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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먼로의 "Dear Life"을 읽고




“잠자는 여동생의 목을 조르고 싶어요.” 

아들이 말한다. 같은 방 2층 침대 중에 1층에 자는 여동생의 목을 조르고 싶다고…


맹장제거 수술과 종양 제거 수술 때 맞은 마취주사의 부작용으로 아들은 밤새 마을을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집에 돌아와서 여차하면 자기를 찾아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아빠와 부엌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잠자는 여동생의 목을 조르고 싶어요.” 마취주사의 부작용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담담하게 대답한다.

“사람들은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한단다.” 곧 이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것은 두려움이라고 해도 좋아.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단다. 그저 꿈 같은 것이거든. 곧 사라져.장담 할 수 있어.”


그리고 아들은 생각한다.

‘아버지는 어떠한 경멸이나 놀라움도 내비치지 않았고, 나는 그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돌아왔다’고….


앨리스 먼로의 14개 단편집 “Dear Life” 중에 “Night”라는 단편 소설의 한 부분이다. 이 부분이 이 소설책 중에 가장 와 닿았다. 그리고 아마 오랫동안 나의 가슴 속에 와 닿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였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아마 난리를 피웠을것 같다. 아들을 환자취급하고 바로 여동생을 안방으로 데리고 와서 분리조치 취하고 다음 날 아침 바로 아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아들의 아빠는 아들을 믿어준다. 꿈 같은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도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한다고... 그리고 이 아들은 이 아빠의 믿음 덕분에 자기가 사는 세상으로 아무런 일 없이 돌아온다.


그런 삶의 자세를 배우고 싶다. 나의 아이들에게, 나의 주위에 그런 자세로 살아가고 싶다.


앨리스 먼로의 14개의 단편 소설 묶음집 “Dear Life”, 생전 알지 못했고 생각치도 못했던 14개의 어떤 삶들이 내 앞으로 불쑥 다가왔다. 거기에 나오는 14개의 모든 삶이 다 예상 밖이었고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생각치도 못한 삶들이다.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천천히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나의 관념과 판단을 내려놓고 작가가 이끄는대로 한번 소설 안에서 돌아다녀 보고 싶다. 훨훨 돌아다녀 보고 싶다.


이 14개의 단편 소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한 편의 예쁜 풍경화가 아니라 입체파 그림이라고 말하고 싶다. 보여지는대로 그리고, 또 보여지는대로 감상하는 그런 입체파 그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이 소설의 마지막 구절과 함께 이 소설의 서평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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