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The Hate U Give by Angie Thomas
- Void
- 4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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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건 아주 힘든 일이다. 이 소설 The Hate U Give는 나로 하여금 이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나는 흑인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나름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매우 얕은 이해에 불과했다는 것도 알게 해주었다.
스타(Starr)라는 어린 소녀의 시각으로 바라본 가족, 친척, 친구, 그리고 공동체의 삶은 매우 흥미로웠던 것과 동시에 안타까웠다. 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환경은 증오와 편견이 가득했고, 그 모든 것들을 헤쳐나가는 것은 결국 개인적인 '노오력' 밖에 없어 보였다. 그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증오가 가득한 세상에 던져졌고 (The Hate U Give), 남들은 자연스럽게 가지는 것들을 개인적인 '불굴의 의지'로 쟁취해야 했다. 과연 내가 스타와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온전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랄 수 있었을까? 자신할 수 없다.
스타가 태어나 자란 세상은 나의 것과 무척 달랐고, 백인 친구들 헤일리 (Hailey), 크리스 (Chris)의 것과도 매우 달랐다. 스타의 아버지는 범죄를 저지르고 스타가 어릴 때 복역을 했기에 스타가 어릴때 아빠의 자리는 외삼촌 카를로스(Carlos)가 채웠다. 그들의 가족 관계는 복잡했고 - 실제 보통 흑인가정의 구조를 반영한 것 일테다 - 스타는 엄마 리사(Lisa), 이복오빠 세븐(Seven), 동생 세카니(Sekani)와 함께 '흑인 동네' 가든 하이츠(Garden Heights)에서 살았다.
스타의 부모는 자신의 자녀들이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길 원하면서도 정작 자녀들이 '흑인의 삶'을 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스타는 가든 하이츠에서 멀리 떨어진 백인 학교 윌리엄슨(Williamson)에 다녔고, 그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학교에서는 ‘윌리엄슨 스타’가 되었지만, 집에 돌아오면 다시 ‘가든 하이츠 스타’로 돌아왔다.
백인 친구 헤일리와 아시안 친구 마야(Maya)와의 우정은 시스템의 벽 앞에서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헤일리는 스타의 인종문제에 대한 감수성을 ‘예민함’으로만 여겼다. 그녀는 자신이 인종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믿었고, 스타가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 많은 '헤일리'를 만난다. 차별받으며 자란 사람들의 방어심리가 행동으로 들어날 때 우리 사회의 많은 '헤일리'들은 이들을 쓸데없는 반항심을 가진 문제아로 생각한다. 자신들은 인종으로 판단하지 않고 행동으로만 판단하기에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일 뿐인데, 그게 뭐가 문제인가 라고 묻는다. 그들은 주어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왜 그렇게 사회를 삐딱하게 보는가 라고 묻는다. 나도 나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란 사람인데, 왜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라고 묻는다.
백인 남자친구 크리스와의 관계는 흑인사회에서 자란 흑인이 백인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mainstream에 진입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크리스는 나름 진심으로 스타를 이해하려고 했지만, 뼛속 깊이 다른 문화를 다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물론 이는 크리스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크리스는 스타를 그리고 스타 주변의 흑인친구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 발칙한 십대들은 솔직한 토론을 벌이며 그들의 방식으로 서로를 이해해 나가고, 공감대도 찾아 나갔지만 좁히기 힘든 간극도 확인한다.
어릴적 친구이자 첫사랑이었던 하릴(Khalil)의 죽음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스타를 운동가의 삶으로 내몬다. 하릴은 마약 중독자 어머니를 돕고 싶었고, 그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인 길은 마약을 파는 것 뿐 이었다.
스타와 하릴은 총격사고가 난 파티장을 피해 이동하던 중 경찰에게 아무 이유없이 검문을 당한다. 하릴은 경찰이 자기들을 이유없이 괴롭힌다고 생각했다. 경찰은 흑인이었기 때문에 하릴을 의심했다. 하릴은 삐딱하게 굴었고, 경찰은 총알로 응수했다.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한 사고가 명백한 그 사건은 미디어에서 '마약 밀매상'의 죽음으로 그려졌다. '실수'로 하릴을 죽인 경찰은 엄청난 '심리적 고통을 받는 피해자'로 그려졌다. 그의 아버지가 티비에 나와 그가 얼마나 착한 아들이었는지 인터뷰를 하고 눈물을 보인다. 그 사이 하릴의 죽음은 그대로 잊혀져간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는 그렇게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모든 과정을 지켜본 스타는 견딜 수 없었다. 스타를 목소리를 냈지만, 그 목소리는 시스템의 강력한 방어막에 힘 없이 나가 떨어졌다.
스타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다. 거대한 구조적 문제를 인지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생각한다 - 물론 십대의 눈으로. 경찰의 무죄 판결이 나오던 날 스타는 시위 현장에서 진실을 목청 껏 소리친다. 그 목소리는 사회의 두꺼운 벽을 뚫고 울려 퍼진다.
이 책의 제목 The Hate U Give는 유명한 투팍이라는 가수의 말 T.H.U.G.L.I.F.E에서 따왔다고 한다. Thug는 깡패, 불량배등을 뜻하는 단어로 직역하면 "깡패의 삶" 이런 말이 되지만, 실제로는 저항적인 삶을 표현하는 말로 더 많이 쓰인다. 그리고 이 가수는 이 말을 이중적으로 사용해서 The Hate U Give Little Infant Fucks Everybody라는 말의 줄임말로 사용했다고 한다. The Hate U Give Little Infant Fucks Everybody라는 말은 "당신이 준 증오가 결국 당신 모두에게 돌아간다"라는 말이 되는데, 이는 어릴때부터 사회의 부조리를 경험하게끔 자라나는 흑인 아이들이 사회에 반감을 품고 반항적 성인이 되는 모습을 갱스터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Infant에게 Hate을 준다는 표현이 잔인하지만 통찰력 있게 들렸다.
이 책은 신문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기회를 주었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해서 내가 흑인 차별의 문화적 깊이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읽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분명히 내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생각한다. 흑인 사회가 겪는 차별 문제를 조금 더 섬세하게 이해하고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충분히 권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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