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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보브 - 나의 친구들



정말이지 읽는 내내 숨이 막히는 경험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애처롭고 극단적으로 묘사되는 주인공 바통의 외로움, 그의 슬픈 감정이 단어 하나하나에 꽉 들어차 있어서 내 마음도 함께 우울로 가득 채우게 만든 책이었다. 그는 자신과 비슷하게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들과 어떻게든 연결을 시도하는데, 그 과정에서 겪는 여러 상황들을 그려낸다. 그의 외로움은 극단적이며, 그가 사회와의 접촉을 시도할 때마다 어긋나고 불편한 상황이 계속 발생하게 된다. 그의 사회적 미숙함과 내면의 불안정성은 그가 원하는 관계를 맺는 데에 있어 항상 방해가 될 뿐.


사람으로 꽉 찼지만 그의 사람은 하나 없는 이야기.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머릿 속에 그려지는 그의 텅 빈 마음과 외로움이 내 뼛 속 깊이 물들이며 이 작가는 어떻게 이토록 허전하고 외로운 감정을 이렇게 덤덤한 문체로,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할 수 있었을까 감탄스럽기만 했다. 특히 책을 끝내고 나서 다시 책 커버를 보니 이렇게 책을 잘 표현해 낸 색감도 다신 없으리라 생각이 들면서 덮자마자 다시 한 번 읽고 그 감정을 또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혹은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돌아가 처음 느꼈던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로 한 사람의 고독을 잘 표현해냈다.


“나는 좀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과, 그의 주소도 모른 채 기약도 없이 헤어진다는 사실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몇 시간이고 우울해져 죽음이라는 단어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게 된다. 보통은 죽음에 대해 곧 잊어버리지만, 누군가와 기약 없이 헤어진다거나 하면 나도 모르게 ‘나는 외톨이로 살다가 이대로 죽겠지’라는 생각이 들어 견딜 수가 없다.““특히 저처럼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은 가족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비야르 씨, 당신이 만약 제 친구가 되어 준다면 정말 행복할 겁니다. 마음속 끝까지 행복할 겁니다. 고독이나 빈곤은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저는 친구를 갖고 싶습니다. 일도 하고 싶고요. 한마디로, 저는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인간 관계에서의 어려움, 소통의 실패, 그리고 내면 세계와 외로운 싸움을 통해서 현대 사회의 인간 조건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 바통의 내면적 고뇌와 그가 느끼는 절망감은 보브의 소박하고 절제된 문체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외로움과 소외감에 대해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든다. 그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로 이 글을 다시 읽고 싶단 생각, 그리고 그와 대화를 나눠보고 싶단 생각까지 들 정도로 정말 오랜만에 내 마음을 때리는 책을 만나 버렸다.


“눈을 크게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창문조차 보이지 않는다. 죽음과 하늘을 생각한다. 나는 죽음을 떠올릴 때마다 항상 하늘에 가득한 별을 생각한다. 무한한 자연과 비교하면 나 따위는 너무나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이런 철학적 성찰은 빨리 접으려 한다. 내 몸이 따뜻하다. 틀림없이 살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심이 된다. 애정을 담아 나의 피부를 만지며, 심장의 박동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몸 구석구석을 움직여 본다. 아무 데도 아프지 않다. 그걸 확인하고 나니 호흡하기가 편해졌다. 고독, 얼마나 아름답고 또 슬픈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하지만, 내 뜻과 상관없는 오랜 세월의 고독은 한없이 서글프다. 강한 사람은 고독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약한 존재이다. 그래서 친구가 없으면 외롭다.”


어쩌면 바통의 이야기는 어느 누구나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의 찌질함은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잠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가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이 감정은 그가 느끼는 고독과 외로움이 결국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바통을 보며 속으로는 이 찌질한 사람이라 욕하면서도 그 반대편에 숨겨진 솔직함과 외로움은 그 어느 누구도 겪을 수 있는 마음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어느 누군가는 나와 같은 그런 고립된 것 같은 마음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끝내 나를 울게 만들었던 단 한 문장. 우울을 겪는 내내 끝도 없이 생각하고 나를 괴롭게 하고 고립시켰던 그 생각,“내가 없어도 모든 게 변해 간다는 사실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말에 대해 알베르 카뮈는 말한다, "우리는 살기를 원하지만 세계는 살든 죽든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가 사느냐 죽느냐, 번성하느냐 소멸하느냐가 세계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세계의 무심함에 직면한다고 해서 우리는 갑자기 삶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바로 그제야 우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따라서 우리에게서 삶을 앗아 가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깨닫게 된다." "의미가 없는 세계에서조차 좋은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계가 궁극적으로 무의미함에도 우리는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 예컨대 '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다니는 새들이나 뭉게뭉게 뭉쳐 다니는 구름들'을 보는 능력이라든가 순전히 살아 있다는 경험이 있다."


어딘가에 있는 또 다른 바통에게도 카뮈의 말이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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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저자의 의도를 간단 명료하게 서술하시는 슬님의 독서 후기도

제 마음에 울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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