강동기와 노인 한 명은 한 데 모여 있다. 이들은 잃은 소작을 되찾으려 서운상을 찾아갔으나 계속 거절 당함. 한장수 노인은 이들에게 이야기 한 대목을 말해준다. 그는 동학군이었던 과거가 있음. ‘매국노의 단독정부 아래서 미국의 지휘하에 한국 민족을 학살하는 한국 군대가 되지 말라는 것이 저의 마지막 염원입니다’ 라던 문상길 중위의 유언을 떠올리는 그들.
심재모는 염상구의 횡포 소식을 듣는다. 염상구는 유주상을 협박하고 있었고 그 때 들어온 형사부장은 계엄사령관이 부른다며 염상구를 데려감. 낙안댁은 남편을 위해 보증서에 도장을 찍어달라 부탁하러 다니지만 거절을 당한다. 또 한가지 문제는 소화와 입을 맞추는 일인데, 낙안댁은 소화를 낙태시키게 한 죄의식을 떠올리며 두려워 한다. 소화를 찾아가 잘못을 비는 낙안댁. 율어를 장악한 염상진네. 그는 분대장들을 집합시켜 면사무소와 지서를 사방에서 공격하도록 지시함. 심재모는 적의 기습을 보고 받고, 율어면을 기습공격할 것을 명함. 지원부대의 등장으로 염상진 부대는 퇴각을 명함. 그 와중에 체포 당해있던 경찰 네 명이 탈주했다는 소식을 들은 심재모. 심재모와 염상진은 예상치 못 한 서로의 작전에 깊은 생각에 빠짐. 그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염상구와 금융조합장 유주상 사이를 사과시키기 위해 김범우를 찾아가는 심재모와 서장. 염상구는 김범우의 말에 사과를 하겠다 약속함. 학생들 사이에서 동지들이 마을에 쌀을 분배해준 일에 대한 소문이 퍼지고 있음을 알게 된 이지숙. 순덕(과자점 딸)은 심 사령관을 마음에 품고 있고, 이를 알게 된 정님(책방 딸)은 깜짝 놀란다. 정님도 정하섭을 여태 마음에 두고 있단 고백을 함. 현 시각 퍼지고 있는 소문이 탐탁지 않은 심재모.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지주들을 설득하는 데에 필요한 서민영을 찾아가지만, 그는 좋은 생각이 아니라며 거절. 김범우를 찾아간 쪽도 마찬가지.
남인태는 순천도립병원에 입원했고, 목포댁은 남편에게 가는길. 친일을 했던 남편은 아내와 자식을 두고 혼자 도망을 갔었는데, 미군정이 시작되자 다시 경찰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상황에 어리둥절했던 것. 그렇게 내 인생은 망했구나, 망연자실하던 것도 잠시, 다시 경찰이 된 남편. 반란 사건 이후 좌천을 가게 된 남편은 반란군 사이 속에 휘말려 부상을 입게 됨. 남인태는 이 상황에 아내를 불러 미리 돈을 장만하게 하려함. 길남과 종남은 집에 남아있고, 어머니는 재판을 받고 풀려나게 된 소화를 데리러 순천으로 간 상태. 지주들은 반란사건에 가담, 연루된 자들에게 소작을 주지 않기로 결심한 소문이 동네 아이들에게까지 들린다. 아이들이 놀리던 칠상이란 아이는 바로 샘골댁과 유서방(강동식에 의해 좌경화된)의 아이. 장칠복이란 사람은 오동평을 찾아감. 꿀을 들고 찾아온 칠복은 소작을 내달라 부탁함. 조성댁은 남편 노덕보를 바라보며 서운상과 얽혀 있는 소작 문제를 고민.
염상구는 외서댁을 감시하던 부하를 닦달중. 외서댁은 친정을 떠나 장흥으로 가고 없음. 이를 듣던 심재모는 외서댁을 데려오지 말라 함. 염상진에게서 지시를 받은 이지숙은 소문을 퍼뜨림. 정 사장을 찾아온 최익달. 그의 형 최익승 앞으로 술도가 소유권을 이전하는 문제에 관해 말을 전하러 온 것. 정 사장은 그런 약조는 없었다고 발뺌.
아래 본부로부터 신호를 받은 염상진은 50명의 부하를 이끌고 벌교를 향한다. 율어에는 안창민과 20여명을 남겨두고, 다른 100명의 병력도 따로 작전을 수행하도록 명령 받는다. 오늘 밤 작전이란 전투 목적이 아닌 유인하여 시간을 오래 끄는 것. 벌교 습격 소식을 듣고 심재모는 병력 대기를 명령함. 염상진네는 설날을 맞아 쌀을 나누어주려 이 작전을 펼쳤던 것. 김범우는 사람들이 군인들과 대치중인 것을 발견하고 인명피해가 날까 걱정함. 그가 나서서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군인들이 쌀가마니를 가져감. 심재모의 사무실에 모인 김범우, 최익달, 윤삼걸, 안재길, 최익도. “그들은 낙안벌ㄹ을 깔고 앉은 지주들이면서 집들이 읍내 안통이 아니라 횡계다리 언저리인 봉림이거나 홍교동이라서 변을 당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김범우는 강도를 당한 것이 아닌 자의로 쌀을 밖에 내다둔 것이라며 그 쌀을 서민영의 야학에 기증하겠다고 말함. 설날. 염상진의 아내 죽산댁과 딸 덕순이도 명절 준비를 한다. 남편의 소식을 듣고 안절부절 불안해보이는 시어머니가 안타까운 죽산댁. 김복동 아내 장흥댁과 노덕보 아내 조성댁도 이춘삼의 집에 가서 명절 준비를 한다.
서민영은 김범우에게 받은 쌀을 떡으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기로 함. 소화를 찾아온 정하섭은 소화 몸 상태를 보고 분노함. 소화는 이런 고초를 겪고도 여전히 정하섭에 대한 마음을 거둘 수가 없다. 유주상, 윤삼걸, 최익도, 최익달이 모여 이야기를 하는데, 세력을 키우자는 제안이 나옴. 셋에게 자리를 주려는 유주상, 그는 총무 자리에 만족을 한다는 말과 함께 셋은 벌교, 보성지구 조직을 결성한 것.
손승호가 생각하는 김범우. “뼈대 앞세우는 가문의식이나 지주 자식으로서의 우월의식 같은 것이 없었으며, 순천중학교의 기질인 고상한 현학취미도 없었으며, 더욱이 일본 유학생들이 감염되어 오는 전염병인 일본식 서구 열등감도 없었다. 그와 우정을 깊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의 그런 격의 없는 태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 전향자는 약속이라도 한 듯 왜 좌익에서 돌아섰는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노파의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둘. 심재모에게도 이야기를 전하고, “2차로 씨 받을 방법까지 강구해서 제가 염상진을 찾아가 동의를 구하는 식으로 하면 어떨까 합니다”라고 김범우가 제안. 김범우는 “그런데 사상이란 것도 사람이 살자고 만든 거니까 그 순서가 사람 다음이고, 그러니까 좌우익 따지기 전에 자기 며느리가 씨받게 해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고 순리라는 그 여자 노인네의 말 앞에서는 아무 할 말이 없어지고 만단 말입니다. 그 말 앞에서는 어떤 군가의 말이나 철학자의 말도 무색해지고 말게 돼 있습니다. 그 말이 바로 철학이고 진리 아닙니까?” 하는 말에 심재모는 설득된 듯. 김범우는 사표를 내고 서울로 가 공부를 할 계획임을 알린다. 논이 딴 사람에게 팔렸단 소식에 강동기, 김복동, 마삼수는 서운상을 찾아가 따짐. 강동기의 폭력으로 서운상이 다치고 말았고, 강동기는 뛰어 도망간다. 하얗게 질린 김복동과 마삼수.
서민영을 찾아온 목사 황순직은 이 곳에 교회를 짓고 싶어 왔으나 다른 곳을 알아보란 조언을 받고 소득없이 떠남. 김복동과 마삼수는 심재모에게 넘겨지고 서운상은 혼수상태가 계속되거나 전신마비가 될 위험이 크다. 하대치는 장터댁에게 이별을 고함. 김범우와 손승호의 대화. 김범우는 영국군 부대에서 미국 하와이 포로 수용소로 옮겨져 갇혀 살게 된다. 그 때 함께 있던 이는 박두병. 그곳에서 미국인이지만 반미 감정을 품고 조국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교포 2세 도라지를 만나게 된다.
유동수, 서인출, 김종연은 모여 대화를 나눔. 강동기가 어디로 도망갔을지 유추하려는데 김종연이 ‘율어’ 라고 대답한다. 서인출은 매형 하대치 생각을 하며 그를 두려워하기도, 부러워하기도 한다.
이지숙과 소화의 첫 만남. 둘은 정하섭, 안창민을 도운 것에 대해 후회를 절대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나눔. 남편 소식을 알지 못한채 불안해하는 남양댁. 심재모는 ‘그 여자‘를 안전히 율어로 보낼 생각을 하는중. 대신 김범우와 조건을 거는데, 이 일과 기본 작전과는 아무 연관이 없으며 임신이 확인되는 즉시 집으로 보낼 것이며 그동안 이념주입은 금지,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 조건이었다. 염상진을 찾아간 김범우. 그도 동의를 하고, 둘은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하면서도 김범우는 허전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곧 서울로 떠날 것이라는 말도 하지 못한 채 돌아가는 그. 윤부자의 아내 송씨는 오동평을 불러 비밀스럽게 작인을 알아와달라 말함. 경찰서장 권병제를 찾아와 청년단장 자리를 요구하는 장 순경.
피보길을 데려가는 하대치. 본명을 밝히지 않고 염치대라는 가명을 사용함. 염상진은 피보길에게 서운상을 해치운 일로 협박하며 재판에 증인으로 가서 본인이 거짓말 한 것을 밝히라고 시킨다. 연애편지를 받은 심재모. 공부를 마무리하러 서울행 기차를 탄 김범우. 전주역에서 문득 박두병을 떠올린다. 그는 법대 다니다가 학병에 끌려나온 처지였는데 서로 가깝게 지내다 언젠가부터 편지에 답장을 하지 않기 시작했고 김범우는 그의 소식이 궁금하다. 임만수는 심재모가 여자를 율어로 들여보낸 것을 알고 트집잡을 생각에 신나있음. 염상구를 찾아가 그것이 빨갱이와 내통한 좌익분자의 소행이지 않겠냐 묻고, 그를 설득해 유주상을 찾아감. 윤삼걸, 최익달까지 합세한 마당에 임만수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최서학과 양효석이 육사로 가기 위해 서울로 떠나기 전 송별회를 벌이는 윤태주와 송성일, 현오종. 남인태는 순천으로 향하는 중 하대치를 마주친다. 서로 총이 없는 상황에서 피하고 마는 둘. 보성에 도착한 염상진 네는 작전을 개시한다.
심재모에게 소식이 들렸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술을 마시던 와중 공격을 당해 군인 열넷, 경찰 열일곱의 사상자를 낸 작전 - 보성 병력의 반을 잃은 심재모는 분노와 허망감으로 가득하다. 외서댁 동무라던 여인이 강동식에게 와서 그의 부인 와서댁이 염상구의 아이를 갖고 저수지에 빠졌다 되살아난 소식을 들려준다. 까맣게 모르고 있던 그는 염상진은 이를 알고 있었을 거라 확신한다. 장흥댁의 남편, 김복동의 홀아버지 김 노인의 사망으로 장례가 열리지만 남편은 보이지 않는다. 남편이 없는 틈을 타 남양댁과 목골댁을 겁탈하는 허출세. 그러나 장흥댁 집에는 찾아가지 않았다.
용공행위로 체포당한 심재모. 임만수는 그 사이 총지휘관 자리를 꿰찬다. 권서장은 그 내막을 알기 위해 수습책에 대해 편지를 부친 후 서민영을 찾아감. 피보길은 집으로 돌아와 서운상의 아내와 그의 동생 서기상에게 내몰림을 당한다. 살인미수범으로 몰려 벌받을 줄 알았던 김복동과 마삼수는 무죄로 풀려난다. 허출세는 둘을 찾아갔다가 빚 못 갚겠단 이야길 듣고 황당해 한다.
서민영은 심재모의 무고를 주장하는 탄원서를 써서 김범우한테 보내어 손이 닿는 데까지 도와야 한다고 이른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손승호. 백남식은 빨갱이 명단을 가져오라 명하는데 염상구가 들어와 서민영이 탄원서를 돌린다는 이야길 한다. 권서장에게는 경찰 병력을 보내서 그 여자의 가족을 다 잡아오란 명령이 떨어짐. 그리하여 잡혀온 손승호, 이지숙, 노 서방 그리고 서민영까지 체포하는데, 읍민들이 일어서는 것을 보고 다시 서민영을 풀어주기로 결심한 그네들.
서민영이 김범우에게 서울신문의 민기홍에게 연락하라 했으나 그가 아는 사람인 국도신문 정치부 기자 이학송을 떠올려 그에게 먼저 전화를 건다. 마침 사회부 기자 민기홍을 알던 이학송이 둘을 연결시켜줌. 그의 부탁은 바로 심재모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주는 것. 심재모는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생각을 하다 서민영과 손승호를 믿기로 한다. 손승호는 코가 부러져 치료를 받아야하는 상황. 보성 경찰서장이 잔칫술을 마시다 기습을 당한 후 문책 당하고 다시 남인태가 돌아오게 되었다. 신임 사령관 백남식의 명령으로 외서댁, 소화, 죽산댁까지 잡혀와 매질을 당한다. 그러다 팔을 물린 백남식은 퉁퉁 부어 결국 째야 했다는 결말. 손승호의 코가 백남식의 짓이었다는 걸 알게된 전원장은 백남식에게 자신도 모르게 싸늘하게 대하고 있었다. 최익승을 다음 선거때 밀어주기로 하는 조건으로 심재모를 풀어달란 부탁을 하게 된 서민영. 최익승을 만나 서약서를 쓰러 가는 길에 고민이 없어보이는 서민영을 보고 의아해 하는 김범우. 최익승은 서민영의 재치에 당하고 만다. “서약서. 본인은 차기 선거에 불출마함과 아울러 최익승 후보를 성심껏 후원할 것을 이에 서약하는 바이다.” 사실 서민영이 출마하면 최익승은 경쟁 상대도 안 될 것이 뻔했음으로.. 며칠 뒤 심재모는 풀려난다. 한편 이학송은 반민특위 본부를 둘러싼 무장경찰에 의해 잡히는데, 특위 사무실로 뛰어간 그는 특위 부위원장 김상돈과 검찰총장이자 특위 검찰청장인 권승렬을 본다. 일개 경찰이 검찰총장에게 총을 겨누고 위협하는 상황을 만든 이는 바로 중부경찰서장 윤기병이었다.
민기홍, 김범우, 이학송이 만남. 술자리 이후 돌아가는 김범우를 발견한 최익달의 큰아들인 최인석과 송경희. 송성일의 누나 경희는 그를 보며 그를 멋지다고 생각함. 그녀는 정하섭에 대한 마음 또한 아버지를 죽인 패거리에 대한 증오감과 이성으로서의 사모감 사이에서 갈등한 적이 있다. 백남식은 손승호에게 국민보도연맹 지부위원장을 맡으라고 명령하지만 거절을 당한다. 국민보도연맹은 비폭력의 방법으로 공산당 활동을 저지, 무력화 시키기 위한 새로운 조직인데, 거절하는 손승호더러 백남식은 당신 사상이 의심스럽다고 소리까지 친다.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손승호는 앞이 꽉 막혀버린 것 같은 암담함을 느끼고 있었다. 두 패로 갈라진 거대한 편싸움의 틈바구니에서 으깨져 죽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꼴을 보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는 선택을 강요하는 폭력이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목숨을 지탱하려면 그것에 굴복해야 했고, 목숨을 포기하려면 그것에 대항해도 좋았다. 두 이데올로기의 충돌을 실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의 구차함을 실감하고 있었다.” 보도연맹원이 될 사람의 명단이 작성되었는데, 전원장, 간호원, 이지숙, 정현동, 소화, 들몰댁까지 경찰에 불려가갔지만 손승호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다. 그 떄 책방주인 문기수가 백남식에게 와서 자수를 하는데 그런 그를 보도연맹 지부위원장으로 임명하게 됨. 안재문, 재용 형제는 농지 개혁때문에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학교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김구의 사망 소식을 들은 김범우와 손승호. 염상진을 떠올린다. “네가 바라는 인간주의는 원시 동굴사회에서도 없었다, 인간이 불가피하게 행사하는 폭력을 인간 역사창조의 동력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폭력 자체로만 경원하는 것이 인간주의인 줄 아느냐, 그건 병든 환상주의고 인간배신주의며 역사반역주의다, 너는 너의 환상적 인간주의에서 결국 인간을 찾지 못할 것이고 만약 그것에 만족할 수 있다면 너 자신이 인간이 아니고 하등동물에 불과하다, 네가 찾는 인간주의는 진정으로 해방된 인간의 자유 속에 있는 게 아니냐, 지금은 그 해방을 찾아가는 혁명의 과정이다, 혁명에 수반되는 폭력을 폭력으로만 보는 병든 눈을 버리고 새롭게 눈을 떠라, 역사는 인간의 것이고 다수 인민의 것이다, 이 분명한 진실을 네가 외면한다면 넌 너를 끝없이 기만하는 부류들과 만나게 되고 넌 영원한 환상주의자로 파멸하게 될 것이다.” 만삭의 외서댁은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이 가득하고, 남양댁은 그런 그녀가 안타까움. 들몰댁은 소화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한 남자를 마주치는데, 외서댁을 떠올린다. 그녀는 그런 꼴은 될 수는 없다며 그 남자가 다가오자 낫을 들고 겁을 주고 도망간다. 죽산댁은 장사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두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그렇게 싫어하던 베틀에 앉아 길쌈을 한다.
이학송을 만나 기자로 취직시켜달란 부탁을 하는 김범우. “신문사라고 해서 절대적 자유가 보장되는 건 아니오. 다 정치적 통제 아래 있소. 기자라는 것도 그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소.”라는 이학송에 “알고 있습니다. 절대자유란 날아가는 새에게도 없는 법입니다. 새는 자연의 통제를 받아야 하니까요. 제가 바라는 건 조금 낫게 보장된 자유 속에서 현실을 살아보고 싶다는 욕심입니다.” 라 대답하는 김범우. 손승호는 기쁨이나 기대보다는 스산함을 느끼고 있었다. 고두만과 양동무의 대화. 양동무는 보초 일이 끝난 후 글공부를 한다. 안창민이 1년 전 만든 책자는 문맹을 없애기 위해 염상진에게 넘겼던 것. 염상진은 안창민을 군당위원장으로 지정하며, 이현상 동지가 지리산에 유격사령부를 구축하며 조직개편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함. 손승호의 소재 파악에 관해 혹시 김범우를 찾아 서울을 간 것은 아닌가 추측하는 둘. 벌교책에는 하대치가 배정 받음. 강동식은 사촌동생 강동기를 찾아가 외서댁에 대한 소식이 사실임을 확인함. 그 길로 하대치를 찾아가려는 강동식을 말리는 강동기는 혹시 벌교책이 못 된 것이 섭해 화풀이를 하는 건 아닌지 의심함.
괴롭힘 당하는 종남이를 구하는 형 길남. 칠상이는 아부지 보고싶다 했다가 어머니 샘골댁에게 혼남. 최익도와 유주상, 염상구는 농지개혁법에 대한 삐라로 골치가 아프다. 청년단장 유주상은 염상구 이름으로 본인 논을 명의변경 해두어도 좋겠냐고 묻고, 염상구는 허락함. 정현동은 술도가를 내어주고 왜식집에 자리 잡음. 농지개혁법에 대해 생각하다 좋은 방안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아진 정사장.
안창민의 재산도 예외는 없었다. 이지숙은 그의 어머니 신 씨에게 소식을 알리는데 덤덤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한다. 다섯 소작인에게 그들이 농사짓던 땅의 소유권을 이전시키기로 결심한 안창민. 무심하게 아들의 다리 걱정하는 신 씨에게 이지숙은 차마 안창민이 중책을 맡았다는 소식은 전하지 못한다. 반면 얼마전 들몰댁에게 하대치의 소식은 기쁘게 들려주었다. 백남식은 윤영부의 집에서 지내는 중. 윤부자의 아내 송씨는 그를 떠받들다시피 함. 송씨의 남편은 횡사한 이후 몇달째 모습을 감췄고, 송씨는 백남식에 대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일을 저지른다. 부대로 복귀한 심재모. 그를 도왔던 이학송과 민기홍에게 감사를 전하려 김범우를 통해 그들에게 연락한다. 민기홍은 연락이 닿지 않고, 나머지 셋과 손승호는 다시 한 번 만나 술을 마시게 된다.
유동수의 딸 옥자는 김종연의 아들 복남이의 낮잠을 깨웠다가 한 살 어린 동생에게 욕을 먹는다. 두 아이는 벌써부터 농사가 지긋지긋하다. 그들의 아버지는 윤부자의 소작인인데 다른 고작인들과 뜻을 모아 지주를 찾아가 매매조건을 협상하려 함. 머리가 좋은 김종연의 말솜씨로 첫번째 조건에 관해 송씨를 설득해냄. 백남식에게 들려오는 계속되는 사건 보고. 김사용 또한 소작인들에게 법대로 땅을 나눠주기로 하는데 그 소문이 퍼져 윤삼걸과 최익달에게까지 들어간다. 그들은 김사용의 결정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둘은 양조장을 세워 동업하기로 한다. 김종연네는 두번째 조건을 거절당했고, 곧 다른 농민들과 거리로 들고 나선다. 임만수의 명령으로 개머리판과 몽둥이를 휘두르는 군인, 경찰, 청년단원. 지켜보던 이지숙은 눈물을 흘린다.
3부 분단과 전쟁
거리로 나섰던 농민들이 잡히고 주모자를 대라고 심문을 받는동안 이지숙은 아내들을 모집해 남편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도록 하는 계획을 세운다. 방 서방의 아내 가실댁과 유동수의 아내 초지댁, 노 서방의 아내와 김종연의 아내, 임 서방의 아내와 서인출의 아내는 거리로 나서는데 권 서장이 그들에게 오늘 석방 계획이 있었으니 집에 돌아가라는 말을 전함. 집에 돌아온 이들과는 다르게 김종연, 유동수 등 7명은 주모자로 지목되어 순천으로 넘겨진다. 농부들의 말을 무시하던 정현동은 농부 12명의 손에 죽임을 당함.
고두만의 어머니 감골댁은 임신한 며느리를 본인 친정에 숨겨 둠. 그녀는 심 사령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순덕이는 도망가고, 그녀의 어머니 나주댁은 순덕의 친구 정님을 찾아가 어디 갔는지 묻는다. 정님은 과연 순덕이 말대로 정하섭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면 본인도 짐을 싸서 나갔을까 생각을 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보도연맹위원장이 되고, 정하섭과는 완전히 엇갈린 인연이라 가능성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정님. 정하섭의 아버지 정사장의 장례에는 사람들이 찾아와 그의 과한 돈욕심에 대해 흉을 봤고, 그 날 정하섭은 서울에서 형사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소화를 떠올리던 정하섭은 어느새 몸을 숨길 곳을 찾아가 밥까지 얻어 먹는다.
아버지의 일로 전 원장을 만난 김범우는 정사장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경찰서장 권병제는 김범우를 찾아와 계엄사령관이 그를 만나길 원한다는 이야길 전한다. 백남식은 김범우를 보자마자 (본인이 위장전향한 빨갱이로 생각하고 있는) 손승호를 당신이 숨겨준 것 아니냐며 캐묻고, 김범우는 그의 태도에 기분이 나빠짐. 다시 나와서 권 서장과 대화를 나누며 동계토벌작전이 벌어질 것이란 소식을 듣고, 김범우는 염상진과 안창민을 떠올리며 소름 끼침을 느낀다. 이를 바라보는 염상구는 김범우가 백남식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것을 보며 분함을 느낀다. 강동기와 함께 내려온 그의 형 강동식은 염상구에게 총을 쏘고 본인도 염상구의 총구에 부상을 당하고, 결국 동생의 등 뒤에서 숨을 거둔다. 그대로 산을 두 개를 더 돌고 안전지대에 다다라서야 쓰러지는 강동기. 외서댁은 남편의 사망 소식에 혼절을 하고 말았다. 법일스님을 만난 김범우는 그가 불문을 떠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김범우도 두어 달 전부터 기자생활을 하며 통신사에 근무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아버지에게 감추고 있는 죄의식을 다소나마 씻어내고 있었다.
심재모에게 본인이 손수건을 줬던 여성이란 것을 밝히는 순덕. 그런 그녀와 함께 당분간 같이 지내게 된 심재모. 아이를 낳은 외서댁은 남편 생각을 한다. 그녀의 어머니 밤골댁은 염상구의 어머니 호산댁 앞에 아이를 내려놓는데 젖을 먹여야 하지 않겠냐며 호산댁이 거듭 사과하며 부탁을 해댄다. 찾아온 어머니에게서 새 아이 소식을 들은 염상구는 외서댁의 가슴에 너무 큰 못을 박았다는 죄책감에 사로 잡힌다. 그대로 외서댁을 찾아간 그는 외서댁에게 장사라도 할 밑천을 장만이라고 해주려 한다고 제안.
정사장의 씻김굿을 해주기로 한 소화에게 이지숙은 손대잡이 (망자의 혼을 불러 가족에게 망자의 소원, 뜻을 전하는 것)를 해서 농지개혁때 작인들에게 넘겨주라는 내용을 끼워주길 부탁한다. 이 둘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열정을 쏟는 모습에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본인을 이지숙과 비교를 하며 주눅이 드는 소화에게 이지숙은 “소화 씨는 저보다 훨씬 더 남을 위해 사는지도 몰라요. 그날 굿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어요. …소화 씨와 저는 조금치도 차이가 나지 않게 똑같은 입장에 있는 겁니다. 이번 굿에서 제 부탁을 들어준 게 바로 그 증겁니다. 저는 굿을 전혀 모르니까 그 일을 해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드는지에 대해서도 또한 모릅니다. 그러나 소화 씨가 한 일은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습니까. 그건 제가 칠팔 년 동안 한 일보다 더 큰 성과입니다. 세상에 어느 당골이 그런 부탁을 받아들이겠어요. 그런 부탁을 선뜻 받아들이고, 실행에 옮긴 소화 씨는 이미 우리의 동지입니다. 그런 행동의 실천은 억압받는 사람, 착취당하는 사람, 그래서 억울하고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아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편이 되려는 자각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소화 씨는 앞으로도 계속 그 마음을 키워나가고 넓혀나가면 저와도 더 친한 동무가 될 수 있습니다. … 소화 씨, 스스로를 자꾸 그렇게 낮춰서 생각하지 마세요. 우린 사람의 직업을 차별하거나 가리지 않습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우린 기본출을 더 필요로 합니다. 지금 전사들 중에 당골의 아들이나 백정의 아들이 얼마나 많고 그들이 또 얼마나 당당하게 투쟁하고 있는지 아십니까. 천대와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열성으로 일하느냐가 중요할 뿐입니다. 소화 씨는 자각에 따라 벌써 그 일을 해냈고,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하면 됩니다. 소화 씨의 그런 자각적 행동을 알면 정하섭 씨도 아주 반가워하고 기뻐할 겁니다.” 라고 말한다. 백남식은 세 군인의 탈영으로 분노하고, 그 중 한 명인 한동일은 오판돌과 첫 인사를 나눈다.
작전 개시 준비 중인 백남식의 부대. 계속되는 전투에 사상자는 늘어가고.. 고민이 많아지는 염상진.
남서장과 백남식의 대화. 이근술이라는 사람을 지서주임으로 앉혔다는 소식을 들은 백남식. 율어 지서가 비워서 사람을 채워야 했는데, 이 사람 저 사람 다 거절을 하던 와중 이근술 지서장이 자원을 했다. 순천에 다녀오는 서민영은 염상구를 만나고, 그는 재판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묻지만 서민영은 그냥 지나친다. 염상구는 아이를 데려오고, 외서댁을 장흥으로 떠나도록 돕는다. 김종연과 서인출 등은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지주의 편에 선 오동평을 만난 셋. 막걸리를 대접하더니 그들에게 지주 집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설득하려한다. 김종연, 서인출, 유동수는 끝까지 싸우겠다며 자리를 차고 일어남.
총 맞아 죽은 여인의 시체를 발견한 심재모. 도당을 구하라는 전갈을 받은 염상진은 사람을 모으는데 겨우 18명. 부상당한 몸으로 이틀간 산길 150리를 걸어온 정하섭을 드디어 만난 소화는 눈물을 참지 못한다. 염상진에게 받은 쪽지를 소화에게 건네는데, 거기에는 전원장에게 정하섭을 부탁하는 말이 적혀있었다. 1950년 2월 5일 계엄령 해제 (실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첫 비상계엄은 여수-순천 사건을 계기로 선포되어 1949년 2월 5일에 해제). 강동기 아내 남양댁은 남편 생각, 외서댁 생각에 설 차례상이 더 외롭게 느껴짐. 그녀를 챙겨주는 장흥댁과 목골댁. 샘골댁에게 찾아온 청년단원들은 보도연맹에 가입하라고 강요를 함.
남로당의 최고급 간부들이 검거되었다는 소식. 문학가동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취조받는 이학송은 빨갱이라고 의심을 받고 있고, 기자인 김범우는 면회조차 갈 수가 없었다. 예당댁의 남편은 정현동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당했고, 양효석을 따라 육사에 진학한 현오봉은 그가 송경희를 만나러 간다는 이야길 들음. 송경희를 만난 양효석은 그에게 편지 보내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고 돌아 나가고, 양효석은 나쁜 마음을 먹는다. 들몰댁은 아픈 작은 아들 종남이를 돌보고 소화는 그들을 병원에 가게 한다. 길남이가 아버지에 대해 쓴 글을 읽고 마음이 아파와 그를 꼭 안아주는 소화. 국회의원 후보 4번 최익승은 서민영을 찾아가 찬조연설을 한 번만 해달라고 부탁했다가 거절 당함. 3번 무소속인 안창배는 변호사를 했던 경력이 있지만 최익승에게 질까 두려워 서민영을 찾아가는데, 찬조연설을 선뜻 해주겠다 약속하는 서민영. 그리고 개표 결과, 안창배의 승.
<친일문학과 민족정신의 훼손> 책 편집을 하고 교정을 보았던 손승호가 경찰에 끌려가고 김범우는 면회 거절을 당하는 중. 남원장 춘심이는 임만수의 아이를 가졌다며 그를 붙잡는다. 염상구에게 도와달라 하지만 정작 그는 임만수더러 춘심이 부르는 값 쌀 열가마니 값을 주거나 여기에 남으라고 한다. 말자, 아니 연희를 만난 백남식. 둘은 녹동으로 향하는데… 이근술은 하대치와 다른 인물이 보리쌀을 가져갔단 소식을 듣게 됨. 그는 억지로 트집 잡아 누구를 빨갱이로 몰아갈 생각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과의 경찰 노릇에 염증을 느끼고… 딸에게 이야기를 들은 연희의 엄마는 백남식을 찾아와 책임지라고 한다. 결혼을 약속 받는 대신 재산의 절반을 떼어주게 된 연희네. 심재모에게서 받은 김범우의 편지에는 순덕에 대한 이야기가 써있다. 송경희는 손승호와 함께 살고 있는 김범우를 찾아뵙고 싶다며 집으로 찾아오기까지 했었고, 그런 송경희에게 김범우는 무교양하고 절제없는 그녀의 모습에 질색한다.
남침 소식을 들은 이지숙은 승리감을 느낀다. 소화를 찾아가 보도연맹에 가입한 그녀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들몰댁 식구와 함께 피하라고 이른다. 풀려난 이학송과 손승호. 손승호는 경찰이 작성한 본인이 남로당 프락치라고 말하는 조서에 지장을 누르고야 말았다. 사실은 이학송도 전향서를 쓰고야 만 것. 집에 돌아간 손승호와 김범우는 송경희를 만난다. 그녀가 한강 다리 건너 서울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 김범우. 송경희가 감사의 인사를 하며 사랑한다고 고백하는데, 아내가 있는 몸이지만 김범우 그도 결국…
순덕은 심재모가 나을 때까지 돌봐주었으나 삼팔선 부근으로 이동될 것 같던 그의 부대와 함께 떠나며 순덕에게 결혼같은 약속은 하지 못한 채 나온다. 권 서장은 서민영이 이지숙의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취조하고, 별로 알아낼 게 없던 나머지 전 원장을 취조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에게서도 근거를 찾아낼 수는 없었다. 유치장에 있던 모두가 총살을 당하는 상황. 정부는 계속 뒤로 밀려 대구까지 갔다. 송경희는 걸어서 서울을 떠나며 김범우 생각을 한다. 김범우는 그녀에게 임꺽정을 쓴 홍명희 선생 이야기를 하고, 송경희는 이해할 수 없는 김범우란 사람을 이해하려 하며 생각에 빠져있다. 사실 그녀는 김범우를 찾아가기 전 최익승의 조카, 그녀에게 사랑한다 말하던 최인석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을 당했던 것. 광주에 간 심재모는 학도병을 모집하고, 형사부장 장길춘은 송성일을 (돈받고) 빼주려고 하는데, 그는 대뜸 자원하겠다고 한다. 아버지를 죽인 공산당을 용납할 수 없는 송성일과 아들을 그들에게 또 내어줄 수는 없는 어머니. 심재모는 김범우가 아직 내려오지 않았다는 소식과 동시에 (그가 좌익이라고 믿고 있는) 손승호와 함께 하숙을 해왔다는 이야기도 듣게 됨. 나주댁 집을 찾아가 순덕이가 있는지 묻는 심재모, 하지만 그녀는 집에 없었다.
대전 점령 소식. 이학송은 이원조 편집국장을 만나 그의 기사 결말을 좀 다르게 쓸 것을 제안받는다. “이학송은 원고지 마지막장을 펼쳤다. 자신은 기자생활을 통해 남다르게 굵은 역사적 사건들의 기사나 취재기를 많이 쓴 편이었다. 그건 우연이 아니라 스스로 자청한 결과였다. 그건 1차로 정권의 정치조작을 방관할 수 없어서였고, 2차로 신문들의 무책임한 동조를 묵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자로서 역사·사회적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의식은 그 다음이었다. 그러나 그 일은 그렇게 쉽지 않았었다. 4·3사건에 대해서도, 여순사건에 대해서도 신문들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사실을 조작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데 열중해 있었다. 왜 민중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섰는가에 대한 진짜 원인을 외면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군 순양함이 제주도를 빙빙 돌며 항해하고, 비행기들이 한라산 위를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눈에 번히 보이는 상황조차 쓰지 않은 채 반기를 든 민중을 ‘폭도’로 몰아붙이는 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기는 여순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그런 것들을 어떤 방법으로든 사실대로 써내려고 몸부림했고, 그러다 보니 차츰 수사기관의 미움을 독차지하다시피 되었던 것이다. 이학송은 담배를 잉끄려 껐다. 그리고 새 원고지를 끌어당겨 만년필을 힘주어 잡았다.”
남양댁은 남편 강동기를 오랜만에 보고 눈물을 흘린다. 집에 돌아가 어머니 호산댁을 뵙고 아이들을 보러 향하는 염상진.
김범우는 손승호를 따라 서울을 떠날 생각을 이학송에게 알린다. 최서학이 배속된 의용군부대는 야간행군을 하며 전주를 지나고 있다.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혐오하는 그는 전쟁이 터지자마자 당숙 최익승을 찾아갔으나 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양효석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군대에 합류한 그는 집까지 다다라서 탈출을 감행한다. 인민군 군관이 된 김범우의 형 김범준을 만난 서민영. 그리고 그는 본가에 간다. 어머니 이씨에게 김범준은 “남자 한평생을 거는 일이라서 제 나름대로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것입니다. 사상의 선택이라는 것은 일제치하의 독립운동과 달라서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가 없고, 입장과 관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것이 더 인간을 위해 정의로운 것인지, 어떤 것이 더 인간의 삶을 인간답게 개혁하는 힘인 것인지, 어떤 것이 더 인간의 역사발전을 도모하는 필연법칙인 것인지는 자명하게 판가름나 있습니다. 제가 택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버님께서 납득이 곤란하시더라도 그 점만큼은 접어주셨으면 합니다,” 말하고, 그에 어머니는 “그래, 누가 더 옳은지는 세월이 지내가봐야 알 일이고, 지금은 서로 총을 맞댄 어지러운 세상이다. 사람이 권세를 지녔을 적에 그것을 여러 사람을 위해 쓰면 겸손해지고, 자기를 위해 쓰면 교만해지는 법이니라. 실인심하지 않도록 하거라”며 가르친다. 소화는 염상진에게 정하섭을 벌교로 옮기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이를 들어주게 된 염상진. 주인 이춘삼을 머슴 지삼봉이 살인하는 사건이 생기고, 염상진은 인민으로써 모범적 실천을 보이지 못한 그를 잡아들인다. 투쟁 중 죽은 고두만의 아내 감골댁을 찾아간 염상진은 태어난 아이가 아들(손자)이라는 소식을 확인한다.
처형 당하는 윤태주, 지삼봉, 오칠성. 한반도에 들어온 미국 비행기. 서울에서 내려온 김범우를 만난 법일스님. 예비검속으로 순천에서는 아이들까지 다 죽었다는 이야길 듣는다. 법일스님의 시점에서 본 공산주의란: “서청에 몸을 상할 대로 상하고, 고향땅을 등지고, 모든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 앞에서 피난짐을 싸야 하는 것이 나 같은 사람의 곤궁함이고, 또한 한계겠지요. 그래서 난 애초에 사회주의 개혁사회 정도를 이상으로 삼았던 거구요. … 공산주의가 그들의 신념이라면 종교로서의 인간인식은 나의 신념이요. 난 그 사회에서 버림받겠지요. 그러나 인간이 물질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존재인 한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결코 버려지는 것이 아니오.”
광주에서 소화와 같이 지내던 정하섭은 평양으로 떠나게 됨. 마지막 저녁, 겸상을 하며 소화는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소화가 임신했었던 사실을 알지 못하는 정하섭. 남편이 돌아와 얼굴꽃이 핀 들몰댁은 소화와도 이별을 하게 됨. 죽산댁은 이지숙이 여러 번 찾아와도 여맹 가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친일파, 민족반역자를 처단하자는 연설을 하며 사람들을 이끄는 염상진. 총상을 입은 최서학은 다친 다리를 이끌고 가다 어느 집에서 밥을 얻어먹게 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은 정부가 부산까지 밀리고 말았다는 소식.
장흥에서 돌아온 외서댁은 여맹에 가입하려 마음을 굳혔고, 동서 남양댁은 이미 가입해 활동 중이다. 이지숙은 남양댁, 목골댁이 성범죄 피해자라는 것을 눈치채고 여성의 인권보호를 위해 본인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염상진과 안창민에게 이를 알리고, 허출세는 재판 후 총살을 당하게 된다. 김범우는 손승호의 말대로 도당 조직부장 박두병이란 사람을 찾아감. 셋은 오랜만에 회포를 푼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염상진.
김범우: “뭔가 좀 생각할 줄 안다는 사람들이 우리 민족문제를 생각하면서 미국이란 존재를 너무 가볍게, 너무 소홀하게 취급하는 걸 난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미국이란 존재의 속성과 그 영향력을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보면 내 생각이나 태도가 금방 이해될 거네. 미국은 절대 간단한 나라가 아니고, 이학송 선배 말을 흉내내자면, 미국은 우리 민족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두고두고 풀어야 할 숙제가 될걸세.” 손승호: “헌데, 미국이 그렇게도 문젤까? 자네가 너무 과대평가하는 건 아닐까?” 김범우: “그랬으면 좋겠네만 그렇지가 않으니 문제네. 미군과 쏘련군이 이 땅에서 철군을 했는데 그 차이가 뭔 줄 아나? 쏘련군은 그냥 다 물러갔는데 미군은 500명의 군사고문단을 남겼다는 사실이네. 그거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는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흐지부지 잊어버리게 되지 않았나. 그런데 그 군사고문단의 구성이나 의미는 무엇인가. 그들은 거의가 장교들로 이루어졌고, 미국은 남쪽땅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표시였네. 유사시에 그 장교들 밑에 사병들만 갖다붙이면 그대로 전투병력이 되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실제로, 미국은 며칠 만에 전쟁에 개입했었지? 문제는, 미국을 과대평가가 아니라 과소평가한 데 있는 것이네. 적을 과대평가해서 패하는 것이나 과소평가해서 패하는 것이나 똑같은 어리석음이라고 케케묵은 손자병법에서 말하고 있지 않던가? 보게, 며칠 전에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에서 유엔을 상대로 조선인민의 성명서를 냈는데, 열다섯 살 이상의 조선인민 중에서 1,330만 명이 서명한 압도적 다수의 인민의 의지를 중시하고 유엔은 그 헌장에 입각해서 조선에 대한 미국의 무력간섭을 즉각 중지하고 조선으로부터 외국군대를 철거시킬 방안을 강구하라는 게 그 내용인데, 자네 생각엔 그게 실현될 것 같은가?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해봤자 어림도 없는 소리네. 미국이란 나라가 그런 성명서 하나로 물러날 것 같았으면 애초에 전쟁에 뛰어들지 않았을 거네. 그리고 유엔이라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미국의 힘으로 만들어져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 있는 것이야 세상이 다 아는 일 아닌가. 물론 당에서 그런 성명서를 낸 건 미국이 물러갈 것을 기대해서라기보다 남의 민족문제에 무력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미국의 만행을 세계여론에 알리자는 목적이 더 크겠지만 말야.” 율어지서장 이근술이 체포되고, 그의 배려로 죽음을 면했던 이들이 구명운동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는 염상진. “군내에서 유일하게 예비검속이라는 만행을 저지르지 않은 율어지서장이 바로 율어에 여태껏 숨어 있었다니! 군당으로 되돌아와서 율어의 소식을 들었을 때, 아, 그런 경찰관도 있었나! 하는 놀라움과 감동을 느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어째서 혼자 숨어 있었단 말인가. 염상진이 직감적으로 가진 의문이었다. 의문은 직감적이었지만 해답은 직감적이지 못했다.” 김범준과 만난 염상진은 혁명투사와 함께 걷는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오른다. “저 어지러운 난장판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을 것인가……. 이학송은 어금니를 맞물었다. 저건 민간인들마저 적으로 취급해 버리는 초토화작전이었다. 풍부한 물량을 이용해 모든 것을 불 질러 태워 가루로 만들고, 재로 만들어버리는 작전—인천은 위로 불바다가, 아래로는 피바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쟁은 명분으로 시작되어 광적인 살인과 파괴를 거친 다음 잿더미로 끝난다……. ”
박대위란 사람은 최익승을 만나 미군 물건 해먹자는 제안을 받음. 박두병과 손승호와 시간을 보내는 “김범우는 자신이 염려했던 예상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 허망하고도 안타까웠다. 미국은 결국 막강한 화력을 동원해 한 민족이 스스로의 삶을 위해 가려고 하는 길을 자기네들의 이익을 위해 가로막고, 동강내고, 좌절시키고 있었다.” 전주에 도착했다가 후퇴가 시작됨을 눈치챈 김범우. 이미 손승호는 가고 없었고, 본인에게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떠난 박두병과 손승호에게 화가 난 김범우는 집으로 갈 결정을 한다. 포천으로 향하는 이학송. 그리고 현오봉의 국방군 부대는 선발대로 낙동강을 건너간다. 염상진은 북으로 후퇴준비를 지시하고, 300명이 넘는 행렬이 낙안을 향한다.
“사람의 고통 중에서 제일 큰 고통이 죽는 고통일 것입니다. 그런데 죽는 데도 병들어 죽는 고통과 매 맞아 죽는 고통과 굶어서 죽는 고통이 있는데, 그중에서 아마 제일 서럽고 큰 고통이 굶어서 죽는 고통이 아닐까 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평생을 산다는 것은 굶어서 죽는 고통의 연습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 고통 앞에 부처님 말씀이 아무리 좋다 한들 무슨 위안이 되겠습니까. 배부른 사람들은 사나흘만 굶어보면 배고픈 고통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금방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런 다음 마음을 고쳐먹어야 합니다. 그것이 불심이지 따로 불심이 어디 있는 겁니까. 나눌 수 있는 자가 욕심을 덜 갖고 나누려는 것이 해결방법이지,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에게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해결방법이 아닙니다. 서로 나누는 것, 그것이 서로가 화평을 누리며 서로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 아닙니까. 자연의 섭리가 바로 화평이고 균등입니다. 물이 낮은 곳과 빈 곳을 채워 언제나 수평을 이루는 이치가 그것입니다. 그 원리가 깨짐으로 해서 빼앗긴 사람들은 빼앗은 사람들에게 대들 수밖에 없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나누려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결국에는 모든 것을, 목숨까지도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 날, 떠나려 했던 모든 이들이 사방에 길이 다 막혀 돌아와 우물에 몸을 던져 죽은 채로 발견이 된다. 빨치산이 된 손승호는 서민영, 이학송, 김범우, 그리고 어머니와 동생들을 떠올린다.
민기홍의 시점.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한다. 최익달과 윤삼걸은 후퇴하는 경찰들을 따라갔는데 배를 타고 섬으로 피난 가려다 실패를 함. 염상구는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최서학을 만남. 미군이 죄없는 이들을 겁탈하려는 장면을 보고 그들의 상사에게 알렸다가 영어 실력에 의문을 갖게된 그에 의해 스파이 취급을 받는다. 일본을 무찌르기 위한 미국의 스파이 OSS였다는 사실을 알린 김범우에게 일자리를 권하는 미군.
김미선과 이학송 외 <해방일보> 일행은 군을 만나기도, 부상병과 시체를 마주치기도 한다. 미군의 개입 이후 무질서하게 흩어지는 하부조직 때문에 걱정이 많아진 염상진은 만나는 동무마다 이야기를 전하고, 곧 상황이 나아질거라 믿으며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심재모가 말없이 떠난 것에 대한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는 순덕. 미군이 여자들을 범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굿까지 하는 여자들.
평양에 다다른 이학송과 김미선. 전차를 운전하는 여자를 보며 남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남녀평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 김범우는 전주에서 바로 서울로 보내져 검사를 받은 후 “CIC의 통역을 해야 한다고 결정이 나버리자 끄때의 일이 엄청난 후회로 고정되어 버리고, 자신의 행동이 더없이 경솔했던 것으로 결말이 나고 말았다. 두 여자의 정조의 가치와, 정보통역으로 저질러야 하는 잘못과… 그 일이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 알았더라면 두 여자가 추행당하는 것을 단호히 외면했을 것이다. 김범우는 그동안 별 식욕이 없던 입맛을 완전히 잃었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학교로 돌아온 선우진은 본인이 이제 특무대(전투부대가 아닌 수사대)라며, 학생 김광식에게 언제부터 빨갱이 짓을 했냐며 묻는다. 그러고는 학생에게 전기고문을 시작함. “온몸을 난자 당해 병원에서 두 달 동안 고통에 시달렸던 일이 현실로 펼쳐졌다. 그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건 기억일 수가 없었다. 그건 지난 일일 수도 없었다. 공산주의를 척결하지 않는 한 그건 오로지 현실일 뿐이었다. 육체적 고통 위에 정신적 고통까지 겹쳐졌던 그때를 그는 절대로 과거라는 시간 속으로 흘려보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때를 현재로 잡아두기 위해서 교직을 버리고 특무대원이 된 것이었다. 온몸을 칼질당한 고통도 고통이었지만, 알몸으로 삼팔선을 쫓겨 넘어와서도 그런 꼴을 당했다는 것이 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이북공산당에게는 집안을 파괴당하고 재산을 탈취당했는데, 이남공산당에게는 마지막 남은 목숨까지 잃을 뻔했던 것이다. 삼팔선을 넘으며 품었던 원통함과 분함이 절망과 낙담으로 바뀌었다. 내가 살 수 있는 땅은 도대체 어디인가..... 그 어디에도 어둠뿐인 참담한 절망 감에서 헤어날 길이 없었다. 그리고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원한과 증오는 깊어질 뿐이었다. 그놈들에게 원수를 갚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는 심정이었다. 언제까지 당하고만 있을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다친 상태에서 고향선배 송지운을 만나 특무대에 들어올 것을 권유받았던 것이 계기. 헌병으로서 벌교에 돌아온 백남식은 임신한 연희를 만나러 간다. 둘은 다음날 식을 올리기로 함.
김미선은 정신을 잃고 만다. 그를 돌보기 위해 잠시 쉬었다가 가기로 한 이학송과 박영감. 깨어난 김미선은 이학송에게 “이 동무는 너무 이론이 정연하고, 당사업에도 아주 열성인데 왜 당원이 아니죠?” 라는 질문을 하고, 추천인이 되어주겠다고 함. 다시 북으로 향하는 둘. 중국어를 듣고서 중국이 전쟁에 개입했단 소식에 기뻐하며, 끝내 만포에 도착해 이원조를 만난다.
현오봉은 너무 쉽게 처리된 작전을 마무리하려던 찰나, 엄청난 수의 적진을 발견한다. 그의 연대는 전멸하고, 이틀 뒤 UN군사령관 맥아더는 ‘중공군의 월경 성명’을 발표한다.
4부 전쟁과 분단
압록강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이학송. 취재활동을 시작하여 이런저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러다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벌교 사람임을 밝히자 그는 혹시 김범우를 아는지 물어온 그 남자는 바로 정하섭이었다.
김범우는 통역 이외의 어떤 다른 명령도 따르지 않겠다며 미군의 명령을 거절한다. 그러다 주리안 토스들이라는 사람을 만나, 미군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듣게 됨. "투항자가 갈수록 늘어? 그 말이 무슨 넝쿨처럼 김범우의 의식을 감아돌고 있었다. ‘아시아인은 미국인과 동등하지 않다. 아시아인은 인간이 아니며, 인간 이하의 존재다….우리는 동물을 죽이는 것과 같은 이유로 그들을 죽이는 것이며, 우리는 동물을 죽일 때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 것 과 마찬가지로 결코 그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말도 또 하나의 넝쿨줄기가 되어 김범우의 의식을 감아오르고 있었다.”
김범우는 탈출을 감행하고, 걷던 중 인민군을 만나 투항을 함. 이념적으로 극명하게 대립하는 권 서장과 이근술 지서장. 이근술은 권서장의 예비 검속(사전 구금)을 집행하려고 함. 요즘 뜸했던 염상구를 서로 부르는 권 서장.
지구 정치위원인 안창민은 정치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염상구는 윤태주의 여동생 윤옥자를 보고 말을 걸고, 그녀는 염상구를 두려워하는 눈치.
인민군신문에서 신문 발행을 중단할 수 없다며 기자들의 이동을 막았지만, 점차적으로 기자들을 다시 서울로 보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이원조와 이학송은 가장 먼저 가게 되었고, 김미선은 눈물을 훔친다. 민기홍은 가족을 데리고 부산으로 떠날 피난짐을 챙긴다. 떠나던 중 젊은 남자들이 국민방위군으로 끌려가는 상황을 목격하는 그들. 돌아온 집에 아내와 두 아이가 없다는 사실에 이학송은 충격을 받는다. 이웃에게서 들은 아내가 잡혀갔다는 소식, 그리고 두 아이는 엄마를 찾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했다는 이야기. 인민군복을 입은 김범우와 만난 이학송.
양효석을 비롯한 군인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통비분자 색출심사를 핑계로 학살을 벌인다.
김미선도 곧 서울에 돌아온다. 이학송은 본인의 아내의 생사에 대해서 알아내긴 진작에 포기를 했지만, 김미선의 세 아이의 행방을 그녀와 함께 찾아다닌다. 친정어머니와 함께 있던 두 아이는 빼짝 말라있었다. 서울을 떠나려는 이학송과 무리, 하지만 김미선은 함께 떠나지 않기로 한다. 교육대에서 데모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는 심재모. 그는 소위의 구타살인사건 이후 국민방위군 교육대장으로 좌천을 당했던 그.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영양실조 상태에 반 이상이 동상환자였고, 의식주는 물론 의무 시설 또한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않은 ‘난민수용소’에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것. 예산 문제로 상부와 실랑이를 벌이던 심재모는 동부전선으로 전출 명령을 받는다.
소화, 들몰댁, 외서댁은 이지숙과 함께 후방부 여성대원으로서 전장에 있는 남자들을 보조하는 일(바느질, 요리)을 한다. 외서댁은 남편의 원수를 갚겠다며 부대에 배치될 준비를 위해 군사학교를 떠난지 4개월, 들몰댁과 소화는 여느때처럼 바느질을 하던 중 군인들에게 잡혀간다. 양효석의 어머니 된재댁은 군인된 아들이 자랑스럽다. 보성군수 김달수, 보성 경찰서장 남인태를 만난 양효석. 텃세 부리려던 최익달은 별 할 일 없던 직책을 잃기까지 한다. 거점이 노출되어 들몰댁과 소화가 잡혀간 것을 알게 된 오판돌은 눈이 뒤집힌다.
심재모는 노무자 중에 벌교 사람 노덕보를 만난다. 혹시라도 순덕의 소식을 알까 궁금해하던 심재모. 곧이어 이어지는 38선이북으로의 진격명령. 소화를 건드렸다가 본인이 화를 입었다고 믿어온 염상구는 들몰댁과 소화를 본인에게 넘겨달란 이야기를 했다가 남인태에게 거절을 당함. 양효석을 구슬려 두 여자를 벌교로 옮기게 한 염상구는 남인태가 소화를 매타작하는 대신 손톱 고문을 한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둘은 재차 순천재판소로 넘겨가게 되고, 양효석의 관대함에 대해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잡혀온 윤옥자는 죽음을 피하기 위해 염상구의 아내가 되기로 동의한다. 한편 송경희에 대한 복수심을 품은 양효석은 방위군에서 탈주한 송성일을 잡아채기로 결심한다. 그러다 긴급명령으로 부대 이동을 하게 된 양효석. 김범우의 아버지 김사용의 별세로 마음이 쓰인 염상진은 당의 허락을 받아 김범준의 아버지 장례를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대치의 부대에서는 김복동부터 시작해 많은 인원이 열을 앓으며 쓰러지기 시작한다. 손승호 또한 여기저기 퍼지는 전염병에 걸리고 만다. 재귀열의 등장으로 여기저기서 위생교육이 시작된다.
들몰댁과 소화는 5년형을 받고 기뻐한다. 정하섭을 그리워하는 소화. 길남은 학교에서 빨갱이 자식이라고 따돌림을 당하는데, 그런 길남을 담임 선생님은 잘 챙겨준다. 어느 날 화장실을 갔다가 명순이라는 아이가 빨갱이의 자식이라고 다른 남자애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도와주는데, 주머니에 고이 넣어뒀던 사탕이 부서졌는데도 길남은 싸움한 것이 후회스럽지는 않았다. 길남의 선생님은 그놈들이 나쁜 놈들이다, 말해주고 길남은 코끝이 찡함을 느낀다.
천점바구는 꽤 오래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중학교 졸업반까지 다녔던 김혜자에게 수정받고는 한다. 그리고 김혜자의 천점바구에 대한 마음을 알아채는 외서댁. 문화부 중대장 조원제의 성과는 신문에도 실린다. 현재 18살인 그는 원래 나이 제한으로 현재 직책을 맡을 수가 없었는데, 이태식과 출판과장 (조원제의 중학교 교장)까지 합세해 그를 설득하여, 조원제의 능력을 최대치로 써먹어보자 한 것. 그리고 염상구의 결혼.
손승호는 박두병을 찾아가 전출자명단에서 본인을 빼달라고 부탁. 현재 도당 위에 유격사령부가 올라앉게 된 조직개편에 대한 걱정을 하는 박두병. 손승호는 이현상처럼 영웅적이고 신화적인 투쟁을 해온 이가 어떻게 이러한 과오와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그 후 솥뚜껑 동무에게서 인삼과 편지가 전달되고, 손승호는 눈물을 흘린다.
북행, 혁명을 계속하는 대신 자식들을 살리기 위해 한 결정에 대한 대가로 김미선은 사형 판결을 받는다. 갇혀있던 그녀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수기로 작성하고 공산주의를 뒤로 하는 대가로 풀어주겠다고 제안하는 소설가 ‘이아무개’. 미국과 소련 간에 휴전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수기는 가명으로 내주겠다고 제안까지 오자 김미선은 아이들을 위해 제안을 받아들인다. 순덕이를 찾아간 심재모는 그녀가 떠났단 사실을 알게 된다.
손승호는 박두병과 솥뚜껑의 추천으로 당원이 되기를 결심. 하지만 곧 솥뚜껑 동무가 수류탄에 맞아 목숨이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남해여단장 박달이 죽었다는 소식. 천점바구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외서댁은 시시닥거리 그만하고 뒤에 숨어 앞에 나선 어린 총각과 여자들만 죽어나게 만든 장군이 죽어도 쌌다는 말을 한다. 옆 동네 강동기네 부대에선 강동기가 이북 출신인 문화부 중대장 한상근을 죽이겠다고 난리를 피우던 중 하대치가 나와 말린다. 군사일꾼과 정치일꾼, 그리고 이북 출신과 이남 출신 사이의 장벽이 여전했던 만큼 강동기의 행동은 큰 질책을 받는다. 빨치산의 당적 처벌 5단계 중 4단계에 해당하는 엄중경고를 받은 한상근과 3단계 경고를 받은 강동기. 한상근의 자리는 곧 다른 인물로 교체된다. 노무자로 끌려간 노덕보가 전선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아내 조성댁. 남편 김복동이 재귀열로 죽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한 장흥댁은 서로 외롭게 된 처지에 동질감을 느끼는 듯하다. 소화는 아들을 낳는다. 아이의 이름을 민승으로 짓고 울면서 아이를 조무에게 건넨다.
최익승과 박 소령 사이의 은밀한 거래. 서민영은 이근술을 찾아가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해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한다. 전 원장과 서민영의 대화. 서민영은 어쨌든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믿는다. 전원장: "그런데 말씀입니다, 의사들 중에도 좌익사상을 갖고 있다가 입산한 사람들이 적지 않 은데요, 저처럼 아무 편도 들지 않고 이렇게 사는 게 혹시 잘못된 일은 아닌가요?” 서민영: "글쎄요, 그렇게 살기는 나도 마찬가지지요. 허나 그렇 게 사는 것을 옳다, 그르다 하고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전쟁에서는 특히 그렇 지요. 무슨 말인가 하면, 전쟁이란 대개 국가 대 국가가 싸 우는 것이고, 그럴 때는 적과 아군이 분명하게 구분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전쟁은 이념이 작용하고 있는 같은 민족끼리의 전쟁이면서, 또 남과 북이 똑같이 외국군대가 개입된 국제전이거든요. 이런 복잡한 양상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도 여러 갈래로 얽힐 수밖에 없 는 거지요. 전쟁은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이고, 이번 전쟁에서 도 그 편갈이는 표나게 나타났지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전 원장님이나 나 같은 사람들이 적잖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건 그게 이념적 민족전쟁이기 때문입니다. 친일반민족세력 으로 이루어진 이승만 정권이야 절대로 옳을 수 없고, 그렇 다고 무작정 공산주의를 지지할 수도 없고, 그런 입장에 있 는 사람들을 한 묶음으로 정치적으로는 중도파라고 부르는 데, 그런 사람들은 결국 양쪽에서 다 환영받을 수가 없지요. 그런데 이번 전쟁을 계기로 그런 사람들도 많이 양쪽으로 갈라지게 되고, 전쟁 전에 있었던 중도파란 이제 없어진 것 이나 다름없다고 봐야죠.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어느 편도 안 들었다고 해서 죄가 될 것은 없다고 봅니다. 얼마나 바른 생각을 가지고 사느냐가 문제지요." 최익달의 술도가가 문을 여는 날. 지역 유지가 다 모인 자리에서 유주상은 염상구에게 보복을 꿈꾸며 그와는 멀찍이 떨어져 앉아 최익도에게만 집중을 하고 있다.
이지숙과 안창민의 짧은 만남. 이지숙은 지금까지 죽어나간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며 목이 메인다.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데도 투쟁은 이제부터 또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한번 꼬인 역사를 바로잡는 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 것인가…”
최서학의 마음을 받아주기로 한 송경희, 하지만 그녀는 그 순간에도 김범우를 떠올린다. 김범우는 포로수용소 병원에서 민기홍을 만나, “이학송 선배가 해방일보에서 일했고, 제 친구 손승호란 사람이 서울시당에서 일한 걸 알고 계십니까? 저도 그렇게 함께 시작된 일입니다,” 라고 말하자 민기홍은 놀라 “어찌 모두 그쪽을 택했단 말이오?” 하고 묻는다. 김범우가 왜 민기홍 본인은 반대쪽을 택했냐 물으니, “난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소. 난 이데올로기를 믿지 않으니까.” 라고 대답하는데 그에게 김범우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은 일단 터지면 그 누구에게도 방관을 용납하거나 중립을 허용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어느 쪽으로든 입장을 분명하게 만드는 것이 전쟁의 속성이니까요. 그것이 서로의 이익을 앞세운 국가간의 전쟁이 아니고 사회개혁의 혁명성을 가진 민족세력과 반민족세력 간의 전쟁일 때 소위 지식인이란 사람들은 어떤 입장에 서야 하겠습니까?” 대화 후 멀어지는 민기홍을 보며 김범우는 앞으로 세월이 갈수록 그와의 간격이 길어지리라는 것을 예측한다. 수용소 생활 중 정하섭은 김범우를 찾아와 그동안의 이야기를 풀어준다. 간부양성교육을 받기 위해 북으로 떠났다가 이학송을 만주땅에서 만난 얘기, 그리고 후퇴하는 병력을 수습하다가 국방군에게 포위 당했다는 이야기까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전회담이 오가고, 포로교환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심재모는 잠도 오지 않고, 그렇다고 혼자서 술을 더 마실 수도 없어서 전선의 하늘에 뜬 별들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이 남북을 다 합쳐서 도대체 얼마나 될까. 저 별들만큼 많겠지. 휴전회담이 열리기 시작했는데, 이 상태에서 전쟁이 끝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뿐인데, 이 전쟁에서 이긴 것은 누구고, 진 것은 누굴까? 원점으로 돌아와 끝나는 이 전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도 많이 죽어간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죽은 것인가?… 속 시원한 대답을 얻을 수 없는 의문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었다.”
무장병력을 피해 산중턱으로 피신중이던 천점바구와 외서댁네. 외서댁은 귀에 총을 맞는다.
수기를 작성하는 김미선. 호산댁은 나갈 채비를 하던 중 문득 큰아들 염상진을 떠올린다. “모냥새도 생각도 다 똑겉은 사람이 사는 것도 다 똑겉이 공평하니 사는 시상이 옳제, 워째 한 사람 배 터지게 살 리자고 백 사람, 천 사람이 배곯아야 허는 시상이 옳을 것이여. 고것이야 아그도 다 아는 이치고, 물 흘르디끼 허는 순린디, 워째 그 물줄기럴 꺼꿀로 돌리자고 염병이여, 염병이. 그 억지춘향이 맹글라는 이승만이넌 사람도 아녀. 고 잡 녀러 영감이가 우리 아이 고상고상혀 맹글어는 살기 존 시상 다 때레뿌식어뿔고 또 문딩이 콧구녕겉은 시상 으로 되돌린 것이여. 사람이 무서바 말얼 안 헝께로 그렇제 맘속에 두고 있는 군수는 우리 큰아덜 염상진이여! 하면, 염상진이제! 호산댁은 또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부르르 떨었다. 입 밖에 낼 수 없는 큰아들 생각만 하면 언제나 가슴에서는 불덩이가 이글거렸다. 인공을 거치고 나서 큰아들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고, 남편의 묘를 찾아가서도 아들이 얼마나 장한 일을 해냈는지 차근차근 다 말했고, 남편이 아들에게 가졌던 서운한 마음도 다 풀어버리라고 권했던 것이다. 큰아들은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선생 노릇을 하지 않아 남편의 가슴에 못을 박긴 했지만, 결국은 남편이 평생 한스러워했던 잘못된 세상을 뒤바꿔 선생 하는 것보다 훨씬 장한 일을 해냈던 것이다.” 작은 며느리와 아들 눈치를 보는 호산댁. 윤옥자가 준 돈으로 간식을 사서 큰며느리네로 향하던 길에 그만 걸리고 만다.
조원제는 만세 소리를 듣고 따라갔다가 경찰을 발견한다. 본인들을 자수자로 오해하던 경찰들은 반대로 뛰기 시작하는 조원제와 당원들을 총으로 쏘기 시작한다. 그 때 연대장 이태식이 조원제를 발견하고 그를 부축해 환자트로 돌아다. 비무장대원을 편성해 지리산으로 피신시킬 채비를 하는 이들. 하지만 염상진과 하대치와 함께, 군정대학을 가는 덜 위험한 길을 포기하는 천점바구. 안창민과 이해룡의 대화 중 김범우의 형 김범준이 언급되고, 안창민의 김범준에 대한 존경심이 드러나는 구간.
손승호와 선요원, 박두병의 경호병은 박두병과 함께 길을 나선다. 지리산을 넘어가는 동안 자연의 위대함에 감격을 받은 손승호는 지리산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일과를 삼아 시와 기행문을 신문에 게재하고, 희곡으로는 연극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유치지구에서 지리산지구로 옮기며 부사령관이 된 이해룡.하대치와 선요원은 구례군당 이현상과 오기로 한 김범준 소장을 기다린다.
남원에서 빨치산의 공격으로 기관차가 전복된 사건. 이해룡은 대원들의 목숨을 잃어가면서 감생하는 보투가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치료를 받는 도중 양효석은 간호장교에게 폭력적으로 군다. 잇따라 군의관에게서 들은 소령 특진 소식. 샘골댁은 남편 사망 소식을 들은 뒤 벌교에서 살아남는 것이 버거워 결국 아이들과 친정으로 가기로 하며 다른 이들과 이별을 한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지켜보는 샘골댁의 모습에서 본인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남양댁과 목골댁, 그들도 한 마음이다.
“매일 삐라는 뿌려지고, 날씨는 더욱더 냉혹해져가고, 토벌대의 수색을 피해 샛골짜기들을 끝없이 헤매고, 눈을 뭉쳐 먹고 한끼, 소금을 찍어서 먹고 또 한끼,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기진맥진되어 가고 있는 어느 날 토벌대들은 꼭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작전이 끝난 것이었다. 이해룡은 아홉 명의 부하들과 한 덩어리가 되어 얼싸안았다. 모두 무사하게 살아났다는 감동이 서로를 얼싸안게 했다. 그리고 또, 그 처절한 투쟁을 견디어냈다는 감격의 표현이기도 했다.”
염상진은 연락병 한대진 소년이 총을 맞고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는 눈물을 흘리면서, 본인은 부모가 없어 염상진을 부모처럼 생각했다는 말을 남긴다. 숨이 끊어진 그를 안고 울부짖는 염상진 옆에 떨어지는 ‘그리운 너의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라. 투항하면 생명을 보장한다’라고 쓰여있는 삐라. 눈 속을 헤쳐가며 도망치는 손승호는 문득 박난희를 뒤로 두고 왔단 사실을 깨닫는다. 박난희는 손승호를 찾다 토벌대에 둘러싸인다. 그리고 들려오는 도당정치부 책임자의 투항.
계속되는 전투와 죽음.
몸이 회복된 김범우는 반공포로에 끼어 수용소를 빠져나가 인민을 확보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북국민학교 운동장에는 애국조회를 위해 아이들이 모여있다. 빨치산 이야기가 나오자 눈길을 떨구는 아이들, 염상진의 아들 광조와 딸 덕순이, 하대치의 아들 길남이와 종남이, 김복동, 김종연, 서인출의 자식들.
하대치는 동료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는다. 그 자리를 꿰차는 천점바구, 그리고 천점바구 자리를 대신 맡게 된 외서댁. 토벌대에 공격 당한 부대. 도망치던 중 천점바구와 김혜자는 총에 맞아 쓰러지고, 죽음에 다다라서야 서로의 손을 맞잡은 둘, 그리고 둘을 두고 떠나야 했던 외서댁. 후에 그들은 두 사람을 함께 묻어준다.
안창민과 이지숙의 결혼. 그리고 다음 날 둘은 부대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조원제는 연대 부정치위원으로 뽑히고, 기뻐하는 이태식. 이태식은 지나가던 나무꾼 소년에게도 본인 밥을 나눠주는 인성의 소유자였고, 그런 그를 비롯한 부대원들이 굶는 것을 보기 어려웠던 조원제는 금지되었음에도 5월에 소를 잡아 나눠먹게 되고, 재판에 보내진다. 하지만 이유가 타당하다고 여겨져 처벌은 견책 수준으로 넘어간다.
야학 선생이 된 이근술은 서인출의 집을 찾아가 구산댁을 만난다. 아이들이 학교를 잘 다니지 못하고 있으면 야학을 다닐 수 있도록 권하기 위해 찾아온 것. 한편 역사투쟁으로 모두가 죽기로 한 각오 앞에서 서로에게 더 다정해진 대원들.
위장귀순이 탄로나 안창민과 이지숙이 체포 당했다는 소식에 염상진은 죄의식을 느낀다. 구출작전을 일으킬 기회도 없이 그들은 이미 광주로 압송되고 만 것이다. 안창민의 어머니 신씨는 여기저기 다니며 변호사를 구할 돈을 빌리러 다니는데 안씨 집안은 모른체한다. 그 날 밤 가실댁을 포함한 여자 다섯이 찾아와 신씨를 돕기 위해 논 한 마지기씩 내놓는다는 말을 건넨다. 체포 당한 조원제에게 찾아온 아버지는 살아서 돌아와 고맙다는 말을 한다. 하대치는 염상진에게서 안창민과 이지숙이 사형을 면하고 무기징역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향으로 잠입해 긴 투쟁을 시작하기로 한 손승호. 하지만 고향에 도착하기 전 가슴과 배에 총을 맞아 쓰러진다.
초소에 배치된 병력을 따돌리고 떠나기로 한 강동기와 강경애 및 대원들은 한 사람빼고 전부 사망하고야 만다. 강동기의 아내 남양댁은 남편의 시체를 부여안고 울음을 터뜨린다. 비상선에 모인 곳에 강동기 부대 중 유일하게 돌아온 외서댁. 계속되는 “지리산의 추위 속에서 빨치산들은 얼어죽고, 굶어죽고, 총 맞아 죽어가며 시나브로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이태식 또한 죽음을 맞이한다.
“이해룡은 비로소 눈앞이 새로 열리는 것을 느꼈다. "예, 이제 알겠습니다. 그런데 방금 떠오른 것인데,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왜 하필 박헌영 동지가 역사선택을 해야 하는 겁니까?" 김범준은 이렇게 묻는 이해룡을 쓰다듬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이 동지, 지금 우리 앞에 적이 몰려오고 있소. 당적 사명을 전달하기 위해 누구든 하나는 살아나야 하고, 그렇게 되 면 한 사람은 적을 막아내며 죽어가야 하오. 이때 누가 적을 막고 나서야겠소. 그건 당연히 나요. 그건 나이 한 살이라도 더 많은 자가 지켜야 하는 당연한 임무고, 도리요. 당은 현재고 미래며, 변증법적 발전을 멈추지 않는 생명체라야 하는 거요." "글쎄요… 그럴까요…" 이해룡은 의문 엇갈리는 혼란 속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전해지는 이현상의 사망 소식에 이해룡은 눈물을 참지 못한다. 염상진은 대원들과 함께 수류탄을 맞고 죽게 되고, 호산댁은 사람들 사이를 헤쳐가며 아들의 시신에게 달려온다. 염상진의 아내 죽산댁도 와서 눈물을 쏟아 내다가 경찰에게 달려들어 팔을 물어뜯는다. 경찰과 두 고부 사이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염상구가 와서 둘을 보호하며 청년단을 몰고와 경찰에게 맞서는 구도가 되어 버리자 경찰은 염상진의 시신을 유가족에게 내어 준다. 율어로 가는 길목에 묻힌 그의 무덤 위에 서민영과 김범우가 흙을 뿌리고, 대원들이 찾아와 그의 죽음을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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