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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이라는 문명 -<8월 소설여행자들-자몽살구클럽>

요즘 매일 아침 '미모영' 모임에서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낭독하고 있다. 한 장씩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면, 거의 매번 "인간은 왜 이렇게 잔인했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고대 콜로세움에서는 타인의 죽음과 고통이 오락이었고, 중세와 근대를 거치면서도 폭력은 너무도 일상적이었다. 지금도 많은 문제가 남아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오히려 지금이 가장 평화로운 시대라고 한다. 실제로 1960년대만 하더라도 살인과 강력 범죄는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조금씩 폭력을 줄여 왔을까. 핑커는 그 배경 가운데 하나로 '문명화(civilizing process)'를 이야기한다. 문명은 단순히 기술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충동을 절제하고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커지는 과정이다. 결국 문명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기 절제와 연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뉴스를 보고 문학을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정말 충분히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걸까.


미리 읽은 8월 <소설 여행자들> 선정 책인 한로로 작가의 『자몽살구 클럽』도 같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최근 입소문을 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이다. 표지와 제목만 보면 상큼한 여름 소설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번 선정 과정에서도 여러 회원들이 추천했던 작품이다. 하지만 '자몽살구 클럽'은 사실 "살구 싶다"는 말을 품은 아이들의 이야기다. 죽고 싶다는 마음과 살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이 비밀스럽게 모여 서로를 20일 동안 살게 도와주는 모임에 관한 이야기다. 부모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 현실 앞에서 꿈을 포기한 아이, 꿈을 잃은 아이, 외로움 속에 방치된 아이. 네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붙잡으며 하루하루를 버텨 나간다.



최근 한국 소설과 웹툰에는 유난히 이런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참교육』에서도 아이들은 더 이상 아이답게 자라지 못하고, 학교는 서로를 돌보는 공간이 아니라 생존을 증명해야 하는 곳처럼 그려진다. 성과와 경쟁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회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어쩌면 아이들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2000년대생인 작가는 그런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 속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생존에도 자격증이 필요한 세상."


읽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다. 언제부터 살아남는 것조차 자격을 증명해야 하는 일이 되었을까. 누군가는 성적을 증명해야 하고, 누군가는 경제력을 증명해야 하며, 누군가는 행복할 자격까지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 소설을 덮고 다시 연민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연민은 단순히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마음이다. 영어의 compassion 역시 '함께(compass)'와 '고통(passio)'에서 비롯된 말처럼, 함께 아파하는 마음을 뜻한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거창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절제할 줄 알고, 누군가의 고통 앞에서 외면하지 않는 사람. 힘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울어 주고, 함께 웃어 줄 수 있는 사람. 『자몽살구 클럽』을 읽으며 그런 어른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명은 더 높은 빌딩을 짓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더 아프게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일 테니까. 문명을 만드는 것은 거대한 제도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연민일지도 모른다. 다음 달<소설여행자들>에서는 『자몽살구 클럽』을 함께 읽으며 이 질문을 이어가 보려 한다. 과연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어른이 되어 주고 있는지 말이다. (소설여행자들 8월 모임 채널이 열려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 (미모영 모임은 매일 동부 새벽 5시 30분에 시작합니다. 현재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Chapter 3까지 읽었습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 채널에 조인해주세요!) *본 서평은 개인 브런치 서평을 바탕으로 모임에 맞게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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