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먼로의 Dear Life는 “삶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듯 수치스러울 수도 있고 숨기고 싶은 순간일수도 있는 삶의 단편들을 아무 격한 감정없이 담담히 써 내려갑니다. 여성작가가 쓴 글이라서 그런지 여성에 관련된 단편들이 남성에 비해 더 많은데요. 딸로, 한 남자의 연인으로, 아내로, 그리고 엄마로 여러 다양한 삶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 단편마다 좀더 다른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데요.
처음 몇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저희 모두 기가 찬 반전에 할말을 잃기도 하고, 이게 뭐지? 라는 당혹감에 모두가 탄성을 질렀던 적도 있고 와... 이렇게 삶을 바라볼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딸과 함께한 기차안에서 외도를 하는 것이라든지, 혹은 마지막 정거장에서 딸의 손을 놓아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장면이라든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회의 통념과 상식과는 벗어난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요. 한국의 여성작가들이 쓴 작품들은 애잔하면서 또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성의 촉을 건드리는 작품들이 많은 반면 캐나다인인 앨리스먼로의 글에서는 사회적으로는 거부당할 수도 있고 지탄받을수도 있는 선택들을 감정의 기복 없이 자연스럽게 물 흘러가듯 아주 간결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면 사실은 공감이 가기도 한다는 것이죠. 나는 안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닌... 저럴 수도 있지. 그런 생각들.. 옛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아주 클라식한 제인 에어의 감성을 조금 닮아 있는 첫사랑의 얘기도 있고, 노년의 마지막 인생을 다른 작품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한 Dear Life는 딸이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들을 생각하면서 쓴 작품인 것 같은데요. 그녀가 어릴 적의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 기억들이 모두가 아픔이고 고통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신문에 실린 같은 고향 출신이 쓴 시를 읽으면서 그 고향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회상하면서 아팠던 모든 것들은 어쩌면 그렇게 잊혀져 가고 용서되어져 간다는 말로 모두에게 긴 여운을 남깁니다. 그러면서 내 고향도 생각이 나고 또 엄마도 생각이 나죠.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그저 아름다운 기억 들로만 남는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책 제목의 Dear Life처럼 스스로의 인생에게 쓴 편지라고나 할까요? 인생이 그런거지..거창하거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같이 화려한 문구없이 담백하고 간결합니다. 때론 문장이 짧고 너무 간결해서 뭘 말하려고 하는거지 이해가 안가는 곳도 있었지만 거기에 부연설명없이 그냥 자기의 이야기를 해 나갑니다. 친구가 들려주는 자기의 옛이야기를 듣고 있는것같은 느낌 이랄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 원하신다면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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