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좀 불편해도 마음이 가게 되는 편의점

Updated: Jan 17

13차 정기모임 후기: 김호연 작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작가의 <망원동 브라더스>를 읽은 후 궁금해 하던 책이다. 전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소시민들의 삶을 친근감 있게 잘 그려낸 것이었다. 책을 통해 이들이 이 세상의 주인공들 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것이 작가의 의도라면 성공적이었고, 이는 <불편한 편의점>에서도 계속된다. 스토리의 중심에 있는 독고는 우리 사회의 최하층이라 불리는 노숙자이다. 심한 알코올 중독으로 기억상실증을 겪은 이유로 그는 집 밖에 나와 살기전의 삶은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의 중독은 취업을 시켜주겠다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로 인해 끝을 맺게 되는데,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책에서는 현실보다는 쉽게 그려진 듯 하다.) 맥주를 그리워 하는 그는 편의점에서 비슷한 색깔의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며 위안을 삼는데, 책 읽는 내내 그 시원한 맛이 그리웠지만 미국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음료이기에 아쉬워했다. 책은 각 장마다 다른 인물들을 포커스하여 그려진다. 그들은 하나같이 고충을 겪고 있으며, 그 고충은 때로는 자기 자신의 실수나 나약함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고, 때로는 주변 인물들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그 중 최악인 염 여사의 아들 민식은 “네 캔에 만 원”에서 포커스 되었는데, 부모의 자산이 당연히 자기거라고 여기며 염 여사를 힘들게 하는데, 그 꼴이 짜증나서 나도 맥주를 원샷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 외의 인물들은 주로 독고의 도움으로 마음을 열며 변해가기에 보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밝아졌다. 예를 들어, “삼각김밥의 용도”에서는 게임중독인 아들과 담을 쌓고 지내는데, 평소 하대하던 독고의 제안으로 대화를 시도하게 된다. 집안에서 직장에서 외면당하는 술꾼 경만또한 독고의 자상함에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새로운 삶을 위해 술을 끊게 된다. 남들에게 두려움이나 경멸의 대상이었던 노숙자 독고는 편의점에서 일을 하며 여러 사람을 돕게 되고, 책 중 최고의 영웅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의 어두운 면은 마지막장 “ALWAYS”에서 드러난다. 이 책의 장점 중의 하나는 좋은사람, 나쁜사람을 나누지 않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후회할만한, 용서를 구할 만한 실수를 저지른다. 후회가 될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용서를 구해야 할 때 실제 용서를 받고자 노력을 하는지가 다를 뿐이다. 책은 어쩌면 뻔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흥미롭게 진행된다. 그는 작가의 재치 넘치는 표현들 덕분이기도 하다. 염여사는 “얼마 안 남은 어묵볶음을 집요하게 집으려 하는 그(독고)의 안간힘에서 삶의 숭고함을 엿보았고,” 몇 개월간의 편의점 나들이를 통해 최적의 조합 ‘참참참’ (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을 찾아낸 경만의 지갑속에는 쌍둥이 딸들이 원 플러스 원으로 웃고 있다. 극작가인 인경은 “각자가 하나의 행성과도 같은 작가들이 서로 조심스레 공전하며 눈길을 나누는” 토지문화관에서 생활하며, “생각을 이불처럼 폈다 개고 정돈하기 좋은 산책로를 매일 걸었다.” 어쩌면 서민들의 삶에 가장 가까이 존재하는 편의점. 이 공간을 중심으로 서민들의 이야기를 풀어낸건 참 당연하고도 기발하게 여겨진다. 김호연 작가가 또 다른 서민들이 주인공인 책을 쓴다면 나는 주저없이 집어 들것이다.


2021년 1월 린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는 프로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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