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뉴욕에서 다시 만난 우리
나란이 함께 걸어온 지도 벌써 6년,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도 무사히 마쳤습니다. 어제 뉴욕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는데, 오늘 저희 동네에는 싱그러운 가을 햇살이 쏟아지네요. 이틀을 돌아보니 함께해주신 회원분들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번 뉴욕행은 유난히 설레면서도 걱정스러웠습니다. 떠나기 전에는 마감이 한꺼번에 몰려 마음이 무거웠고, 당일에는 휴일 교통 체증에 링컨 터널에만 30분쯤 갇혀 있었습니다. “회원님들이 기다리실 텐데 어떡하지?” 버스에서 내린 뒤에는 자주 가던 뉴욕인데도 방향을 헷갈려 약속 장소와 반대쪽으로 걸어가기도 했고요. @윤슬 님의 도움으로 행사장에 도착해, 기다리고 계시던 분들과 바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바람님의 ‘숫자로 보는 나란’을 보며 우리가 함께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일을 해왔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9컷 자기소개에서는 각자의 인생책 이야기를 들었는데, 모두 얼마나 정성껏 준비해오셨는지 준비한 제가 민망할 정도였어요. 인생책 소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분은 @바람 님(역시 설립자?ㅋ), 밸런스 게임에서 가장 독특한 취향의 주인공은 @세뜨 님 (한국에서 이번 모임 참석하러 오셨어요), 퀴즈왕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롤케익님이었습니다.
저마다 준비한 작은 선물을 게임으로 나눠 갖으며 한참 웃었습니다. 저녁에는 조금 더 진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민자로 살아가는 어려움, 직장에서의 고민, 앞으로 나란이 나아갈 방향까지. 책 이야기로 시작된 인연이 어느새 서로의 삶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퍼댁 님이 저녁 장소를 예약해주셔서 저녁을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뉴저지에 자주 갔는데 못가본 맛집이라 너무 만족했어요. 저녁 식사 후에는 @Rinoh님이 빵과 커피도 사주셨어요. )
1년에 한 번 얼굴을 보는 사이, 혹은 이번에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시간이 흐르는 게 아쉬울 만큼 즐겁고 편안했습니다. 바쁜 중에도 잠깐 시간을 내주신 @Spring님, “뉴저지에 계시니까 꼭 오세요!”라는 제 말을 기억하고 참석해주신 @young (남자)님과 @CS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모임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둘째 날에는 @올랜트님의 안내로 비 오는 센트럴파크를 걷고 자연사박물관을 둘러봤습니다. 늘 그냥 지나치던 공원의 지질 이야기를 들으니 풍경이 새롭게 보이더군요. @young(stardust)님 따님(@말랭이)이 사진도 많이 찍어주셨어요. 비를 피해 옹기종기 앉아 마신 커피 한 잔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잠시 얼굴을 보겠다고 15개월 아들과 함께 찾아준 @Sunyou 님도 너무 고마워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지난 시간 나란이 제게 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이민자의 삶은 늘 녹록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족한 것 투성인 것 같아 벽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늘 긴장하며 살면서도 나의 모습에 불만족스러웠지요. 그런데 나란에서 책을 함께 읽으며 삶에 대한 태도가 변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지식에 감탄하고 배웠지만, 그보다 오래 남은 것은 지식을 대하는 태도와 서로를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함께 읽으며 제가 모르는 부분들을 알려주시고 채워주셔서 “조금 모자라도 괜찮구나. 잘하지 못해도 괜찮구나” 하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이전에는 저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과 주로 어울렸다면, 나란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다움’이 무엇인지도 조금씩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먼 길을 와주신 분들, 모임을 준비하고 서로를 챙겨주신 분들 덕분에 따뜻한 이틀을 보냈습니다. 온라인에서 이어온 인연이 이제는 얼굴과 목소리, 함께한 장면으로 남았습니다. 6년을 함께 걸어왔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배우고 알아갈 것이 많습니다. 이번에 함께하지 못한 분들도 다음에는 꼭 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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