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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 회원님께 보내는 러브레터

Updated: Feb 13


<마라톤 후기인지 독서모임 후기인지 모르겠지만 무작정 쓴 회원님들을 향한 러브레터입니다>


제가 지난 주말 인생 첫 마라톤 장애인 돕기 5K에 출전을 했습니다. 원래 달리기를 즐겨하시고 운동을 즐겨하시는 분들에게는 대단한 일이 아니겠지만 고등학교 이후로 뛰어본 적이 없는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웬 마라톤 이야기인지 의아하시죠?

정적인 일을 좋아하는 제가 이런 동적인 일을 계획하게 된 계기가 바로 책이었기 때문이에요.

지난 연말 이런 저런 생각 가운데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재미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던 중이었어요. 때마침 읽고 있던 책이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였는데 그 전에도 달리기에 대한 에세이를 여럿 읽으며 저자의 경험들이 신기하고 궁금했던 터라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저의 달리기는 전적으로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를 쓴 저자들에게 낚여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나란’에서 1, 2월 독서 모임으로 ‘알쓸 일잡’이란 모임이 생겼어요. AK님이 만드신 모임인데 토요일 아침 내가 도전하고 싶은 것이나 알고 싶은 것들 무엇이든 자유롭게 책을 한 시간 읽고 한 시간 후에 읽은 책에 대해 나누는 모임이었죠. 이 모임이 생기자마자 ‘아 이건 운명이야’라며 이 모임 시간을 통해 달리기에 관한 책들을 한 권, 두 권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마라톤 5K를 검색해 등록을 했지요. 마침 매년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장애인을 돕는 Cupid’s Chase 5K라는 행사가 있어서 저처럼 초보러너에게 어울릴 것 같아 등록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달리기에 관한 에세이를 몇 권 읽긴 했지만 이렇게 실질적으로 도전해야지 마음먹고 읽진 않았기 때문에 좀 더 마음가짐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아무튼 읽은 책 중 하나가 “철학자와 달리기”라는 책입니다. 철학과 교수인 저자가 반려견의 산책 때문에 달리기를 시작하며 본인의 철학 지식과 달리기에 대한 경험들에 대해 쓴 책이에요. 저자는 달리기를 통해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듯 했다며 본인의 경험을 데카르트나 흄기를 예로 들어가며 설명합니다. 철학 교수라 이런 저런 철학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무엇이 되었든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중요한 무엇인가를 만날 때 비로소 잠시나마 그 좇음은 끝이 날 것이다. 잠시라도 가치를 좇는 대신 그 속에 몰입하는 것이다. 달리기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자와 달리기 중에서>


어쩌다 달려보자 해놓고, 무작정 질렀던 마라톤이라 대회가 다가올수록 과연 할 수 있을까? 1분도 못 뛰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매일 조금씩 달리다 보니 어느새 달리는 것 자체를 즐기고 있는 저를 발견했답니다.


달리다 보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고 오로지 달리기에만 집중하게 되거든요. 이렇게 몰입을 경험하게 되면서 몰입에 대한 책들도 찾아서 읽게 되었고요. 마침 또 2월 영어낭독 모임으로 몰입에 관해 뇌에 관해 다루는 “Limitless”라는 책을 읽게 되어 그 또한 기대가 크답니다. (저도 아직 읽진 않아 내용은 정확히 모르지만 대강 저의 기대는 그렇습니다)


5K를 성공하고나니 욕심이 생겨서 문학모임에서 읽고 있는 <파우스트>처럼 신이 나에게 제안을 한다면 나는 42.195도 거뜬히 달릴 수 있는 튼튼한 심장을 주세요 라고 할까 혼자 상상도 해보고요.

제 지인들은 저보고 무슨 달리기도 책으로 배운다며 놀리곤 하지만, 책을 통해 또 다른 사람들의 경험들을 통해 인생에 또 다른 재미를 알아가는 것 같아서 저는 참 독서가 좋습니다. 그리고 이 독서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이 모임이 좋고요. (저의 구체적인 마라톤 후기가 궁금하시다면? 아직 신청은 했는데 알쓸일잡에 참여못하신 분들 아직 2주가 남아있습니다. 참여해주세용)


젊음은 행동이 놀이가 되는 곳마다 존재한다. 젊음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닌 그 자체로 의미있는 행동을 하는 곳마다 존재한다. 젊음은 목표가 아닌 행위 자체에 혼신을 다하는 곳마다 존재한다. 환희는 본질적 삶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기에 이런 열정과 함께 환희가 온다.

<철학자와 달리기 중에서>


나이도, 사는 지역도, 직업도 다 다르지만 독서라는 행위 자체를 즐기며 하는 이 모임에 있는 우리들은 모두 젊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사랑을 전합니다.

나란 회원님들과 함께 오래도록 즐거운 독서를 하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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