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들지 않아도 여행은 여행이니까
소설여행자들은 매달 소설을 통해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모임이다. 지난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하영님을 만나 함께 북토크에 간 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하영님이 좋아하는 작가라며 배명훈 작가 이야기를 꺼냈다. 작가에 대한 하영님의 팬심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나는 그 자리에서 말했다.
“그럼 제가 바로 배명훈 작가 책을 선정할게요.”
그렇게 시작된 대화 끝에 9월 소설여행자들의 책으로 배명훈 작가의 <미래과거시제>가 정해졌다.
사전 모임에서부터 하영님의 배명훈 작가에 대한 사랑은 대단했다. 덕분에 우리 모두 책에 대한 기대가 한껏 높아졌다. 말랑말랑하고 따뜻하기만 한 SF가 아니라 현실을 보여주는 SF라는 설명에 더욱 궁금해졌다.
책에는 모두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반은 좋았고 반은 그렇지 않았다. 제목부터 <미래과거시제>라니, 얼마나 멋진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했는데 바비님은 “사실 중간에 집어 던졌을 법한 책”이라며 강한 불호를 표했다. 그럼에도 하영님의 팬심을 생각해 정성스럽게 ‘불호 감상문’을 올렸고, 우리는 마무리 모임에서도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대체로 배명훈 작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에는 모두 찬사를 보냈다. 다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때 하영님은 오히려 작가가 “독자에게 생각할 틈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어떤 작품은 놀라울 만큼 현실적으로 느껴졌고, 판소리 형식을 빌린 작품을 읽을 때는 ‘이게 뭐야?’ 싶기도 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접히는 신들〉이었다. 종이접기라는 발상에서 우주여행으로 뻗어가는 이야기가 기발하면서도 이상하게 그럴듯했다.
책에 대한 호와 불호는 팽팽했지만, 정작 우리의 모임은 아주 화기애애했다.
좋았던 이유를 말하고, 좋아하지 못했던 이유를 말했다. 그리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우리는 이런 이야기도 했다.
어쩌면 이것이 여행의 묘미 아닐까?
모든 여행지가 마음에 들 수는 없다. 기대했던 곳에서 실망하기도 하고, 별 기대 없이 들어선 골목에서 뜻밖의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그래도 함께 다녀온 사람들과 “나는 거기가 좋았어”, “나는 별로였는데?” 하고 이야기하는 것까지가 여행이다.
긴 이야기를 마친 끝에 우리는 내년쯤 배명훈 작가의 다른 장편소설 <타워>를 읽어보기로 했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그의 세계를 이해하기에는 단편이라는 형식이 너무 짧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독서모임의 묘미도 이런 데 있는 것 같다.
호든 불호든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가감 없이 말할 수 있는 것. 그러면서도 상대가 불편하지 않도록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 그리고 나와 다른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는 것.
그래서 나는 우리 모임과 멤버들이 참 좋다. 서로에 대한 이런 믿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생각도 마음껏 꺼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사실 요즘 한국소설을 선정할 때마다 꽤 고심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작품들이 많아 ‘혹시 이번 책을 다들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는 부담이 있었다. 책을 선정한 사람으로서 모두가 좋아할 만한 작품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도 어느새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마무리 모임을 지나며 그 부담을 조금 내려놓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것보다,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자신의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우리는 매달 소설을 통해 여행하는 사람들이니까.
어떤 여행은 마음에 들고, 어떤 여행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함께 다녀온 여행이라면 돌아와 오래 이야기할 수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소설 여행자들 10월 모임은 정대건 작가의 <급류>입니다. 급류를 함께 타봐요~~~!!!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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