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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파커 이야기

새로운 소설이 나왔나? 새로운 책이 나왔나 싶어 클릭을 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린님이 잘 소개해주신 “파이이야기”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파이이야기는 영화로도 워낙 유명해서 소설을 읽어보시진 않아도 영화로는 보셨을 것 같은데요. 캐나다의 소설가 얀 마텔의 2001년 작 소설로 망망대해에서 <리처드 파커>라는 뱅골 호랑이와 함께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소년, 파이의 표류기입니다.


줄거리를 간략히 설명 드리면 한 작가가 캐나다의 한 인도인을 만나면서 하는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파이라고 불리우는 인도 소년 피신 물라토 파텔의 이야기지요. 파이는 이름의 뜻이 오줌싸는 피씽이라는 놀림에 질려 전학간 학교에서 자신의 이름을 파이 3.14라고 소개함으로 파이가 되죠.

주인공 파이의 아버지는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중, 재정이 어려워져 동물원 사업을 정리하고 가족을 모두 데리고 캐나다로 이민을 계획합니다. 캐나다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던 중 폭풍우에 배가 침몰하게 되고 파이는 일가족을 모두 잃게 되요. 가까스로 구명보트에 탈 수 있었던 건 파이 그리고 다리 다친 얼룩말과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벵골호랑이뿐이었어요. 그리고 이 작은 구명보트에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파이의 고군분투가 그려진 소설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파이와 함께 있었던 호랑이, 리처드 파커입니다.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에서 표류자들이 잡아먹은 선원의 이름이에요. 최근에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들을 읽다가 이것을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얀 마텔이 이 소설을 오마주 한 것인 듯 해요. 비슷하지만 둘 다 재미있게 읽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포의 이 소설은 포 생전에 완성한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후대 작가들 및 평론가들에게는 비일치되는 장면과 결말의 모호함 때문에 미완성 작품이라 평가된 작품이기도 해요. 아서 고든 핌이라는 주인공이 항해에 대한 동경으로 포경선에 몰래 탑승했다가 예상치 못한 선상반란 등으로 여러 사람이 죽게 되고 배가 표류하면서 일어난 일을 담고 있는 이야기에요. 배는 태풍과 해일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먹을 것이 떨어지면서 살아 남은 자들, 주인공 핌과 피터스, 핌의 친구 어거스터스, 리처드 파커는 한 명을 희생해서 나머지는 살기로 결정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먼저 제안한 사람이 걸리기 마련이잖아요. 뽑기를 통해 한 사람을 희생하기로 하는데 그때 식인을 처음 제안한 인물이자 걸리게 되는 사람이 리처드 파커 입니다. (주인공인 핌은 끝까지 반대하지만 세 사람의 단호함에 본인이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해 어쩔 수 없이 동조하게 됩니다.) 그렇게 식인까지 해가면서 연명하다가 제인가이 호의 선원들에게 구조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1884년 표류 중에 굶주림으로 벌어진 인육취식 사건이 일어났었는데 그 때 피해자의 이름이 리처드 파커였다고 해요.


제가 생전에는 불운했던 작가, 에드가 포를 좋아하는 이유가 인간의 본능을 잘 그리는 작가라고 생각해서인데 이 소설에서도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지경까지 갈 수 있는지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도 생각되었습니다.


파이이야기로 넘어와서 파이가 표류 중 미어캣이 사는 기묘한 섬, 식인 섬에 다다르는 모습이 나와요. 저는 이 장면을 구지 잔인하게? 왜 넣었던 것일까 의아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니 좀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동물의 본성을 드러내기 위해 식인섬을 만들었을까? 아니면 서양인들의 무차별한 제국주의 때문에 이 식인섬을 만들었을까 많은 생각을 하였었거든요. 그런데 정말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었고, 이를 이미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에 나왔었다니 배고픔과 죽음이라는 것 앞에서 인간의 이성이 어떻게 본성에게 지배당하는지 잘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파이 이야기의 마무리는 구출된 파이에게 일본 영사관 직원 두 명이 병원으로 선박의 침몰 원인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찾아와요. 파이는 그간 겪은 이야기들을 해주지만 호랑이며 오랑우탄이며 동물들이 있었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지요. 그래서 파이는 다른 버전으로 다시 설명합니다. 다리가 부러졌던 얼룩말은 선원으로, 오랑우탄은 파이의 어머니로, 하이에나는 요리사로, 뱅골호랑이는 파이 자신으로요.


이 두가지 버전에 대해 북클럽 문학 모임에서도 이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를 하였었는데 저는 파이의 배에는 아무도 없었고 파이 혼자 내면의 여러 모습의 자기 자신과 싸우는 것이 아니었을까 라고 이야기 했었어요. (저의 바램이었을지도)

그런데 아서 고든 핌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아무래도 파이가 혼자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사람이건 동물이건 파이가 살기 위해 희생양을 삼긴 삼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두 책을 비교해보며 희망을 찾자면..

아서 고든펌 이야기에서의 리처드 파커는 인간의 본성과 함께 야만적이고 침탈을 일삼았던 서구 시대의 반영이 아닐까 싶고..

파이 이야기에서는 파이와 리처드 파커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보여줌으로 여전히 인간은 야만적이고 침탈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이성이 존재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약간의 희망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어쨌건 파이 이야기에서 리처드 파커는 죽지 않고 사니까요.)


저의 바램이 담긴 독서 후기일지는 모르겠지만 ^^

아무튼 두 책 모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둘 다 좋은 작품이니 아직 읽어보시지 못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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