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영어낭독 준비반 모임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라 후기를 남기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작품이지만 후기를 위해 낭독 모임에서 함께 읽고 다시 한번 혼자 읽어보니, 역시 고전이란 재독이 즐거운 책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파리대왕은 영국 초등학생 소년들이 어느날 원자폭탄으로 비행기가 추락해 무인도에 떨어지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이 무인도에서 소년들은 나름대로 대장도 뽑고 구조될 때까지 연기를 피우며 지내기로 결의합니다. 소라껍질을 불어 회의를 소집하고 소라껍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발언권을 가지는 등 규칙을 세우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합니다.
그러다 비스트(짐승)에 대한 두려움이 아이들에게 퍼지며 사냥을 선동하는 잭의 무리와 이성적이고 인간이기를 지키고자 했던 리더인 랄프, 피기, 쌍둥이 형제의 무리로 나뉘게 되면서 갈등이 시작됩니다. 배가 지나갈 때 구조를 위해 필요한 봉화를 잭의 일행이 꺼트리면서 완전히 두 파로 나뉘게 되지요. 이 책은 질서가 없을 때 인간의 본성, 잔인성, 악함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여실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대표적인 등장인물을 소개하면 대장인 랄프는 이성적이고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우유부단하기도 하여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진 못합니다. 랄프를 따르는 피기는 가장 생각도 많고 가장 이성적이지만 안경을 쓰고 천식이 있고 몸이 허약해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곤 합니다. 성가대장이었던 잭은 폭력적이고 감정적입니다. 본인의 성가대원들을 사냥부대로 만들어 얼굴과 몸에 채색을 하고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가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가장 애착이 갔던 사이먼은 항상 고독하며 수줍어하는 성격이지만 가장 예민해 숲을 탐색하여 이 소설의 주인공인 <파리대왕>의 실체를 알게 되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저 천진난만할 것 같은 아이들이 사냥을 시작하면서 생명에 관한 기본적인 윤리를 잊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비단 소설에서만 나타나는 일들은 아닌것 같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무분별적인 선동에 때로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런면에서 이 작품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경각심을 깨우는 작품이라 생각됩니다.
“짐승이 무서운게 아니야. 아무도 봉화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야”
랄프는 모든 아이들이 야만적이 되어갈 때에도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않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얼굴을 감추는 색칠이 사람에게 얼마나 야만성을 가져다주는 것인가 하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우린 얼굴에 색칠을 해서는 안돼”
잭의 일당을 만나러 갈 때에도 그들과 달리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머리도 단정히 빗고, 모든 면에서 노력했던 랄프와 피기를 보며 마음이 짠했습니다. 정상이 소수가 되어 비정상으로 될 때에 우리도 랄프나 피기처럼 용감히 행동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 작품의 제목인 파리대왕은 인간의 마음과 양심, 질서가 무너지면 부식이 일어날 때 모이는 파리떼처럼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규칙을 지켜 합심하는 것과 사냥이나 하고 살생하는 것, 법을 지키고 구조되는 것과 사냥이나 하며 모든것을 파괴하는 삶. 어떤쪽을 선택할거냐고 묻는 피기의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네요.
이 책을 혹시 읽으실 분들을 위해 결말은 남기지 않겠습니다. 재독을 하고 보니 아이들 말 한마디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더 깊이 와닿았던 책이었어요. 역시 고전은 시간의 경계를 뚫고 읽을 때 마다 새롭게 와닿는 매력이 있지 않나 생각되네요.
앞으로 영어낭독준비반에서는 짧은 고전들을 계속해서 읽어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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