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은 ‘백야'인데 ‘백야’이외에 여러권의 단편중 마음에 가장 남는 건 ‘약한 마음’과 ‘악어’, 그리고 ‘온순한 여인’은 끝에 반전이 있어서 좋았는데 굉장히 마음에 남는 책이 될 것 같고 여러 단편에서 이 세가지 단편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약한 마음’은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어 꿈같이 좋은 날들을 기대하게 되는데 자기의 생계수단인 필사를 끝내지 못해 그 기대를 저버릴까봐 무거운 중압감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지고 나중엔 정신착란의 상황까지 가버린 안타까운 약한 마음의 소유자 바샤 슘코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잘못으로 다른 사람의 행복을 마칠 수 있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다가왔고 그리고 자신의 절친과 피앙세와 함께 모두 행복해 질거라는 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을 제때 해내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너질만큼 너무나 쉽게 부서져버립니다. 자기는 행복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야한다는 무의식이 그를 사로잡아 버리고 결국엔 무너져버리는데요. 너무나 안타까운 내용이었습니다.
이 글이 더 가깝게 다가온것은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내듯 살아가는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서 인것 같습니다. 나는 이러이러하기에 사랑받을 만하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듯이 살아가고 있지 않나..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실패자로 루저로 스스로를 바라보고 자책하는 약한 마음들이 너무나 많이 있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던 단편이네요.
‘악어’는 굉장히 황당한 소재로 우리삶을 풍자하고 있는데요. 한 부부가 악어 전시회를 보러 갔다가 남편이 악어에게 먹혀서 악어 뱃속에 갇히게 되는데 너무나 황당하게도 그는 이 일로 자기가 어떻게 하면 유명해질까를 생각합니다. 그의 친구가 저명인사를 찾아가 도움을 구하는데 그는 경제적인 원칙과 자연과학의 원칙에 의거해 왜 악어의 배를 가르고 그 사람을 꺼내면 안되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그 아내는 이 사건이 너무 창피해서 남편과 헤어질것을 생각중입니다. 아무도 그리고 본인조차도 아주 근본적인 자신의 생명에 대해서는 생각을 하지 않죠. 아내가 처음 본능적으로 빨리 악어의 배를 갈라서 남편을 꺼내달라고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의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생각은 더이상 그 남편의 안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단편이라 이렇게 끝나는데 와... 얼마나 우리가 본질을 잊어버린채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살아가면서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는지... 어떨때는 마음을 챙기는 것보다 현실적인 계산이 머리속에서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직히 그런 스스로를 보면서 제가 놀랄때도 있었습니다. 굉장히 깊게 와닿은 글이었습니다.
‘온순한 여인’은 전당포를 운영하는 한 남자가 스무살이나 어린 젊은 아내를 얻은후 그 아내에게 복종과 존경을 원하지만 침묵으로 그 아내를 대하면서 관계가 파괴되는 이야기입니다. 군대에서 왕따를 당한 젊은 시절때문에 너무나도 간절히 자신을 존중해주고 이해해주는 아내를 원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속마음을 단한번도 이야기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침묵하죠. 그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면서도 말하지 않아도 아내가 알아줄거라 믿고 또 침묵합니다. 아내는 버림받았다 생각하고 다른 곳에서 사랑을 갈구하다가 나중엔 아내가 남편에게 총을 겨누기까지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을 맞고 커튼을 사이에 두고 별거아닌 별거의 삶을 살다가 아내가 아프면서 남편은 그제서야 사랑의 구애를 시작합니다. 아내는 용서한듯 하였는데 그러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창문에서 떨어져 죽습니다. 5분만 더 일찍 집에 돌아왔다면 막을수 있었을텐데 남편은 자책을 하지만 너무나 늦었죠.
아내가 왜 죽음을 택했을까?가 수수께끼입니다. 남편에 대한 복수인지, 아니면 사실은 자신을 사랑했던 남편에게 총까지 겨누었던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한 것인지... 죽기직전, 창가에 서서 웃음을 지어보였다고 하는데 그 웃음이 남편에 대한 복수를 향한 웃음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자책하는 웃음인지 알기가 힘듭니다.
제가 볼때는 제목을 ‘온순한 여인’보다는 ‘용서하지 못한 여인’으로 기억에 남을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고 아님 남편을 용서하지 못했던 것일수도 있고, 결론은 용서할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남편은 아내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길들이려고 했고 결혼후 서로 사랑하면서 지낼거라 기대했을 아내에게는 그 집이 얼마나 감옥같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소통없는 관계가 얼마나 사람을 말려죽이는지 떨어져서 죽지 않았어도 아내는 아파서 병들어서 죽었을거란 생각도 드네요.
토스토옙스키가 남편과 아내의 관계에 대한 관계개선서를 쓰려고 한것은 아닐텐데..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도 생각하게 되네요. 당시 벨렌스키가 고골에게 쓴 편지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구금이 되고 사형까지 당할 위기에 가까스로 감형을 받아서 4년간 징역생활을 했다는데 그 시대의 권력이 소설속의 남편처럼 힘으로 자신을 길들이려고 하는 남편과 같은 존재가 아니였을까 그래서 그의 아내가 느꼈던 모든 고독함, 버림받음, 피폐해져가는 자기를 이야기한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너무나 유명한 토스토옙스키의 장편소설도 많은데요. 읽었는데 기억도 나지 않아서 그 소설들을 다시 한번 꺼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백야’의 단편소설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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