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분량이었지만 한 문장 한 문장 읽고 멈추고, 생각하게 되는 글이었다. 간결하고 담담한 문체가 전하는 ‘깊이감 있는 여운’으로 다 읽은 후에도 또다시 읽게 된 소설.
때로는 너무 군더더기가 없는 듯한 작가의 불친절에 나만의 상상력을 마구 발휘해야만 했으니 (고로 장르조차 전혀 모르던 초반에는 스산한 분위기의 스릴러 소설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일지도 모르겠다.
여러 마음에 남았던 문장들 중 하나는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킨셀라 아저씨를 빌어 전하고자 하는 작가의 핵심 말이지 않을까. 군더더기 없는 그녀의 문체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듯싶다. ‘말하기’ 보다는 ‘경청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게 되는 요즘, 나에게도 공감이 가는 문구였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라는 말로 ‘말을 하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고 소중한 기회일 수 있음을, 그리고 이것을 지혜롭게 잘 이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해 여름 아이는 아저씨 아주머니 덕분에 성장했음을 분명했다. 주변 사람들의 쓸데없는 편견과 말로 크나큰 상처를 받았을 아줌마 아저씨의 마음을 헤아릴 만큼 마음도 깊었고, 훗 날 그 ‘일 다물기 딱 좋은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묻고 있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배웠고, 충분히 자랐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다.”
더불어 아줌마 아저씨에게 당연히 받아야 했을 사랑을 받으면서 느끼는 아이의 마음의 변화는 짠했다. 아저씨 아주머니와 함께 할 때의 행복, 있는 그대로의 존재로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때마다 ‘밥만 많이 먹는 짐 덩어리’로만 여겨졌던 예전 집에서의 자신의 존재가 떠올랐으리라. 무엇보다 그러한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걸 알기에 슬픈 감정은 언제나 따라왔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들은 아주머니와 함께 양동이에 우울물을 길어올 때 특히 잘 전해지는 듯하다.
“우리 둘 다 말이 없다. 가끔 사람들이 해복하면 말을 안 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이런 기분을 또 언제 느꼈었는지 기억하려 애쓰지만 그랬던 때가 생각나지 않아서 슬프기도 하고, 기억할 수 없어 행복하기도 하다.”
아저씨의 말처럼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이 아이의 작은 마음속에는 얼마나 많은 감정들과 생각들이 채워져 있었을까. 그리고 아저씨 아주머니를 만나면서 행복감과 더해 그간의 슬픔들이 더욱 크게 증폭되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마지막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저씨 아주머니와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말없던 아이의 모든 감정이 분출되며 한 마디로 나온다.
“아빠.”
자신에게 다가오는 생물학적인 아빠에 대한 마음속 경고이자, 남이지만 진짜 아빠 같고 아빠이길 바라는 킨셀라 아저씨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그 간극을 또다시 말없이 겪어야 될 아이의 모습이 그려서 마음이 아려왔다. 이써 '지금에라도 아저씨 아주머니께 그 사랑을 받을 수 있었기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름 내 크게 성장한 아이의 마음에 미래에 대한 작은 희망의 불씨가 심어졌길, 부모의 마음으로 소망해 본다.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지리 않겠구나 하는 믿음이 올라왔습니다. 나눠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