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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잔혹하지만 매혹적인, 현실에선 일어나기 힘든,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복수 이야기



‘지지배 늙지도 않네. 눈이 어쩜 저래…’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를 보고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 입니다. 혜교님은 (저보다 이쁘면 다 언니인 관계로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눈만 깜빡거려도 될것만 같습니다. 그 커다랗고 깊은 한번의 눈길로 다 설명하는거 같습니다. 왜 이렇게 복수하려 하는지 그 눈빛만으로도 설명이 됩니다.


물론 드라마 아역들의 연기를 통해 극 중 동은 (송혜교 분) 의 복수는 충분한 개연성을 갖습니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던 동은은 불우한 가정사때문에 괴롭힘을 당합니다. 학폭의 최종보스이자 드라마 최고의 악역인 연진은 왜 자신을 괴롭히냐고 묻는 동은에게 ‘사회적 약자’ 이기 때문이라 답합니다.


드라마 곳곳에 나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억압과 사회 지도층의 폭력은 함께 버무려져 나옵니다. 사회지도층의 배경 또한 다양합니다. 경제, 사회, 정치,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실제 매일의 삶에서 접하는 사회의 다양한 군상이 나옵니다. 또한 학교, 경찰, 종교 지도자등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고 그들을 도와줘야 하는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 조차 경제력을 앞세운 속칭 “사회지도층"의 요구에 앞장서 동은을 억압하고 사회에서 소외되도록 합니다. 이 모든 일은 자본주의 최고의 미덕인 돈- 재력으로 이뤄집니다. 한 사람의 영혼과 몸을 망가뜨리는 범죄를 행하는 가운데서도 푼돈 몇푼으로 보상하는 것으로 다 해결됩니다. 이는 동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학폭 주동자와 그 가족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도 적용됩니다. 그들의 회사에서 일하는 직원들, 그들의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 하다못해 그들을 직장 상사로 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돈”의 힘에 억눌리게 됩니다.


그리하여 동은의 말처럼 그 사람들 모두는 마치 우리처럼 영혼까지 상처 입게 됩니다. 물론 몸에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주름뿐 아니라 스트레스성 두통과 스트레스성 위염, 스트레스성 장염, 스트레스성 주의력 결핍등도 함께 말이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그리고 몇번의 이직을 거치면서 놀랍게도 저는 몇번 아버지는 뭐하시냐, 고등학교는 어디를 나왔느냐고 묻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좋게 말해 성격이 꼿꼿한 저는 (일반적으로 이런 성격을 XX 맞다라곤 하곤하죠.) 그 질문에 그런 질문은 법에 저촉되니 나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은 항상 서글픔과 분노가 섞인, 때론 기묘하게 온몸의 신경을 긁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내 시간과 재능의 평가가 아닌 내가 속한 사회적 계급을 묻는 느낌이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만국 공용인듯 합니다. 미국에서 조차 어느 학교 출신인지, 부모님은 뭐하시는지에 따라 쉽게 인턴쉽의 기회를 얻고 혹은 네트워킹이라는 이름으로 남들보다는 다르고 좋은 기회를 얻게 됩니다.


"It is what it is" 자조적인 미소로 이렇게 조용히 읍조리곤 하지만 마음속 깊에 속상한 마음이 울컥울컥듭니다. 전설적인 최초 흑인 MLB 선수인 Jackie Robinson, 분데스리가의 영웅 차범근 처럼 살아야만 계급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상황에 의문이 듭니다.


아쉽게도 송혜교의 복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바둑처럼 포석만을 둔채로 1부 시리즈는 끝났습니다. 8회까지 공개된 1부를 6회쯤 보고 ‘엥? 이게 6회면 복수가 시작되기도 어려운데!’ 라고 생각했다던 친구의 말처럼, 속 시원히 뚫어줄 복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3월에 나온다고 하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현실에선 이뤄질 수 없는 복수를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때까지 나는 현실에서 어떻게 이런 자본주의의 폭력에 맞서 조금이라도 복수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매혹적으로 아름다운 복수를 그냥 눈으로만 보기보단 조금이라도 참여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묘하게 신경을 긁는 게 아니라 은밀하게 입 꼬리 올려 살며시 미소 지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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