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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코너의 첫 장을 열어봅니다. 다양하게 나누고 싶은 글이 있으면 이곳을 이용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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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가 들립니다.
토토톡, 토르르륵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가 반갑습니다. 건조한 캘리포니아에 살아서 일까요. 빗소리 듣는 일이 일년에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새해가 되니 카톡 메세지가 많이 왔습니다. 미국에 사니 카톡 메세지는 가뭄의 단비 마냥 반갑습니다. 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지인들, 주로 개인적인 친목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오는 메시지들 이라서 그렇습니다.
비가 자주 오는 시애틀 지인분들은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지속되는 비가 때로는 지친다고 했습니다. 빗소리가 반가운 저도 아마 시애틀에 살게 되면 지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카톡도 그럴 것 같습니다. 최근 카톡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한국 온라인 이커머스 사이트와 연계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픈챗 서비스를 내놓고, 다양한 관공서와 연계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저도 하나하나 개인적인 친목의 관계가 아닌 카톡 챗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새해에 더 많은 신년 인사 메세지를 받은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카톡 메세지는 반갑습니다. 아직은 굉장히 많은 카톡 스팸 메세지를 받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한국사는 친구들처럼 이런 스팸 메세지가 많아진다면 저도 반갑지 않을 것입니다. 시애틀 사는 지인이 겨울 빗소리가 반갑지 않 듯 말입니다.
갑자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주변 분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받으면 웃음 짓게 되는 지인의 반가운 신년 인사일까 아니면 받자마자 바로 지울 스팸일까.
몇몇 분들의 얼굴이 스쳤습니다. 일상이 무거워 감사한 마음을 미쳐 전달 못한 분들, 어딘가 어두운 표정으로 마음이 아픈가 싶던 분들, 가까이는 내 가시 돋친 말로 속상한 표정의 아이와 남편의 얼굴……
작년 연말 마음이 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내 마음 말갛게 나누던 친구가 사실은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지란지교라 여겼던 친구였는데 제 마음과 그의 마음은 같은 무게가 아니었습니다.
꽤 아팠습니다. 이제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인데도 가슴 한 켠 빨갛게 데인 상처가 생겼고 그 상처가 아직도 꽤 아픕니다. 이런 일들엔 시간이 약이라고 남편이 가볍게 다가와 조용히 함께 있어주며 말했습니다. 가만히 내미는 커피 잔을 받아 들며 따뜻한 커피 한모금을 마셨습니다. 목덜미를 따라 배까지 따뜻한 온기가 퍼졌습니다. 따뜻한 커피 만큼이나 평안한 마음이 조금씩 퍼졌습니다.
빗소리가 들립니다. 내리는 비가 아직은 반갑습니다. 이 빗소리가 몇 날 몇일이고 내린다면 제 마음 바뀔지도 모릅니다. 반가운 마음엔 유통기한이 있기에 그렇습니다. 살다 보니 인간관계의 유통기한을 잘 모르면 따끔하게 가슴 아픈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상한 우유를 마시듯 바로 알아차리면 좋겠는데 가끔 어리숙하게 못 알아차리면 꽤 아프기도 합니다.
비가 잠시 쉬려 나 봅니다. 맑은 해가 나와 갑자기 환해졌습니다. 구름 사이로 너무나 말갛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어쩌면 다시 빗구름이 몰려올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저 파란 하늘이 너무 파라서 좋습니다. 뭐 다시 빗구름이 몰려와도 아직은 괜찮을 것 같습니다. 빗소리 다시 들으며 커피 한잔 마시면 그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땐 제가 커피 한 잔 내려 남편에게 가져다 주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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