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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하다 얻어걸린 멋진 영화 소개

막바지로 가고 있는 1월의 영어 낭독 모임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으며 제대로 알지 못했던 우생학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히틀러의 반인륜적 행위들의 배경으로만 알고 있었고, 역사 속으로만 존재하는 우생학이 사실은 그리 오래된 역사가 아닌 것을 알고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영화들을 좀 찾아보다가 얻어걸린? 좋은 영화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작가미상’ (Never look away)라는 독일 영화입니다.


히틀러 나치 때 행한 불임 수술과 안락사 문제가 나와서 아주 흥미롭게 본 영화입니다.


그때의 역사적 배경을 알고 싶어서 본 영화인데 그보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를 아주 잘 그린 영화라는 생각입니다.


러닝타임이 무려 3시간이나 되는데 주인공을 따라 흥미롭게 보느라 3시간이나 되는지는 다 보고 난 다음에 알았습니다. 아주 몰입도가 높은 영화에요. (중간 중간 전라 노출 장면이 나와서 영화 보실 때 주의가 필요하긴 합니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전후의 독일입니다. 영화 초반에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미술에 재능을 타고난 쿠르트의 어린시절과 그의 이모 엘리가 나옵니다.


그의 이모 앨리는 어린 조카의 재능을 살려주고자 미술 전시관에 데리고 다니곤 하지요. 그곳에서 큐레이터는 칸딘스키의 작품을 노동자의 세금으로 산 꼴이라고 비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자유로움을 차단하고자 하는 냉전 시대의 단면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장면이지요. 이러한 냉전 시대의 분위기가 영화 내내 이어집니다.


어린 쿠르트에게 “눈길 돌리지마. 진실한 건 모두 아름다워”라고 가르쳐주던 이모는 나치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결국은 젊고 아름다운 나이에 안락사를 당합니다.

(독일나치가 의사들을 모아놓고

“여러분의 펜이 여러분의 칼입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살려둘 사람은 +, 바로 죽일 사람은 – 이런식으로 표시를 하라고 하지요. 아 정말 지난 낭독시간에 읽었던 챕터와 같이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이어지는 전쟁. 그리고 서독과 동독의 분리.


어느덧 성인이 된 쿠르트. 사랑도 삶도 모든 것이 혼란하던 이 시기 미술학도 쿠르트는 같은 대학에서 죽은 이모와 같은 이름의 여인 엘리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운명의 장난인가요? 엘리의 아버지는 이모에게 불임수술을 지시하고 안락사를 시킨 그 의사이죠.


열성 유전자는 유전이 되면 안된다. 질병이 있으면 유전이 되면 안된다 생각하는 그 의사는 이 가난뱅이 화가지망생이 사위로 곱게 보일 턱이 없지요. 그는 자신의 딸도 직접 낙태를 시키는 그런 자입니다.


타고난 재능으로 동독에서 화가로 자리를 잡아가는 쿠르트. 동독에서 어느정도 성공이 보장되었지만 자유롭게 ‘나’만의 작품을 그리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엘리와 함께 자유의 나라, 서독으로 가지요. 그렇지만 그곳에서도 방황은 이어집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술가의 삶이란 늘 고단한 법이지요.


그의 고단함에 무게를 더 하는 것은.. 무엇이든 1등이 되지 못하는 그를 마음에 안들어하는 장인.


쿠르트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까요? 나만의 의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요?


혹시라도 이 작품을 보실 분들을 위해 결말은 적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러닝타임이 3시간이지만 오랜만에 너~무 몰입하면서 좋은 영화를 보았네요.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인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삶을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리히터는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싸게 작품이 팔리는 작가로도 유명하지요. 그의 이모가 실제로 나치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사망하였고 독일 친위 대원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장인을 두었다고 하네요. 동독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전쟁을 겪었고 서독으로 탈출 한 이후에 모두 아시는대로 현대 미술가로 대성공을 하지요.


진실한 것은 모두 아름답다.

그러기에 우리는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치욕스러운 과거도 이렇게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독일 국민이 대단하다는 것도 새삼 느끼고 이 시대 우리에게도 깨달음을 주는 영화 같아서 저는 오랜만에 참 좋았던 영화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마음에 울림이 있었던 영화, 주말에 볼 영화 한 작품 고르신다면 이 작품을 추천합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에 대한 내용은 요기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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