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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atcher in the Rye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애잔했다. '외롭다'는 대사는 없지만, 주인공 홀든 콜필드의 모든 말과 행동이 고독에 몸부림치는 아우성같았다. 경제적으로 결핍이 없지만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는 집. 동생 Allie의 죽음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위태로움에 처한 가정이 홀든의 방황에 일조했을 것이다.


홀든이 겪는 이 방황은 단지 사춘기의 방황은 아닌 것 같다. 홀든은 기숙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방황을 한다. 무엇을 찾기 위해서 혹은 무엇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일까. 그가 겪는 갈등은 30대의 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10대, 20대에는 성실하게 사는 게 미덕인 줄 알고 그렇기 열심히 일했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아이를 돌보며 직장생활을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 지 몰랐다. 그러다 보니 어느날 문득 '내 삶'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홀든은 이에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겠다는 말을 했다. 책의 초반부터 끝까지 비난하던 phony한 사람들, 가식적인 것들로부터 순수함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고 한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에서 비오는 날 회전목마를 타는 여동생 피비를 벤치에서 지켜보고 있는 홀든의 모습이 그런 파수꾼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그때 그는 이런 말을 했다.


God, I wish you could've been there.


독자에게 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또다른 순수한 존재, Allie에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피비와 처럼 그가 지켜주고 싶어했던 또다른 존재. 하지만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중2병, 혹은 정신이 불안정해 보이는 주인공의 말들과 행동으로 넘쳐난다. 세상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사회의 '그러한' 어른으로 나이들지 않겠다는 거친 몸부림에서 오히려 그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니 순수함을 추구하는 주인공,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 생각난다. 거기서 주인공 요조는 말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이란 것이 알 수가 없어졌고, 저 혼자 별난 놈인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엄습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웃 사람하고 거의 대화를 못 나눕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몰랐던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

어쩌면 홀든의 반항적인 욕설,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도 이런 식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게된다. 내 순수함의 상실은 언제 일어났는가. 이것을 현실과의 타협,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며 너무 순순히 포기해버린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책을 꼭 원서로 읽기를 바란다. 한국어 번역판으로는 주인공의 욕설이 "넌 정말 바보멍청이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은 어색한 느낌으로 읽힌다. 돌이켜보면 한국어 번역판은 고등학생의 어설픈 글이라는 느낌도 안 주었고, 어설픈 욕설들로 주인공의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이 컸다. 차라리, 진짜 고딩들이 흔하게 많이쓰는(?) "ㅅㅂ"이런 욕이 쓰였다면 생생하게 느껴졌으려나.^^; 고전은 원서로. 이것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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