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에 처음 나온 이 이야기는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읽어도 전혀 옛날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적 장애를 가진 찰리 고든은 그의 지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실험적 수술을 받는데, 이 수술은 원래 실험용 쥐 앨저넌에게 성공적으로 시행되었었지만 사람으로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실험이었다. 소설 초반, 찰리는 본인이 똑똑해지고 싶은 이유를 이렇게 표현한다, “If your smart you can have lots of friends to talk to and you never get lonely by yourself all the time.” 정확하지 않은 스펠링으로 표현되는 그의 언어 능력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소설 전체는 찰리가 쓴 진행 보고서 형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그의 언어 능력과 더불어 생각의 깊이가 점점 발전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 더더욱 찰리에게 몰입하게끔 만든다.
늘 긍정적이었던 찰리는 지능이 향상되면서부터 사회와의 관계, 인간 관계에서의 어려움, 그리고 본인의 과거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게 되면서 다양한 갈등과 심리적 고민에 직면한다. 본인을 보고 웃어주는 사람들을 보며 좋은 친구들이라고 믿었던 이들이 사실은 본인을 비웃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모와 여동생에게서 들었던 말들이 생각이 나면서 가족에게 버림 받았다는 사실에 힘들어 하기도 한다. 그의 지능은 이제 평균을 넘어서서 다양한 언어는 물론, 하루에도 여러 분야의 전문 지식을 머릿 속에 집어넣고,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 온 사람들보다도 더 방대한 지식을 뽐내기도 하며, 주변인들은 이제 그의 오만한 태도와 가늠할 수 없는 능력에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사회와 사람에 대하여 더 많이 배우고 이해를 할수록 찰리는 자신이 실험쥐와 다를 바 없이 대우받고 있다는 사실을 점차 인식하고, 인간적인 존엄과 존중을 갈구하며 반발한다:“I’m a human being, a person - with parents and memories and a history - and I was before you ever wheeled me into that operating room!”
그렇게 과학자들과 그의 갈등이 주가 되는 이야기로 흘러갈 것만 같았지만, 소설 중반에 소설은 앨저넌의 행동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진다. “At the peak of his intelligence, Algernon’s performance had become variable.”
“…he said, ‘…It is possible that both the increased intelligence and the erratic behavior at this level were created by the original surgery.’”
앨저넌의 지능 저하가 예고되면서 찰리도 유사한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에 직면하는데, 이 과정에서 찰리는 지능만이 인간을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으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과학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찰리는 박사에게 앨저넌의 지능이 끝내 낮아지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고, 그는 실험에 쓰였던 동물들을 얼려서 태워버린다고 대답을 한다. 찰리는 그러면 본인에겐 무슨 일이 생기는지 물어보았고 그를 시설에 넣을 것이란 대답을 듣고 만다. 그래서 찰리는 본인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박사가 말한 시설에 방문하여 둘러보기로 하는데 그 때의 찰리와 직원의 대화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You’ve got to understand, Mr. Gorgon, this isn’t a prison … Now we get more of the brain-damaged cases who require constant custodial care - but the high-morons can move around more freely, and after a week or so on the outside most of them come back when they find there’s nothing for them out there. The world doesn’t want them and they soon know it.” 하고 말했을 때, 그리고 다시 한 번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시선에 대해서 직원이, “There are a lot of people who will give money or materials, but very few who will give time and affection.”이라고 말했을 때, 1960년대에 쓰여진 이야기이지만 요즘 사회에 적용되더라도 어색하지 않을 말이라서, 특수교사로서, 그리고 장애인 인권에 대하여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회과학 연구자로서 특히나 마음이 너무 먹먹했다.
본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깨달아 가는 찰리가 본인이 인간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I’ve learned a lot in the past few months, not only about Charlie Gordon, but about life and people, and I’ve discovered that nobody really cares about Charlie Gordon, whether he’s a moron or a genius.” 말할 때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가 진심을 다해 박사에게 소리 쳤던 그 네 페이지를 읽는 동안에는,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무색할 만큼의 명문장들을 읽는 동안에, 포스트잇을 온 문장에 붙여가며, 고개를 끄덕이며, 찰리에게 더한 동의를 표현할 수 조차 없었는데, 찰리는 이 대화 속에서 지능과 감정 사이의 복잡한 관계, 인간 존엄성 뿐만 아니라 과학 윤리까지 깊게 고민하게 만드는, 이 작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이렇게 전했다: “I’ve learned that intelligence alone doesn’t mean a damned thing. Here in your university, intelligence, education, knowledge, have all become great idols. But I know now there’s one thing you’ve all overlooked: intelligence and education that hasn’t been tempered by human affection isn’t worth a damn.”
"When I was retarded I had lots of friends. Now I have no one. Oh, I know lots of people. Lots and lots of people. But I don’t have any real friends.”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내면에 있던 예전의 찰리가 슬퍼하며 말한다: “I always try to do the right things. My mother always taught me to be nice to people because she said that way you won’t get into trouble and you’ll always have lots of friends.”
가족 안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그리고 사회 안에서도 외롭고, 또 외로웠던 찰리는 소설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수술 이전의 지능으로 점점 돌아간다.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본인이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책을 읽었는지, 주변의 인물들과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도 다 잊은 채로…
그가 본인을 잃어버리기 전에 짧게나마 경험했던 그 시간들에 대해 되돌아보며 했던 말이 있는데, 이 문장을 읽으며 내가 바라보는, 내가 겪고 있는 삶은 나에게 있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게 됐고, 동시에 찰리의 짧았던, 곧 사라져 버릴 그 삶이, 너무도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
“This is beauty, love, and truth all rolled into one. This is joy. And now that I’ve found it, how can I give it up? Life and work are the most wonderful things a man can have. I am in love with what I am doing, because the answer to this problem is right here in my mind, and soon-very soon-it will burst into consciousness. Let me solve this problem. I pray God it is the answer I want, but if not, I will accept any answer at all and try to be grateful for what I had.”
이 작품은 찰리가 지능과 사랑, 존중이 결핍된 삶의 공허함을 깨닫고, 이를 통해 진정한 인간애와 사회적 소외에 대한 이해를 얻는 과정을 정말 생생하게 그려냈다. 지적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태도에 대해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이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과연 70년 전과 비교해 어떻게 달라졌나 생각을 해보며 마지막 장을 덮었다.
이 책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에 있었는데 여기서 만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