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의 우화만 생각해왔던 나는 우화가 이렇게 잔인할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동물농장을 보며 알았다. 물론 그림형제의 우화도 뜯어보면 상당히 폭력적이다. 하지만 동물농장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그려내어 그 적나라함으로 잔인함이 증폭된다.
견제 없는 권력은 부패한다는 말에 따라 스노우볼의 부재와 함께 나폴레옹은 권력에 대한 폭주를 하고, 우매한 군중은 나폴레옹이 준 문구를 의미없이 반복할 뿐이다. (어렸을때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우며 반공포스터를 그린던 생각이 나던 부분이다.)
그외에 박서, 스퀼러, 벤자민, 미니무스, 몰리, 클로버 등의 동물들이 나폴레옹의 독재에 직간접적으로 일조를 하게 된다.
이 과정들은 조지 오웰이 살았던 소련의 공산주의 정권이 부패하던 때에의 모습이고, 그 이후 우리 나라에서도 볼수 있는 모습이다. 세월이 흘러가도 사람의 이름만 바뀔뿐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권력의 부패의 과정이다.
이 과정 속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
권력자의 정권을 선전하고 대중을 매도하는 언론인 스퀼러일까, 아름다운 시와 노래로 권력을 미화하는 예술가 미니무스일까. 혹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몸이 부서져라 일하며 옳고 그름에 대한 고민이 없는 박서일까?
그외에 권력의 부패 과정과 미래를 예견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벤자민과, 주위 상황과 세상에는 관심없이 혼자만의 세상을 사는 몰리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 클로버가 나의 모습과 가장 가깝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알파벳을 읽을줄을 아나 말을 만들지는 못한다. -어느 정도의 교육은 받았으나 그것을 세상을 위해 나눌 생각은 못한다. 부패한 계층이 있고 올바르지 않다는 관념은 가지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지금의 나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삼고, 나의 지식과 시간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의 연대에 적극적이지 않다.
쓰다보니 자아비판적인 글이 되어버렸으나, 우화의 기능처럼, 스스로를 돌아보는 교훈을 주는 책이었다.
나의 소시민적이 삶에서 나의 위치는 무엇이고 이 세상에서 어떤 스탠스를 가질지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앞으로 태어나고 살 농장의 새로운 세대에게 계란은 어떻게 해야 뺏기지 않고, 풍차는 어떻게 완성하며, 우유는 어떻게 해야 같이 나눠 마실지 같이 고민하자고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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